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있습니다.
십삼년전 쯤에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알게 되었구요 나이는 언니가 많았지만 저보다 늦게 입사한 언니에게 제가 업무에서 도움을 주면서 친하게 되었어요.
정이 많고 호탕한 성격의 언니지만 성격이 굉장히 강합니다.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구요..사실 가는 곳마다 그 강한 성격때문에 문제가 일어나곤 했습니다.
저는 십년전에 결혼을 하고 외국 나가서 살다가 귀국한지 얼마 안됩니다.
제가 외국에 사는 동안에도 한국 들어올 때마다 연락해서 만나고 이멜도 하고 지냈는데요.. 이 언니 전화 한번 하면 안끊습니다.
같은 회사를 다닐때도 저는 본사에 언니는 지사에서 근무를 했는데 일 관계로 전화를 하면 10분은 일 얘기고 50분은 사무실 사람들에 관한 불평이었어요.
외국 살때도 가끔 전화가 오는데 안부 인사 묻는거 딱 5분이고 한시간에서 길면 한시간 반까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 욕을 합니다.
이 언니 성격을 제가 잘 알고, 다른 사람은 들어 줄 사람도 없다 싶어 전화 할 때마다 맞장구도 쳐주고 나아질거다 좋아질거다 좋은 얘기 해주려고 애썼는데 저도 점점 지치더라구요. 그래도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니 좋은게 좋은거다 싶어 제 나름대론 애를 썼는데..
언니가 이혼을 하게 됐습니다.
몇년 전부터 부부 사이가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더니 작년부터 심해졌나보더라구요.
즐겁고 행복할 때도 전화만 하면 불평불만이 그치지 않던 언니가 이혼이라는 문제에 직면하니 정말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합니다.
밤에 소리지르고 울며 전화해서 한시간 반, 그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서 똑같은 스토리로 다시 한시간..
저한테 왜 자기가 이혼을 하게 됐는지 남편이 얼마나 나쁜 인간인지를 속속들이 얘기하는데 저 정말 미치겠습니다.
친한 언니고 이혼을 하게 된건 마음 아픈 일이지만 전 정말 둘 사이에 일어난, 그래서 이혼에 이르게 된 그 세세한 유쾌하지 않은 스토리는 알고 싶지 않거든요.
남편이 이런 저런 짓을 해서 이혼을 하게 됐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들도 모두 나쁜 인간들이다, 내편은 아무도 없고 나는 헛살았다 이런 얘기들이 전화를 할때마다 반복되니 제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더라구요.
이 언니랑 전화를 끊고 나면 기분이 너무 우울하고 의욕이 없고.. 보다 못한 제 남편이 그 언니 만나 대놓고 얘기 하라고 하네요.
저도 이 언니의 상황이 감당이 안돼서 1월에 통화하고는 전화도 안하고 만나지도 않고 몇달을 지내고 있는데 같이 직장을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던 다른 동료가 저한테 전화를 해서는 언니가 너무 섭섭해 한다고, 자기 상황 알면서 어쩜 이리 냉정하게 전화도 끊고 연락이 없냐고 불평을 하더래요.
지난 몇달 연락 끊고 지내면서 제 맘도 편하진 않았거든요. 그래도 십년을 훨씬 넘게 알아 오던 언닌데 어쩜 지금 상황이 언니가 누군가가 정말 필요한 상황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내 생각만 하는구나 하는 죄책감도 들고 그러면서도 전화를 걸어 그 하소연을 받아줄 자신은 없고..
생각해 보면 이 언니를 알고 지냈던 그 기간 동안 저는 늘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입장, 이 언니는 불평불만을 저한테 쏟아내고 위로 받는 입장이었네요.
저도 이젠 만나서 기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가깝게 지내서 제가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과 있고 싶어요.
이 언니 계속 이런 상태로 저를 힘들게 하면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안되겠죠?
다음주쯤 한번 만나봐야 할것 같긴 한데 만나서 뭐라고 할까요? 다른 사람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고 언니가 먼저 바뀌어야 직장 생활도 편안해 질것이다, 모든 사람이 언니의 적은 아니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은데..제가 언니 전화 받는 일이 이젠 무섭다라고 말해도 될까요?
다른 직장 동료는 제가 언니에게 그런 말 해 봤자 바뀔 사람이 아니고 욕만 진탕 들을 것이니 아예 시작을 말아라 하는데..
사람 관계 너무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