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네요.
작년 가을에 시골로 이사 와서 동네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으로 아이를 전학시켰습니다.
아이가 외동인데다 전학오기 전에 다녔던 곳이 한 반에 6명 있는 소규모 놀이학교였어요.
그래서 6,7세 합쳐서 한 반에 23명이 있는 병설 유치원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몇 년 동안 같은 동네와 같은 유치원에서 친밀하게 지낸 시골 지역 아이들의 특성상
중간에 불쑥 전학 온 아이가 그 집단에 끼어들기가 참 힘들더군요.
그 중에서도 남자아이들 중 가장 힘이 세고 폭력적인 기질이 있는 아이가
우리 아이를 만만히 보고 유난히 놀리고 가끔은 때리기도 한다는 걸 알고는 있었어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아이가 적응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하는 생각도 있었고
찾아가서 우리 아이랑 잘 지내라고 좋게 타이르기도 했습니다.
병설 유치원 아이들이 그 인원 그대로 초등학교 1학년으로 올라왔는데
유치원에서 정해진 남자아이들 간의 서열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더군요.
폭력적인 아이가 우리 아이를 때리고 놀리는 강도는 더 심해지는데
외동으로 자라서 가뜩이나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우리 아이는 그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어서
이제는 반 전체의 분위기가 우리 아이를 만만하게 보는 분위기로 흘러 가는 듯 합니다.
그렇잖아도 지난 번에 아이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담임 선생님과 잠시 얘길 나누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그런 분위기를 알려 주시더군요.
오늘도 그 아이와 그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가
우리 아이가 우유팩 정리하고 있는데 뒤에서 발로 걷어찼다는 얘길 들으니
정말 참을 수가 없어요.
선생님이 안 계실 때만 그런 식으로 때린다고 하니,
선생님께 그 아이들 혼내 달라고 말씀드린다한들 크게 달라질 건 없을 듯 합니다.
내일 아침에 남편과 함께 학교로 가서 스쿨버스 내리는 곳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 아이 걷어찬 2명을 불러서
무섭고 단호하게 학교 폭력으로 신고할 테니 각오하라고 경고하려 합니다.
우리 아이랑 친하게 지내지도 말고 옆에 오지도 말라고 할 겁니다.
(오은영 선생님의 우리 아이 왕따 대처법을 참고했습니다.)
우리 부부가 보는 앞에서 우리 아이에게 사과하라고도 할 거구요.
그 아이 부모가 따지면 자식 그 따위로 키우지 말라고 싸울 각오까지 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강하게 나선 것 때문에 아이가 더 힘들어지면 전학시킬 각오까지 하고 있습니다.
결심은 했지만,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이사한 부모 때문에 내 아이가 지금까지 괴롭고 힘들었을 걸 생각하니
잠이 오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