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70대 경상도할머니의 투표근 단련기

투표가희망 조회수 : 1,010
작성일 : 2012-04-05 22:53:32

70대 경상도할머니

울엄마의 첫투표는  부정선거였다.  그 당사자였다.  

 

겨우 스물한살이 되어 첫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지만,

투표가 뭔지 선거가 뭔지도 잘 모르고 옆집 아저씨에게 끌려 투표소로 갔단다.

옆집 아저씨가  기표소까지 따라 들어와 손잡아끌며 찍게 했다.

그게 얼마나 나쁜 짓이고 천인공노할 짓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어어하다

반항한번 못해보고 그렇게 찍고 나왔다.

그런데,  며칠후 그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엄마보다 더 어렸던 고등학생이

엄마가 살던 도시 앞바다에 시체로 떠 오른다.

엄마가 살던 도시는 마산이고, 그 사건이 3.15 부정선거이고, 그 학생이 김주열열사다.

 

그에 대해 엄마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말한 적이 없어  모른다.

다만,  엄마는 그 후 단한번  빠짐없이 선거때마다 투표를 했지만.

엄마가 선택한 사람이 당선되는 일이 없었다한다. 

그러다 처음으로 엄마가 투표한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그분이 고김대중 대통령이다. 

" 내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일도 일어나네.  설마 될 줄은 몰랐는데. 이런일도 있네."

너무 좋아하시고 신기해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선거철이되면 생각난다.

 

엄마가 선택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된건 김정길씨가 초선의원으로 당선되던 86년 선거였지 싶다.

그때 엄마가 김정길씨를 찍어준 이유는 김정길씨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상대후보가 돈봉투를 줬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살던 동네는 온통 민정당지지자들이 있었다. 부산에서도 그야말로 골수 묻지마 조두파다. 

밖에 나가서 누구 지지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듣기만 하던 한소심하는 울엄마.

덕분에  민정당 즉, 전두환이 당대회하던 자리도 끌려가서 당원가입도하고

체육복도 받아온다.

그렇게 끌려다녔으니 당시 민정당후보로 나온 사람은 자신의 표라고 생각했던지

선거날 새벽 아침밥을 하고 있는데  그 당대회 끌고갔던 아줌마가 찾아 와서 꼭 ***라며

봉투를 하나 주더란다.  열어보니 1만원이 들어 있더란다.

86년의 1만원이면 2012년엔 얼마의 가치이려나?  암튼 밥한그릇 수준은 결코 아니다. 

어쨌든 그 봉투를 받는 순간 이사람은 절대 찍어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돈을 가장 안쓰던 김정길씨에게 투표를 했단다.  그때도 설마 그 사람이 될줄은 몰랐단다.

엄마외엔 아무도 투표하지 않을거 같으니까.

모든 사람은 다 민정당 지지자니까.

 

그 후로도 엄마가 선택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기적은 노무현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외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엄마는 이번에도 투표하러 간다.

" 내가 투표하면 한표를 지겠지만, 내가 투표안하면 두표진다."

오늘 엄마가 하신 말이다.

 

울모녀는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라도 무조건 투표하러 간다.

한표라도 더 받아야 누군가에겐 조금이라도 희망이 생길테고

선거기탁금도 돌려 받을테고,  선거비용도 보전될테니까.

누군가는 우리표에서 희망을 보고 다음에 또 후보로 나올 용기를 얻을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여론조사 지지율?  그런거 모른다.

기적이 일어나든 아니든 모른다.  어쨌든 투표한다.

투표를 하면 할수록 투표근은 단련된다.

 

IP : 118.38.xxx.4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4.5 11:03 PM (221.139.xxx.22)

    저희 부모님 마산에 계세요..^^
    원글님 어머님과는 달리 오로지 한나라당 새나라만 지지하는 울 엄마께
    보여드리고 싶은 글이네요..
    어머님 정말 대단하신분이시네요.
    스스로 생각과 고민을 하셔서 그 연세에 세상을 제대로 바르게 보실줄 아는 원글님 어머님은
    정말 멋쟁이십니다. 부럽습니다..

  • 2. ohmy
    '12.4.5 11:05 PM (112.149.xxx.10)

    " 내가 투표하면 한표를 지겠지만, 내가 투표안하면 두표진다."

    저도 가슴속에 새겨야겠습니다.

  • 3. 그 어려운 지역에서
    '12.4.5 11:11 PM (122.47.xxx.11) - 삭제된댓글

    소중한 한 표~~감사합니다

  • 4. 글을 읽으면서
    '12.4.5 11:12 PM (210.97.xxx.51)

    감동이 몰려옵니다.

    원글님과 어머님께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5. 자연과나
    '12.4.5 11:19 PM (211.207.xxx.110)

    정말 훌륭하신 어머니시네요. ^^
    존경스럽습니다.

    내가 투표하면 한표를 지겠지만 내가 투표안하면 두표진다.

    노무현대통령께서도 질 수밖에 없는 곳에서 계속 나오셨지요.
    어떤 마음으로 투표하러 가시는지 그 절절함과 의연함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ㅠㅠ

  • 6. 아...
    '12.4.6 12:30 AM (124.56.xxx.159)

    여수 밤바다 들으면서 82 들어왔는데
    글 읽다가 울고 있어요.
    정말 훌륭하신 어머니 건강하세요.
    이번엔 꼭 어머니의 소중한 한표를 얻은 분이 당선되셔서
    기뻐하시는 후기글도 봤으면 좋겠어요.

  • 7. 멋지세요
    '12.4.6 1:05 AM (218.238.xxx.188)

    원글님 어머니와 원글님, 정말 훌륭하세요. 우리 모두가 바라는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랍니다.

  • 8. 무슨
    '12.4.6 1:55 AM (125.135.xxx.67)

    원글과 댓글이
    공산당 자기반성....
    교회 간증...뭐 그런 분위기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2468 김구라 이 사람 정말 짜증나네요. 15 ,. 2012/04/06 3,316
92467 어제 트위터 가입했는데... 트위터 2012/04/06 460
92466 김용민이 압승하겠군요 9 brams 2012/04/06 1,544
92465 여기서 김용민 사퇴 종용하시는 분들 ~~~~~ 7 큰언니야 2012/04/06 780
92464 흰색 정장 하나 있으면 좋을까요? ... 2012/04/06 633
92463 민주당 김용민에 사퇴 강권, 거부, 모종의 조치 예고 5 경향기사 2012/04/06 2,135
92462 조미료 넣어서라도 식당된장찌게처럼 맛있게 해달라눈 둘째아들..... 13 된장찌게 2012/04/06 3,153
92461 통합진보당과 민주 통합당의 다른점... 1 무식이죄 2012/04/06 3,182
92460 박정희가 독도를 파괴하자고 일본에 제안한게 나와요.. 3 주기자에.... 2012/04/06 837
92459 ‘막말’ 김용민 사퇴 여부 선거쟁점 부상 21 폐기수순 2012/04/06 1,072
92458 옥탑방왕세자가 드디어 1위등극했네요 8 꺄악 2012/04/06 1,596
92457 유리포트 안에 걸름망을 깨버렸는데 대신할 아이디어 없을까요 6 ^^ 2012/04/06 740
92456 말실수를 했는데 미치겠어요. 1 트리플소심 2012/04/06 1,064
92455 부활란스티커붙이는 법 1 스티커 2012/04/06 575
92454 시누이 남편을 아주버님, 아니면 서방님 이라 한다던데요 10 ㅡㅡ 2012/04/06 2,477
92453 김용민은 포기 비례는 민주당 10 그렇지 2012/04/06 1,372
92452 가카만 생각할래요. 10 ^^ 2012/04/06 717
92451 4월 6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3 세우실 2012/04/06 612
92450 토요일에 여동생과 쇼핑을 하려고 하는데요. .. 2012/04/06 519
92449 작년 외국나갈때 면세점에서 산 버버리남방 5 드라이 비용.. 2012/04/06 1,428
92448 아이가 친구가 무섭데요 1 무서운 친구.. 2012/04/06 766
92447 오리주물럭재울때 우유에 담그고서는.. 다시시작 2012/04/06 683
92446 노통연극으로는 나꼼수 예고편도 못찍습니다. 39 연극 2012/04/06 1,450
92445 남편분들 출퇴근 시간 얼마나 걸리나요? 31 고민 2012/04/06 2,482
92444 오랜 냉담중인데..풀리지 않는 궁금증들. 카톨릭 신자분들 있으세.. 24 냉담자가 묻.. 2012/04/06 2,6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