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밤바람이 유리창에 와서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저는, 오랫만에 하얀 이력서를 꺼내들었어요.
처음엔 워드프로세서로 칠까 하다가, 잉크가 잘 안나와서 (얼마전에 7000원 주고 다시 갈음)그럼에도 글씨가 잘게잘게 쪼개져 나오길래, 그냥 직접 볼펜을 들고 이력서를 썼어요.
어디어디 고등학교 졸업하고, 사이버로 2년제대학졸업하면서 그동안 취득한 자격증들과 십여년전에 다녔던 병원 적어대고,, 그러다보니, 아이를 언제 낳은것까지 적어야 하나 하다가, 이런 내자신이 너무 촌스러워지는 마음을 수습하고 이미 인적이 오래전에 끊겨버린 길가를 한번 내다보다가 이불속에 누워 잠이 들었어요.
그리고, 오늘 면접을 보려고 창문을 내다보니, 비바람이 많이 부네요.
사선으로 길게 빗겨져 내리는 저 많은 빗줄기들..속을 뚫고 갈까 하다가, 마음먹었을때 한번 가보자 !하고 길을 나섰어요.
버스가 마침 눈앞에서 한대 지나가고, 두번째 버스를 기다려 차에 올라타고 보니, 초조해지는 마음..
아침 9시부터 12시30분까지 병원에서의 알바..
이정도면 아주 괜찮은거야 라고 스스로 다짐해가면서 성모송을 외우면서...
갔더니, 저말고도 몇명의 면접자들이 어제오늘 다녀갔나보더라구요...
제가 뽑힐지 안뽑힐지는 모르지만,
저는 어쨌든 비바람 부는 길을 뚫고 갔어요.
집에 오는길은, 비바람도 많이 가라앉아, 이제는 저멀리 머리위에 까치둥지를 이고 선 몇그루의 나무들이 선들선들 흔들리는 오후입니다.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1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