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입니다.
요즘 연일 회식입니다.
목요일 저녁 늦은 밤까지 잠 못이루다가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총알처럼 뛰어나와 남편을 맞이하였습니다.
하루일과를 일상적으로 이야기하는 남편 곁에 앉아 남편 얼굴을 보니
아, 코 끝에 파운데이션을 묻혀서 왔더군요.
제가 화장했을 때 저와 키스를 할 때와 같은 모습이더군요.
순간 제 안색이 변했던가봅니다.
무슨 일 있냐더군요.
먼저 사과부터 하라고
왜 내게 미안할 짓하냐고 했습니다.
남편은 처음에 잡아떼다가
그냥 단순한 일이다. 걱정할 상황 아니라고 하는데
기가 탁 막히더군요.
제 남편 알콜 분해 못합니다. 술도 안마신 사람이
맨정신에 오늘 처음 본 노래방 도우미랑 그러고 와서는
그저 그 여자가 장난친 거라니
아, 글로 쓰다보니 새삼 몸이 떨리네요.
그밤 저는 눈물 흘리며 뒤척이는데
남편은 침대에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자더군요.
쉽게 잠 못드는 편이라서 항상 텔레비전 켜서 보다가 잠드는 사람이
그날은 눕자마자 자는데 별별 상상이 다 떠올랐습니다.
어떻게 이틀을 지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리 아픈데
천연덕스러운 듯 행동하는 남편을 보니
속에서 울컥울컥 합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하소연하고 싶은데
차마 친구에게도 동료에게도 이웃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는 꺼낼 자신이 없습니다.
저 혼자 삭이려니 너무 힘들어서
친정같은 82에 풀어놓습니다.
더 엉망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사랑하는 저입니다.
심하게 추궁하지도 못하고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만 부탁한 제 자신이
그 후로 무심코 내뱉는 말들에(엄마가 삐쳤기 때문에 아버지가 너희 외식 시켜준다 따위의)
톡 쏘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속으로만 상처입는 제 자신이
오늘따라 참 모자란 것 같습니다.
이와중에
저 업무 잔뜩 가져와서
월요일까지 해야하는 일해야하는 상황인데
큰애가 할머니댁 가고싶다니까
남편이 반색하며
그럼 내일 할머니댁에 가서 엄마 좋아하는 것도 먹으러 가자네요
헉, 지난 주에 다녀온 시댁에 내일 시댁까지 가야할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