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자발적 희생 빛난 금모으기운동

스윗길 조회수 : 1,696
작성일 : 2012-04-09 20:24:54

 

지난달 7일 전 세계 81개국에 지점이 있는 다국적 금융 기업 HSBC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킹은 ‘희생 없이는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영국 더 타임스에 기고했다. 당시 이 글은 국내외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기고문이 한국의 외환위기 때 펼쳐졌던 금모으기운동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요점은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 국가들에 외환위기 당시 보여준 한국인의 희생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글에서 킹은 “한국인들은 결혼반지, 금메달, 트로피 같은 금붙이를 자발적으로 내 놓는 등 금모으기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면서 “위기 속에서 한국인들은 인상적일 정도로 개인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금모으기운동을 본받자는 외신의 목소리는 각국에 외환위기가 닥칠 때마다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 연합보는 그리스 재정위기 특집을 다루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외환위기 당시 장롱 속에 있던 금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앞장선 사례를 자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리스 국민이 이런 한국인의 희생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이 주목하는 금모으기운동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대한민국의 외채를 갚기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금을 나라에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전국 누계 약350만 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운동의 전신은 1907년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갚아 주권을 회복하자는 목적에서 진행된 국채보상운동이었다. 당시 남성은 금연/절주 운동을 벌였고 여성은 가락지와 비녀까지 내며 모금 운동을 했다. 이처럼 국가외환을 극복하고자 국민이 주체가 돼 벌였던 모금운동은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금모으기운동이 자주 외신에 언급되는 것은 단지 국민이 나서서 금을 모았다는 표면적인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인들은 그 이면에 어려 있는 ‘자발성’고 ‘희생정신’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편 같은 아시아권이라고 해도 ‘희생’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일본과 우리나라는 판이하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위’로부터의 희생을 강요받았다. 무사도를 내세우며 쇼군을 위해, 천황을 위해 목숨을 초개 같이 버리는 일이 영웅시 됐고, 그 같은 희생이 미덕으로 여겨진 사회다. ‘국가’는 있지만 ‘나’는 없는, ‘자발’보다 ‘요구’의 성격이 짙은 게 그들의 희생이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카미가제’를 권유하는 사회, 그것이 일본이 수백 년간 길러온 희생정신의 실체였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국채보상운동에 깃든 정신은 깊은 울림을 낳는다. 과거 우리나라 국민은 나라를 위해 자발적인 희생을 해왔다. 그 비근한 예가 ‘의병’이다. 의병은 외적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급할 때 국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창과 활을 들었다. 이 지점에선 개개인의 정체성이 오롯이 빛을 발한다. 각자의 정체성이 없이는 자발성도 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발성’과 ‘희생정신’의 심층을 이뤘던 의병 운동이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며 오늘날 금모으기운동으로 재현된 것이다.

 

공익과 가치의 바다는 말라버리고 사익과 물질의 잡초만 무성한 시대에, 우리의 금모으기운동은 세계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의 정점’이요, 신자유주의의 질곡이 빚어낸 상흔을 치유하는 처방전인 셈이다.

 

출처: 글마루 4월호

IP : 114.129.xxx.23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열매
    '12.4.9 8:35 PM (27.100.xxx.107)

    지배층의 잘못을 국민의 희생으로 덮는 일, 이제 안 할랍니다. 왜,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심판하는 일이
    국민의 의무자 권리죠

  • 2. 맞아요.
    '12.4.9 10:12 PM (180.66.xxx.63)

    희생은 "친애하는 국민여러분" 이 모두 떠맡고

    과실은 "검은머리외국인+매판자본"이 모두 받아먹는 멋진 나라....ㅠㅠ 22222222222222222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3049 거위털 이불 쓰시는 분들 문의좀 드릴게요. 8 Ehcl 2012/04/09 2,425
93048 도를 아십니까? 활동하는 분들 왜 그러는 거에요? 8 정말 길만 .. 2012/04/09 2,972
93047 낼 처음 만나는 엄마들 16 투표 어떻게.. 2012/04/09 2,911
93046 투표마감시간6시! 6 lsr60 2012/04/09 819
93045 분당과 강남이 왜 차이나냐면요. 12 ... 2012/04/09 3,034
93044 박성광 김태호 서수민 6 하늘아래서2.. 2012/04/09 1,839
93043 이 가방 어떤가요? 1 ^^ 2012/04/09 582
93042 내용지워요... 20 yunii 2012/04/09 1,959
93041 남편이 소변보는데 쓰라리고 아프다는데... 7 급해요 2012/04/09 1,247
93040 빨랑 강남을 지역구에 있는 개포랑 은마 청실등이 전부 재건축 되.. 9 ... 2012/04/09 1,132
93039 아까 집앞에 밥먹으러 갔는데 분위기가....^^;; 18 여기는분당 2012/04/09 13,483
93038 휘핑크림으로 뭘 만들 수 있나요? 4 아기엄마 2012/04/09 3,083
93037 나꼼수 11회 듣다가 울컥하네요. 야권연대 문.. 2012/04/09 1,189
93036 박근혜지지자 망치부인과 동네 싸움 깜놀 2012/04/09 990
93035 그래도 강남3구는 힘들지 않나요..? 18 ㅇㅇㅇ 2012/04/09 1,961
93034 투표 고민돼요 어떤당을 찍어야 할까요? 라는 글 6 원글님 보고.. 2012/04/09 821
93033 아이사랑카드 질문이요 2 - 2012/04/09 630
93032 지잡대 조교수 조국은 어떻게 서울법대교수가 됐나? 34 부정비리? 2012/04/09 14,714
93031 분당 갑은 어떻게ᆢ 2 선거 2012/04/09 703
93030 김형태 후보의 제수인 최아무개(51)씨의 진술서 3 참맛 2012/04/09 2,229
93029 얼음까지 사장없이 잘 갈아버리는 미니 믹서 추천 좀 해주세요!!.. 2 추천좀^^ 2012/04/09 2,008
93028 흔한 워킹맘의 비애 4 에혀 2012/04/09 1,935
93027 "꺼져"라고 소리쳤어요. 9 차타고 지나.. 2012/04/09 2,921
93026 단 한명의 표도 중요한 이유!! 1 참맛 2012/04/09 553
93025 성북역 사진! 대박입니다. 나꼼수의 위력이란!! 13 투표 2012/04/09 8,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