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아들, 아침을 굶겼습니다.
요사이 부쩍 툴툴거리고, 매사 불평 불만에
밤 10시면 피곤하다 잠자리에 드는 아이.
몹시도 미운 얼굴로 입은 댓발 내밀고, 집에서는
책상에 앉는 꼴도 보지 못합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으니 더 화가 났습니다.
스마트 폰!! 친구들 모두 갖고 있는데 저만 없답니다.
친구들이 폰 "꼬지다"고 놀린답니다. 카톡으로
소식 주고 받는데 저만 모른다고, 애들이 떠드는 각종
스마트폰의 앱 기능을 하나도 알아 듣지 못하니 소외감
느낀다고...
그렇다면,
툴툴거리고, 공부 내쳐두고, 무표정에 죽을 상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나를, 엄마를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죽어라 싫어하는 방법으로 표현을 하니 아이가
보기 싫어 미치겠어요.
살랑살랑 봄바람 처럼 굴어도 해줄지말지 인데
아무런 표정 없는 가면 같은 얼굴로, 입이 댓발 나와서는
학교서 먹는 급식 부실할까봐 직장 다녀와 힘들게
차려주는 늦은 식사도 제대로 쳐먹지 않고, 일찌 감치
피곤하다 잠자리에 들어버리는 아이.
일종의 태업인거지요.
내 아이지만, 그 아이의 엄마지만, 이럴 땐 진저리가
납니다. 한발짝 물러서 보면 대단한 일도 아니지요.
그만한 또래 아이들이 흔히 하는 행동일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점점 실망이 커지면서 아들에 대한
기대도 한 자락씩 접게 되네요. 맞벌이 하며
도움 받을 곳 없이 혼자 동동거리며 키운 아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키웠건만 17살이
된 아이는 엄마의 노고와 배려와 걱정에 대해
눈꼽 만치도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고민도
없이, 불만과 분노를 드러냅니다. 협상과 타협은
생각 조차도 해보지 않는 것 같네요.
사실,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어느 시점에서는 못 이기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엄마와 협의하고, 스스로 조건을 만들어 내세우길
바랬습니다. 나만의 허황된 생각이었지요.
외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저승사자 같은 얼굴로
먹지도 않고, 공부를 볼모 삼아 부모를 컨트롤하려
드니 저런 자식을 키워야 하나 싶은 회의 까지
듭니다.
어젯 밤의 분노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밥을 차리지 않고 출근했습니다. 내 희생과 노고를
누릴 자격이 없는 놈이라 쏘아주고 나왔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네요.
차즘 자아를 만들어가는 아이를 너무 센 방식으로
누르려 한 것은 아닐까...아이의 성격, 행동 방식이
너무도 마음에 들질 않는데 결국 주양육자인
내 탓이 아닐런지..한숨이 깊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