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 안되는 날

호두머핀 조회수 : 539
작성일 : 2012-03-30 16:05:35
밖에 비도 오고, 일 안되네요. 

아래 어떤 분이 글 쓰신 거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오늘 반차 내고 건축학개론 조조로 혼자 봤거든요.

지난 주에 고등학교때 친구에게 갑자기 연락이 와서 엊그제 점심에 만났어요. 열 일곱살 때 같은 반이었는데, 이제 그 만큼 나이를 더 먹었네요. 중간에 한 번도 안 본건 아니고, 한  6~7년 전쯤 고향에서 한 번 만났던 것 같아요. 그 아이도 저도 다 잘 되었어요. 서로 잘 사는 것 보니까 좋았어요. 옛날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고 요즘 하는 일 이야기 많이 하고, 재미있었어요. 말 끝에 친구가 건축학개론 재미있더라, 하길래 난 영화 언제 봤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말았지요. 

그렇게 동네 식당에서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졌습니다. 이제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 해서 잘 지내라고 했어요. 
또 앞으로 서로 바쁠 꺼니까 한 이십 년 있다가 보자, 하하 웃으면서 헤어졌지요.

아주 날카로운 친구였는데, 문자 끝에 ^^ 이런 것도 붙이고, 둥글둥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맘이 좋았어요. 그 때 봤던 모습대로 사는게 좋아보인다는 그 친구의 말도 기쁘게 들렸어요. 

아주 자연스럽게 만나고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헤어졌어요. 고등학교때는 잘 지내다가 어색한 사이였었는데. 이상하게 점점 더 옛날 일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앞 뒤 맥락 없이 그냥 어떤 이미지만 남아있어요. 제가 기억하는 건, 기말 고사 첫 날인 고 1 생일에 아무도 없던 교실에서 그 친구가 저에게 생일 선물로 책을 주는 장면, 한 동안 어색하게 지내다가 졸업 무렵에 제 졸업 앨범에 메세지를 적어주는 장면, 그리고 다른 친구로부터 그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날이 하필! 만우절이었다는 사실. 
^^

저를 좋아했었는지, 우리가 왜 어색해졌었는지, 갑자기 왜 연락했는지 묻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물어보겠지만, 건축학개론 보고 나니까 왜 우리는 나이들어가는데, 우리의 마음은 늙지 않는지... 문득 묻고 싶어집니다. 




IP : 210.107.xxx.1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8413 산부인과 질문요~ 1 산부인과 2012/03/30 749
    88412 기자들 열받았다네요.. .. 2012/03/30 1,268
    88411 사찰하지 마라 ㅋㅋㅋㅋ 2012/03/30 571
    88410 여수 밤바다 --- 아 ㅜㅜ 눈물날 것 같아요 ㅜㅜ 명곡탄생 11 버스커버스커.. 2012/03/30 2,570
    88409 속보-민주당 "문대성 이어 정우택도 논문 표절".. 9 참맛 2012/03/30 2,200
    88408 2009.6.14 신경민의 뉴스데스크 클로징 멘트 1 탱자 2012/03/30 823
    88407 "오리고" 커튼 해보셨나요? 파란토마토 2012/03/30 1,584
    88406 KBS새노조 "<조선일보>가 문건 달라 해... 5 참맛 2012/03/30 1,301
    88405 스타킹 신고 오픈토 힐 신으면 촌스러울까요?? 10 전 괜찮던데.. 2012/03/30 7,138
    88404 오일풀링 효과가 없는분은 안계시나요? 6 오일풀링 2012/03/30 12,650
    88403 초3 여아 방문미술 추천 부탁합니다 방문미술 2012/03/30 1,530
    88402 결혼식 축의금 얼마 (저랑, 아이둘) 12 저두요. 2012/03/30 1,475
    88401 李대통령 "대학생 사채이용 현황 파악" 지시 9 세우실 2012/03/30 1,088
    88400 제가 이상한건지 봐주실래요? 220 택배 2012/03/30 14,578
    88399 스테인리스 수조가 세균번식에서 안전하다는 말 어이가 없네요. 4 정수기 수조.. 2012/03/30 2,577
    88398 김용민님 후원계좌 열렸네요^^ 7 무크 2012/03/30 1,479
    88397 ‘불법사찰 폭로’ KBS새노조 징계위 회부 6 ㅡㅡ 2012/03/30 848
    88396 모터백 워크 어떤가요? 1 나비부인 2012/03/30 1,043
    88395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할 동영상 4 꼭보세요! 2012/03/30 914
    88394 초등5학년 남자아이 담임 선생님땜에 학교가기 힘들어 해요. 7 .. 2012/03/30 1,954
    88393 코스트코 환불시 영수증 없으면 안되나요? 4 .. 2012/03/30 2,524
    88392 30대초반녀..건강검진 받으려고 하는데요 2 건강 2012/03/30 714
    88391 참여정부 인사는 ‘축출용’ MB정부 인사는 ‘충성 검증용’ 1 세우실 2012/03/30 690
    88390 시어머님과 스마트폰 16 .... 2012/03/30 2,948
    88389 분당 옷수선집 4 옷수선 2012/03/30 2,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