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색깔론으로 재미를 본 경우는 거의 없어 당내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색깔론은 이번 총선에 불출마 하기로 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거취 결정에 '경기동부연합'이라 불리는 계파가 관여했다는 지난 26일 보수 언론의 보도가 발단이 됐다.
보도 이후 새누리당은 발빠르게 논평을 내고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야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선거대책위원회 이상일 대변인은 "한미동맹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놓고 묵념하는 세력, 이런 세력이 민주통합당을 좌지우지하는 통합진보당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의 장래를 걱정하는 다수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라며 색깔론에 불을 지폈다.
조윤선 대변인도 "김일성의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며 경기동부연합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도 27일 "이번 총선은 첫째로 이념 투쟁이냐, 민생 우선이냐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지금 야당은 철지난 이념에 사로잡혀서 국익을 버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 대변인은 다시 한번 논평을 내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야당을 비판했다.
김형오 선대위 고문도 "왜 북의 김정일 김정은 삼대 세습체제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지, 붙잡혀 총살 당하는거 알면서도 탈북자 문제를 외면하고 미사일로 도발하는 행위에 대해 말한마디 못하는 지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고 힘을 보탰다.
핵안보 정상회의, 천안함 2주기,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안보이슈가 부각된 점과 야권연대 과정에서 종북 논란이 불거진 점 등이 새누리당이 다시 한번 선거 정국에서 색깔론 카드를 꺼내든 배경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치러진 선거에서 색깔론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장 지난해 치러진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당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를 종북 좌파로 몰아세우며 색깔론을 폈다.
당시 홍준표 대표는 "지금 북한이 박원순을 서울시장 만들기 위해 열심히 찬양하고 있지 않냐"며 "서로 말하진 않지만 뜻이 통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선거결과는 참패였다.
지난 2010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은 야당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며 색깔론 공세를 폈지만 오히려 역풍만 맞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색깔론 공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중앙선대위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은 "색깔론은 선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야당의 이념 문제를 한번 짚어주는 것일 뿐 색깔론으로 선거를 치를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조동원 홍보본부장도 "색깔론은 국민들에게 과거로 회귀하는 인상을 심어준다"며 "변화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서 색깔론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박 위원장의 발언은 색깔론이 아니라 야권연대로 표를 얻기 위해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등 자신들이 내세운 정책도 뒤엎는 행태를 비판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박 위원장은 야당이 이념에 얽매여 중요한 정책을 뒤바꾸지 말고 국익과 민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