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의 인생에서 행복하다고 일컬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대학 붙었을때,
좋은 직장에 취직했을때,
프로포즈 받은 날,
결혼식날,
아기 낳은 날.
대학 붙은 날은 전화로 확인했는데 심드렁했어요. 특차로 넣은건데 발표 전에 대략 합격선을 알고 있었고 안정지원한거니까요. 그래 뭐 새로운 데를 가야하는구나, 좀 귀찮은데? 하는 정도의 마음??
제가 무슨 시험을 붙은게 있는데 그날도 그냥, 다행이다 싶긴 했지만
와와와 너무 좋아 그런 기분은 아니었어요. 이제 이거 해야겠네 직업이 대략 정해졌구나 ㅇㅇㅇ 아빠는 좋아하겠지.
근데 아이고 갈길은 여전히 머네... 귀찮아. 싶었고
남편한테 처음 프로포즈 받은 날도 나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 좋기는 했지만
이제 그럼 다음 단계로 엄마한테 말해야되나?
예스라고 말하나? 엄마가 안된다면 어쩔까??
아 챙피한데... 했었고
결혼식날은 완전 기분 엉망이었어요. 결혼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었고 신혼여행 가고 싶지도 않고 피부도 엉망이고 잠도 부족하고...
아기 낳은 날은 유도분만하러 갔는데 그 전 한달 정도 동안 덜덜덜 떨고 있는 상태였어요.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기절하면 어쩌지?? 하다 결국 수술했고
아기랑 처음 만나는 순간도 휴 다행 이제 끝났네 하긴 했지만 엄청난 통증 때문에 잠깐, 근데 나 회복되는거 맞아??? 이렇게 평생 사는거면 어떻게 해??? 하고 제 걱정밖에는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아기는 보면 그냥 부서질까 무서워서 걱정스럽기만 했어요...
크게 꺄악 너무 좋아 하는 순간이 별로 없었어요.
사실 한번도 없었던 듯.
한달 동안 엄청 노력을 투자했던 신혼집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순간에도, 회사에서 승진한 순간에도, 처음으로 갖고 싶은 명품백을 손에 넣은 순간에도, 헤어스타일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예쁘게 나왔던 때도, 진짜 맛있는 디저트를 먹었던 때도
그렇게 행복하다 좋다 이 순간이 영원했음 좋겠다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그런 표현 많이 쓰잖아요.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제가 타고나기를 행복을 잘 못 느끼는 뇌로 태어났다거나 그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