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에게...(넋두리예요)

일기장 조회수 : 1,010
작성일 : 2012-03-22 17:00:30

무슨 말 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잘 감이 안오네..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것도 참 오랜만인거 같은데..함께 살 부딪히며 살면서도 이렇게 마음 속 말을 하는것이 어려운 일이라는걸 새삼 느껴..

 

요즘 당신은 어떻게 지내?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 어느때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거 같아..

 

활기차고 건강하고 즐거워..

 

근데 난..요즘 행복하지가 않아. 사실 많이 우울하고 슬퍼..

 

마음이 늘 지옥에서 천당을 왔다갔다 해..

 

사람들은 살면서 절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가 하나씩은 다 있는거 같은데 ,

 

난 그 상자를 열어버린거 같아..비록 내가 당신을 용서하기로 했지만..그래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척 살고 있지만..

 

돌아보면 ..

 

나와 당신이 함께 산 10년의 세월..

 

난 그동안 누구보다 행복하고 남 부럽지 않도록 잘 살아왔다고 자부했어.

 

근데,

 

그건 나의 허영이고 자만이었던거 같아..

 

허울 좋은 ..그냥 껍데기만 번드르르한 ..

 

모래성 같은거지..

 

지금 당신에게 나와 아이들은 어떤 존재일까?

 

생각해보면..

 

그냥 우린 예쁜 장식품일 뿐이지..

 

집 안 어느 한 장소에 두면 잘 어울리는..

 

근데

 

이 장식품들이 시간이 지나고 , 좀 오래된거 같고, 유행에도 뒤처진거 같아,

 

자꾸 먼지 쌓이고..

 

원래의 자리에서 멀어져 구석진 곳,

 

그 어느 곳에 그냥 밀어두고 싶은..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그런 장식품들..

 

밖에는 더 예쁘고 근사한 것들도 많고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는 장난감들이 넘쳐나는데..

 

뭐..

 

그냥 그렇게 두면 어때?

 

발이 달려서 도망갈 것도 다니고..그런 생각을 하겠지..

 

근데..

 

어느 날,

 

무심코 지나치다 먼지 뽀얗게 쌓인 그 장식품을  건드려 떨어뜨리게 되면..

 

그때 깨닳겠지..

 

어디서도 다시 살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는걸..

 

그땐 이미 너무 늦을텐데..

 

난 ..알아..

 

당신이 우릴 어떻게 생각하는지..날..그리고 아이들을..

 

회사에서 매일 늦는 것도 결코 일이 많아서가 아닌것도 알아..

 

그건 예전 회사에서 부터 죽 그랬지..

 

그래..

 

집에 와서 아이들 소리 지르고 싸우고 울고..

 

내가 아이들 혼내고.. 지겹겠지..

 

오고 싶지 않을거야..쾌적하지 못하니까..

 

차라리 회사에서 일 없어도 인터넷 보고 ..운동하고..저녁 먹고 사람들 하고 술 한잔 하고..

 

그러고 집에 오면 애들은 어느새 잠들어 있고..

 

고요한 속에서 또 적당히 술 한잔 하다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 늘 아빠한테 목마른 아이들이 달려들면

 

머리나 한번 쓰다듬어 주고..

 

당신은 참 좋겠다..

 

그렇게 도망갈 수 있어서..

 

알까?

 

우리 딸이 이번에 몇반이 되었는지..

 

짝꿍 이름은 뭔지..

 

막내는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아이들이 하루에 몇번이나 당신 이야기를 하고

 

혹시 오늘은 아빠가 일찍 오지 않나..기다리는지..

 

우리 ..

 

이제 10년이 되었어..

 

지금 한번쯤 돌아보고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어떤 부모였는지..

 

어떤 부모가 되어줄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그리고.

 

서로에게도..

 

난 당신의 진심이 듣고 싶어.

 

어떤 삶을 원하는지..그런 다음에 결정할 거야.. 내가 어떻게 살지..

IP : 122.35.xxx.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000
    '12.3.22 6:20 PM (220.93.xxx.95)

    우울하신가봐요 기운내세요
    원만히 해결하셨음 좋겠어요

  • 2. ㅇㅇㅇ
    '12.3.22 8:06 PM (121.130.xxx.78)

    마음이 아프네요.
    그 언제가 내가 남편에게 썼던 편지를 다시 읽는 듯한 기분에...

  • 3. 저희는
    '12.3.22 8:59 PM (128.134.xxx.90)

    맞벌이고 남편은 일욕심도 사람욕심도 많아요
    저는 그냥....니는 인생의 반(일과 집밖의 삶...)만 극대화해서 사는구나.
    이 좋은 아이 살냄새도 모르고 눈 맞추고 웃는 즐거움도 모르고
    평생살다 죽겠구나..
    이런 생각해요. 나름 짠하지 않나요?
    지금은 아빠를 고파하지만 곧 불러도 곁에 안올 자식들인데
    지금 못누리면 평생 모를 귀한 것을 그냥 흘려보내고
    마눌이라고 방치해둔 여자가 밖에서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인지(죄송...스스로 위로하기 위한 자뻑모드니 이해 바라요.)
    하나도 모르고 자기만의 일에 빠져있는 삶이라니..
    반쪽자리 불쌍한 삶을 사는구나..
    스스로 이렇게 위안해요.

  • 4. ...
    '12.3.23 11:52 AM (211.195.xxx.204)

    제가 쓴 편지인줄 알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5206 거북이가 열쇠를 갖고 다리를 건너서 나에게온다. 7 ... 2012/03/22 1,685
85205 더킹에서 기타치면 부르던 노래요.. 2 방금 2012/03/22 1,236
85204 짐 옥탑방 왕세자를 보는데요.. 10 ^^;; 2012/03/22 2,450
85203 블로그를 찾습니다 2 csi도움절.. 2012/03/22 1,819
85202 남편에게 닥친 시련에 위로할수 있는 현명한 방법 알려주세요 5 어쩌죠 2012/03/22 2,121
85201 저는 거북이,.키를 가지고 3 나에게모성애.. 2012/03/22 1,307
85200 초3, 수목드라마 시청을 어떻게 말려야 할까요? 6 치즈 2012/03/22 1,160
85199 차인표가 좋아졌어요. 7 ..... 2012/03/22 2,078
85198 이 시간에 자장면 시켰어요. ㅠㅠ 18 미친거지 2012/03/22 2,236
85197 과민성대장증후군인가봐요...좋은 방법 추천 부탁 3 ㅠㅠ 2012/03/22 2,214
85196 스탠드 어떤게 좋을까요? 2 초등저학년 2012/03/22 694
85195 이런증상은 몰까요? 혹시 저같으신분 위로좀 해주세요 2 나이탓 ? .. 2012/03/22 1,630
85194 82쿡이 여론 몰이하기가 정말 쉽죠 48 wind 2012/03/22 2,442
85193 금연중인데 공복감이심해요 2 금연중.. 2012/03/22 1,185
85192 82쿡 여러분! 잠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sh1 2012/03/22 564
85191 은행 이체 잘못했을 경우에.. 4 나바보.. 2012/03/22 2,228
85190 아이가 눈썹있는데를 많이 다쳤어요. 분당 성형외과 추천요.. 4 마음이아파요.. 2012/03/22 1,691
85189 치아교정, 굳이 권하지 않는다는데.. 질문 있어요.. 2012/03/22 1,397
85188 어느비데가 괜찮은가요? 1 비데 추천 2012/03/22 439
85187 엠비가 망친 언론, 이렇게 바꿔보자!! 2 도리돌돌 2012/03/22 377
85186 거북이 심리테스트 신랑한테 괜히 해봤어요 ㅠㅠ 14 에라이 2012/03/22 4,526
85185 지금 남편과 다음 생에도 함께 하실 건가요? 28 0000 2012/03/22 2,638
85184 돈많으면 행복하겠죠..??ㅋㅋ 13 ... 2012/03/22 2,986
85183 11월생 5세 남아 유치원이냐 스포츠단이냐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4 고심 2012/03/22 1,265
85182 거위털이불 질문있어요-답글갈망 ^^;; 5 추워요 2012/03/22 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