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 안되는 날

호두머핀 조회수 : 571
작성일 : 2012-03-30 16:05:35
밖에 비도 오고, 일 안되네요. 

아래 어떤 분이 글 쓰신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오늘 반차 내고 건축학개론 조조로 혼자 봤거든요.

지난 주에 고등학교때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서 엊그제 점심에 만났어요. 열 일곱살 때 같은 반이었는데, 이제 그 만큼 나이를 더 먹었네요. 중간에 한 번도 안 본건 아니고, 한  6~7년 전쯤 고향에서 한 번 만났던 것 같아요. 그 아이도 저도 다 잘 되었어요. 서로 잘 사는 것 보니까 좋았어요. 옛날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요즘 하는 일 이야기 많이 하고, 재미있었어요. 말 끝에 친구가 건축학개론 재미있더라, 하길래 난 영화 언제 봤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말았지요. 

그렇게 동네 식당에서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이제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 해서 잘 지내라고 했어요. 
또 앞으로 서로 바쁠 꺼니까 한 이십 년 있다가 보자, 하하 웃으면서 헤어졌지요.

아주 날카로운 친구였는데, 문자 끝에 ^^ 이런 것도 붙이고, 둥글둥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맘이 좋았어요. 그 때 봤던 모습대로 사는게 좋아보인다는 그 친구의 말도 기쁘게 들렸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고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헤어졌어요. 고등학교때는 잘 지내다가 어색한 사이였었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옛날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앞 뒤 맥락 없이 그냥 어떤 이미지만 남아있어요. 제가 기억하는 건, 기말 고사 첫 날인 고 1 생일에 아무도 없던 교실에서 그 친구가 저에게 생일 선물로 책을 주는 장면, 한 동안 어색하게 지내다가 졸업 무렵에 제 졸업 앨범에 메세지를 적어주는 장면, 그리고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날이 하필! 만우절이었다는 사실. 
^^

저를 좋아했었는지, 우리가 왜 어색해졌었는지, 갑자기 왜 연락했는지 묻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물어보겠지만, 건축학개론 보고 나니까 왜 우리는 나이들어가는데, 우리의 마음은 늙지 않는지... 문득 묻고 싶어집니다. 




IP : 210.107.xxx.1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9968 선거에 별관심도 없었는데.유세현장에 .. 2 joy 2012/03/31 1,270
    89967 양파,배 말고 사과 넣어도 괜찮나요? 3 갈비찜 2012/03/31 1,113
    89966 뉴스타파 10회 - 민간인 사찰 3 1 늬우스 2012/03/31 928
    89965 오늘 넝쿨에서 김남주흰색 후드티어디거일까요 1 rte 2012/03/31 1,477
    89964 순박하다는말 어떻게 들리시나요 10 ... 2012/03/31 1,624
    89963 넝쿨째 굴러온 당신.. 질문이요. 4 귀남사랑 2012/03/31 2,187
    89962 만우절이네요^^ 4 내일 2012/03/31 794
    89961 속보]여야 '민간사찰' 특검합의…실제 도입은 미지수 1 뭥미 2012/03/31 753
    89960 선거운동원 하고 있는데, 생활의 질이 확 떨어지네요 ㅠ.ㅠ 9 ... 2012/03/31 2,866
    89959 더러븐 종쥐알바들!!!!!!!!!!!!!!! 아놔...... 2012/03/31 836
    89958 요새 김영모빵 별로지않나요? 4 와플매냐 2012/03/31 2,461
    89957 숫자 저같이 암기하시는 분 계세요? ㅇㅇ 2012/03/31 1,082
    89956 조만간 연예인 사건사고 터질 것 같아요 1 반지 2012/03/31 2,325
    89955 주진우 기자 책 받으신 분들 어떤 싸인인지 좀 알려주세요. 16 나거티브 2012/03/31 1,719
    89954 한겨례가 노무현정부 사찰건을 확실하게 정리해주시네요.. 1 .. 2012/03/31 1,353
    89953 맞벌이하다가 외벌이 10년 2 ㅇㅇ 2012/03/31 3,215
    89952 집안에서 사위의 입김이 어느 정도 쎌수 있는걸까요?? 4 궁금 2012/03/31 1,407
    89951 분당에 치아바타 빵 .. 9 2012/03/31 2,577
    89950 5인가족 생활비 14 미쿡 2012/03/31 5,167
    89949 은근히 기분 나쁘네.. 28 별달별 2012/03/31 10,199
    89948 인천 용현동 물텅벙거리 맛집 2 인천 2012/03/31 1,935
    89947 주진우기자님 책 사셨나요? 11 반지 2012/03/31 1,275
    89946 한국경제tv에대해잘아시는분.. 1 2012/03/31 757
    89945 지구촌 전등끄기 운동에 참여중이예요.. 7 ^^ 2012/03/31 1,053
    89944 고대녀 근황!! 2 리민 2012/03/31 2,6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