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중학교동창이면서 고등학교도 같이 진학한 친구에게 오랫만에 전화했었어요.
그동안, 하나였던 아이가 둘이 되고, 둘이었던 아이가 셋이되었더라구요.
그런데, 그 친구가...
첫날은 반가워하면서 전화를 받더니, 그뒤론 전화를 할때마다,
"나,지금 바쁘거든..."
하는거에요.
아이가 셋이면 한때는 자취도 같이 하고,결혼전까진 서로 잘 지냈는데..
그 작년여름의 마지막 전화를 끝으로 저도 전화를 하지 않았네요.
그친구도 제 전화번호를 알텐데도 한번도 직접 하지 않았구요.
"그래,,알았어.."
"응"
최대한 상냥하게 대답하고 오랫동안 그자리에 앉아있었어요.
무엇인진 모르지만, 그뒤론 두번다시 전화를 해선 안될것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가끔 생각나면, 꼭 목에 걸린 생채기처럼, 뭔가 나를 아프게 하는 친구.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친구네 막내딸도 이젠 제법 커서 어린이집 다니겠다, 하는 생각이 종종 납니다..
그친구네 집에 가면 가장 단순한 스타일로 만들어진 양은수저가 놓여진 저녁밥상이 떠오르고, 세계문학전집이 오크빛 책장서재속에 빼곡이 들어차있던 불기없고, 조용한 단조로운 오후가 생각나는 봄비내리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