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한 암기과목 선생님 얘기입니다.
이 과목 중간 시험점수는 지필 90점 발표점수 10점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이 선생님 시간이 오면 아이들은 6~7 모둠으로 나눠 앉습니다.
한 모둠에 구성원은 남셋 여셋씩 여섯이고요.
발표점수는 모둠점수와 개인점수를 합산하여 주어집니다.
두 점수를 합산하여 10점을 따야 한다는 거지요.
문제는 선생님의 방식이
잘했을때 점수를 가산하는 플러스 시스템과 함께
못했을때 점수를 깎는 마이너스 시스템을 함께 가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모둠원 가운데 한 명이 잘못해서 모둠 점수가 팍 깎이면
잘못하지 않은 다른 모둠원까지 고스란히 그 피해를 뒤집어쓰는 연대책임제까지 채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요,
매수업 토론주제가 주어집니다.
타이머가 울리면 이런저런 방식으로 모둠원 가운데 한명이 지명되어 나가는데
이 아이가 발표를 잘 못하면 모둠점수가 최대 15점이 감점됩니다.
이렇게 집계된 모둠점수는 3점당 1점씩으로 계산되어 아이들의 개인점수에 합산됩니다.
모둠점수가 15점이면 아이마다 5점이 가산되고
-15점이면 아이마다 5점이 깎이게 되는 셈이지요.
이 외에도 모둠의 특정 아이가 공책필기가 안되어 있으면 모둠 점수가 -5점이 됩니다.
선생님이 이름을 쓰라고 지정해놓은 교과서의 특정 페이지 특정 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 한 아이가 이름을 써놓았을 경우 반 전체아이가 -3점,
수업 시작됐는데 한 아이라도 자리에 안 앉아있을 경우
전체가 -1점씩 개인점수가 깎이는 등
모든 아이들이 다 연대책임을 지도록 점수 부여방식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 모둠의 경우
여학생 두명은 참 열심히 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자기들 숙제며 발표준비를 꼬박꼬박 해가는 것은 물론
다른 아이들이 숙제를 안해가면 억지로라도 시키고,
그날 토론 주제가 안외워져 있으면 개인 교습이라도 시켜서 준비를 시켜주려고 하고...
그런데 문제는 이 조원들 가운데 한명이
더럽고 치사하다며
아예 발표점수 10점을 버리겠다고 선언한 뒤
숙제며 뭐며 전혀 협조를 안해줄 뿐만 아니라
다른 두명도 두 여자 아이들의 다그침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뿐
수업준비를 열의껏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 4의 남자아이 하나는 민폐끼치는 거 싫다고 피해를 주지 않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데
워낙 아는게 별로 없다보니 도움이 안되고요...^^;;
이러다 보니 아이 조의 모듬점수는 현재도 엄청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앞으로도 마이너스 폭이 더 커질게 불을 보듯 뻔한 실정입니다.
여자 아이 둘이 아무리 메꿔봐야 나머지 넷이 다 까먹을 테니까요.
선생님은 모둠점수 탓을 하는건 다 핑계라며,
개인점수로 얼마든 만회가 가능하니 가타부타 말라고 하셨답니다.
아이도 같은 학생 입장에서
같은 모둠 친구들에게 이러니 저러니 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하니
숙제도 열심히 해가고 발표도 성의껏 하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런데 기껏 2점씩 3점씩 벌어놓으면
누구 하나 자리에 안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또는 누구 하나 교과서 엉뚱한 곳에 이름을 썼다는 이유로
전체 아이들의 개인점수를 1~3점씩 깎아대니
모둠 점수가 워낙 낮은 아이는 도무지 밑빠진 독에 물붓기
감당을 할수가 없는 지경이라는 겁니다.
결국 아이는 자신은 전혀 잘못한 것이 없고,
오히려 조를 위해 모둠 점수를 열심히 벌어다 날랐는데도,
지금 개인점수가 심각한 마이너스 점수가 되어있고
이렇게 가다보면 저 발표점수 10점을 1점도 얻지 못하고
고스란히 날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겁니다.
뭐 선생님의 취지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갑니다.
서로서로 연대감과 책임의식으로 끌어주고
미안해서라도 따라가며
다 함께 공부 잘하는 분위기로 가보자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러는데도 정도라는게 있지요.
선생님들도 어찌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고작 동급생 아이가 어찌 오롯이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그 10점 다 날리겠다, 배째라 하는 아이를
두 여자아이의 힘으로 어찌 등떠밀고 추동하여 궤도에 올리겠어요.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다들 치열하게 공부하는 곳이라서
1학년때는 이 암기과목을 90점을 맞고보니 전교등수가 딱 중간인 적도 있었습니다.
점수 1~2점에 몇십등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온 내신이 입시와 직결되는게 불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지필고사를 아무리 잘봐도 이곳의 분위기상 아이는 저 과목을 버려야 할 수 밖에 없을테고
그렇게 되면 아이의 고입 진학계획도 진로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워낙 1,2점에 큰 등수가 좌우되는 상황이다보니 그렇습니다.
중학생때부터 점수 1~2점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게 우스운 상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내신이 고입과 연관되는게 불편하긴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있고 보면
수행평가 점수 부여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공정성과 형평성은 확보되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더구나 그 수행평가 점수 10점이 전교권일 등수를 중간 이하로 확 끌어내릴 수도 있는 경우임에랴...
수행평가 점수를 저렇게 형평성없이 과잉 연대로 주시는 선생님,
어떻게 대응해야 좋을까요?
지혜 있으시면 빌려주세요...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