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회식 후 코 끝에 파운데이션 묻히고 돌아온 남편

위로가필요해요 조회수 : 4,207
작성일 : 2012-03-24 21:12:23

제목 그대로입니다.

요즘 연일 회식입니다.

목요일 저녁 늦은 밤까지 잠 못이루다가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총알처럼 뛰어나와 남편을 맞이하였습니다.

하루일과를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남편 곁에 앉아 남편 얼굴을 보니

아, 코 끝에 파운데이션을 묻혀서 왔더군요.

제가 화장했을 때 저와 키스를 할 때와 같은 모습이더군요.

순간 제 안색이 변했던가봅니다.

무슨 일 있냐더군요.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왜 내게 미안할 짓하냐고 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잡아떼다가

그냥 단순한 일이다. 걱정할 상황 아니라고 하는데

기가 탁 막히더군요.

제 남편 알콜 분해 못합니다. 술도 안마신 사람이

맨정신에 오늘 처음 본 노래방 도우미랑 그러고 와서는

그저 그 여자가 장난친 거라니

아, 글로 쓰다보니 새삼 몸이 떨리네요.

그밤 저는 눈물 흘리며 뒤척이는데

남편은 침대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자더군요.

쉽게 잠 못드는 편이라서 항상 텔레비전 켜서 보다가 잠드는 사람이

그날은 눕자마자 자는데 별별 상상이 다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이틀을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리 아픈데

천연덕스러운 듯 행동하는 남편을 보니

속에서 울컥울컥 합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은데

차마 친구에게도 동료에게도 이웃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는 꺼낼 자신이 없습니다.

저 혼자 삭이려니 너무 힘들어서

친정같은 82에 풀어놓습니다.

더 엉망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사랑하는 저입니다.

심하게 추궁하지도 못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만 부탁한 제 자신이 

그 후로 무심코 내뱉는 말들에(엄마가 삐쳤기 때문에 아버지가 너희 외식 시켜준다 따위의)

톡 쏘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상처입는 제 자신이

오늘따라 참 모자란 것 같습니다.

이와중에

저 업무 잔뜩 가져와서

월요일까지 해야하는 일해야하는 상황인데

큰애가 할머니댁 가고싶다니까

남편이 반색하며

그럼 내일 할머니댁에 가서 엄마 좋아하는 것도 먹으러 가자네요

헉, 지난 주에 다녀온 시댁에  내일 시댁까지 가야할 지경입니다.

  

IP : 125.178.xxx.7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상황이
    '12.3.24 9:15 PM (1.251.xxx.58)

    루돌프 사슴도 아니고
    코끝에 파운데이션이라.....흠....

    어떤 상황이었는지 일단은 들어봤어야하는데
    님이 무작정 너무 추궁한것 같습니다...그러면 사건이 어떻게 됐는지 알수가 없잖아요..

    남편이 여자를 좋아하는 스타일인가봐요?
    뭔가를 잡을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 기회가 완전 망가져버린것 같네요.
    남편이 다음에는 완전히 조심하겠는걸요. 할일은 다하고,조심만 한다는거죠.

  • 2. ...
    '12.3.24 9:20 PM (114.207.xxx.186)

    딴 소리지만 아무리 키스라고 해도 립스틱도 아니고 화운데이션이 얼굴에까지 묻나요?

    그리고 맨정신에 그런거라면 단순한 노래방 여인은 아니네요...마음을 좀 다잡으셔야겠어요.

  • 3. 그저
    '12.3.24 9:20 PM (121.130.xxx.87)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신가보다 하는 생각이...- -

    저라면 그자리에서 패죽이고 지금쯤 감방에 들어앉아 있을것 같은데.

  • 4. 상황이
    '12.3.24 9:26 PM (1.251.xxx.58)

    아무래도 여자 코가 컸나보죠뭐...높였나?

  • 5.
    '12.3.24 9:27 PM (115.140.xxx.84)

    속도 시끄러운데 왠 시댁?

    남편분 스리슬쩍 넘어가시려는듯‥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같은일 반복안됩니다

    내일 두분 야외라도 나가셔서 확실히 얘기힌셔요

  • 6. ㅇㅁㅁㅁ
    '12.3.24 9:39 PM (122.32.xxx.174)

    심각한 상황인데, 첫댓 구절중 루돌프 사슴코라는 대목땜시 빵 터졌어요 -.-;;;;;

  • 7. 아니
    '12.3.24 10:02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왜 싫다고 말을 못하세요 ㅠ.ㅠ

  • 8. 위로가필요해요
    '12.3.24 10:07 PM (125.178.xxx.73)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많이 사랑하는 남편인데
    12년 살아오면서 큰소리로 싸움 한 번 못했었어요.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니라
    병신 바보같아요.

  • 9. 에고...
    '12.3.24 10:09 PM (58.123.xxx.132)

    이 와중에 시댁에 가면 마음상한 티도 못내고 호호 웃다가 오셔야 할텐데 왜 가세요...
    그냥 난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못 가겠다고 얘기를 하세요. 아이들에게두요.
    아빠가 엄마에게 하면 안되는 실수를 해서 엄마가 화가 났다고 얘기를 먼저 하세요.
    안 그러면 괜히 애들한테도 엄마가 그냥 삐친 사람이 되잖아요. 제가 안타까워요..

  • 10. 힘 내세요
    '12.3.24 11:10 PM (175.121.xxx.40)

    마음 아파하시는 게 보여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네요.

    남편분을 많이 사랑하고 계신데, 실망이 크셨겠어요.
    게다가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니...

    시댁 가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편분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해보셔야 겠어요.
    어디선가 매듭을 지어야죠.
    실망한 마음으로, 두려운 마음 때문에 자꾸 미루시다 보면 아무것도 해결되는 게 없어요.

  • 11. 어휴..
    '12.3.25 1:42 AM (180.67.xxx.23)

    잘때 한대 패주시지 그러셨어요.
    한동안 삐쳐 있으세요. 낼 시댁 가지마시구요.
    누굴 진짜 부처인줄 아나...
    남자들 다 철딱서니도 없고 여자맘 도 몰라주는 바보벼~~엉신 들입니다.
    내가 다 화가나요..'''!!!!!

  • 12. 원글입니다
    '12.3.25 8:51 PM (125.178.xxx.73)

    실망한 마음 두려운 마음 때문에 자꾸 미루었던 것 맞아요.
    오늘 아침부터 일찍 상차리고 저 혼자 훌쩍 나갔다가
    점심에 남편과 이야기 했어요.

    마음의 상처가 나기 전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두 동강이 나고도 다시 붙어 가느다란 실금만 남긴 비자목 바둑판처럼
    이 가정 잘 지키고 나중에 이런 일도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해주신 고운82님들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8877 교육보험 만기로 타 보신 분 계세요? 5 오랜 세월 2012/03/28 1,904
88876 젊잖다라는 말은 없어요 3 ~~~ 2012/03/28 1,559
88875 조금 더 좋은집으로 이사가고 난후. 5 따뜻한 저녁.. 2012/03/28 3,212
88874 유아들에게 사용하기 좋은 어플 추천해주세요. 2 어플추천 2012/03/28 851
88873 범계역주변에 삼겹살 잘하는 식당 추천해주세요~ 범계역 2012/03/28 580
88872 고등학생 보험 다들 있으신가요? 7 보험 2012/03/28 1,076
88871 한국이 살기 힘든건 맞는데 그 이유가 뭐냐면요 83 비교 2012/03/28 15,095
88870 네티즌들 머리 참 좋네요 3 ... 2012/03/28 1,589
88869 주진우한테 딱걸린 BBK검사들 신영철 대법관에게 탄원서 보내 11 밝은태양 2012/03/28 1,859
88868 다른 나라도 일부 빼고는 죽어라 일해야 먹고사나요? 7 ... 2012/03/28 1,512
88867 배달 완료라고 뜨는데 택배는 받지도 못하고..ㅠㅠ 8 택배 사고?.. 2012/03/28 2,320
88866 4대강 전도사들 찍지마 구럼비 2012/03/28 658
88865 82님들 부러워요 2 렌지 2012/03/28 972
88864 4인가족 화장실이 꼭 두개여야 할까요? 20 주택질문 2012/03/28 4,317
88863 쌍꺼풀수술 매몰법과 부분절개 4 고민 2012/03/28 3,090
88862 아이가 열나고 목아픈데.. 4 .. 2012/03/28 1,044
88861 선관위 “박근혜, 카퍼레이드한 사실 있지만 불법 아니다” 9 세우실 2012/03/28 1,383
88860 여기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제 자신이 초라해져요 12 2012/03/28 3,573
88859 중요한 시기인데 연애하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4 스님 2012/03/28 1,569
88858 <속보>방문진, 김재철 MBC사장 해임 부결 2 그럴 줄 2012/03/28 1,566
88857 이촌2동 1 질문 2012/03/28 1,443
88856 그럼 비 올 때 무슨 신발 신나요? 1 미리 걱정 .. 2012/03/28 1,415
88855 김재철 해임안 부결되었네요. ㅠ.ㅠ 6 재처리쓰레기.. 2012/03/28 1,422
88854 [원전]후쿠시마 · 미야기 양현 11 가구 식사에서 방사성 세슘.. 3 참맛 2012/03/28 1,164
88853 토스트기 추천 좀요~!못 사고 있어요! 6 꼭 댓글요!.. 2012/03/28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