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 / 2012-04-05)
“김제동 선생. 70이 넘는 내가 선생이라 부릅니다.
선생의 한 마디가 나 같은 늙은이의 천 마디보다 가슴을 울립니다.
장가가라는 소리 안 할 테니 투표율은 꼭 70% 올려 주십시오.
선생이면 가능합니다. ㅠㅠ
우리 모두 김제동 선생을 성원합시다.”
내가 트윗에 올린 글이다. 진심으로 올린 글이다.
트윗에는 무려 수백 편의 댓글이 올라왔다.
고문 중에서 잠 안 재우는 고문이 가장 심한 고문 중의 하나라고 한다.
군대생활 안 한 사람은 모르지만 해 본 사람은 밤새워 하는 장거리 행군 중에
걸으면서 깜박깜박 졸아 본 경험을 기억한다.
‘대구서 보따리 싸 가지고 올라와 얼떨결에 성공한 촌놈’이 바로 작가 공지영 의 김제동에 대한 설명이다.
김제동은 약을 먹고야 잠을 잔다고 했다. 잠 못 자는 병이 있다. 불면증이라고 한다. 그래서 수면제라는 약도 있다.
하루 24시간을 쪼개 쓸 정도로 바쁜 김제동이다. 몸인들 얼마나 피곤하랴.
그가 천하장사가 아니라면 자리에 눕자마자 바로 꿈속으로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 김제동이 잠을 못 잔다.
약을 먹고서야 잠이 든다고 고백한 김제동. 공지영은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왜일까. 알기 때문이다. 김제동에 관한 많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국민들도 안다. 김제동에 많은 것을 국민들은 마치 자신의 피붙이가 당한 것처럼 모두 안다.
진상의 끝자락이라도 잠시 들춰보자.
국가정보원 직원이 두 차례 직접 찾아왔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은 두 번의 만남에서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 콘서트 사회를 본다는 게 사실이냐.
왜 그것을 굳이 당신이 해야 하느냐. 당신 아닌 다른 사람도 많지 않으냐”며
콘서트 사회를 보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김씨는 그러나 예정대로 5월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1주기 추모 콘서트 사회를 맡았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들은 다들 지금 드러난 그대로다.
여기서 왜 국정원 직원이 김제동을 찾아와 말도 되지 않는(그들에게는 너무나 말이 되지만) 간청을 했을까.
그 이유도 국민은 다 안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들의 초조하고 안타까운 심정을 이해한다고 하자. 그래도 그렇다.
김제동은 자신의 소신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제 사회를 보았다.
범죄행위가 아닌 한 그것으로 끝이 나야 한다. 그러나 끝나지 않고 끝내지 않았다.
김제동은 방송출연에서 줄줄이 하차했다. 집요했다.
국가에나 국민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은 한 명의 방송인이다.
설사 그가 하는 말이 귀에 거슬리다 해도 기분 나쁜 것으로 끝을 내야 한다.
마치 흉악범 쫓듯이 이게 무슨 짓인가. 결국, 얻은 것이 무엇인가. 얻은 것은 욕이요. 잃은 것은 민심이다.
김미화 윤도현 등 이명박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연예인들이 줄줄이 방송에서 쫓겨났다.
거대한 국가권력의 의해서 쫓겨났다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가 가져 온 결과는 무엇인가.
오늘의 국민들이 보고 있는 현상 그대로다.
분명하게 정치적인 접근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이른바 ‘김제동 사건’의 폭풍은 무섭다.
그러나 김제동은 어떤가. 전국을 다니면서 콘서트 사회도 본다. 때때로 방송 시사프로에도 출연한다.
어떤가. 내 눈이 이상해서 그런가. 내가 편향되어서 그런가.
TV 영상에서 마주치는 김제동의 눈동자에서 나는 표현할 수 없는 고독을 보고 고통을 읽는다.
얼결에 성공을 했는지는 몰라도 김제동은 출세했다. 개그맨으로서 최정상에 올랐다.
그뿐이랴. 또 다른 의미에서 국민들로부터 더없이 많은 사랑을 받는다.
세속적으로 말하면 김제동은 어느 누구도 겁내지 않고 살 수 있는 늘어진 팔자다.
그런 김제동이 잠을 못 잔다. 무섭다고 했단다.
잠을 못 자서 괴로운 김제동, 꼭 약을 먹고 잠을 자기 때문에 고통스러운가.
잠을 못 자는 고통보다도 더 큰 고통은 무엇일까.
왜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뭐 잘났다고 고집을 부렸을까.
노무현 대통령 추모제 사회 보지 않았다고 내게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지금 이 고통을 당하는 것이 싸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바로 그 후회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아닐까.
“여기는 봉하마을 비 내려요. 저 노무현 아저씨 보고 싶어요. 이거 죄 아니죠.”
(2011년 5월 22일 새벽 4시 김제동 트윗글)
<진실의길> 지용민 기자가 쓴 기사를 잠시 빌리자.
2003년 2월 6일 김제동이 ‘아침마당’에 출연하게 되었다. 윤도현 러브레터로 방송에 데뷔했을 무렵이었다.
이 방송에는 특이하게 가족들도 출연하게 되었는데 이 사실에 너무 뿌듯했던 어머니는
우연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멀리서 발견하고는 용기를 내어 다가간다.
(당연히) 막아선 경호원을 노 대통령 당선자는 (당연히) 제지하고 김제동 어머니를 만난다.
김제동 어머니 : 윤도현을 아시나요?
노무현 당선자 : 아 윤도현이요. 잘 압니다. 윤도현 어머니 되시나요?
김제동 어머니 : 그럼 김제동은 아세요?
노무현 당선자 : 미안합니다. 김제동은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김제동 어머니 : 나는 윤도현 어머니는 아니고, 윤도현과 함께 TV에 나오는 김제동 엄마 되는 사람인데,
아들 녀석 때문에 TV에 출연하기 위해 서울로 가고 있습니다.
노무현 당선자 : 장한 아들을 두셨네요. 축하 드립니다.
노 당선자와 대화를 나눈 이후, 김제동 어머니는 다시 노 당선자에게로 가서 말한다.
김제동 어머니 : 우리 아들 장차 큰 인물이 될 사람이니까,
내일 아침마당에 출연하는 우리 가족 모습 볼 수 있겠냐고,
만약 볼 수 있다면 나와 꼭 보겠다 손가락 약속을 하자고….
노무현 당선자 : (손가락 약속을 한 상태로) 꼭 보겠습니다.
2011년 노 대통령 서거 2주기 당시 김제동이 트위터로 공개한 노 대통령과의 만남 사진.
그는 대통령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저 비굴한 놈 아니에요. 너무 좋아서 그랬다구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할 말 못하고 하고 싶은 일 못하고 사는 세상이다.
잘난 김제동도 별수 없다.
“김제동 선생, 바보처럼 사십시오.”
이기명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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