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침을 굶겼습니다.

고1 아들 조회수 : 2,981
작성일 : 2012-03-15 10:04:53

고1 아들, 아침을 굶겼습니다.

요사이 부쩍 툴툴거리고, 매사 불평 불만에
밤 10시면 피곤하다 잠자리에 드는 아이.
몹시도 미운 얼굴로 입은 댓발 내밀고, 집에서는
책상에 앉는 꼴도 보지 못합니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으니 더 화가 났습니다.
스마트 폰!! 친구들 모두 갖고 있는데 저만 없답니다.
친구들이 폰 "꼬지다"고 놀린답니다.  카톡으로
소식 주고 받는데 저만 모른다고, 애들이 떠드는 각종
스마트폰의 앱 기능을 하나도 알아 듣지 못하니 소외감
느낀다고...

그렇다면,
툴툴거리고, 공부 내쳐두고, 무표정에 죽을 상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나를, 엄마를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죽어라 싫어하는 방법으로 표현을 하니 아이가
보기 싫어 미치겠어요.

살랑살랑 봄바람 처럼 굴어도 해줄지말지 인데
아무런 표정 없는 가면 같은 얼굴로, 입이 댓발 나와서는
학교서 먹는 급식 부실할까봐  직장 다녀와 힘들게
차려주는 늦은 식사도 제대로 쳐먹지 않고, 일찌 감치
피곤하다 잠자리에 들어버리는 아이.

일종의 태업인거지요.
내 아이지만, 그 아이의 엄마지만, 이럴 땐 진저리가
납니다. 한발짝 물러서 보면 대단한 일도 아니지요.

그만한 또래 아이들이 흔히 하는 행동일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점점 실망이 커지면서 아들에 대한
기대도 한 자락씩 접게 되네요. 맞벌이 하며
도움 받을 곳 없이 혼자 동동거리며 키운 아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키웠건만 17살이
된 아이는 엄마의 노고와 배려와 걱정에 대해
눈꼽 만치도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떤 고민도
없이, 불만과 분노를 드러냅니다. 협상과 타협은
생각 조차도 해보지 않는 것 같네요.
사실,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으니,
어느 시점에서는 못 이기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엄마와 협의하고, 스스로 조건을 만들어 내세우길
바랬습니다. 나만의 허황된 생각이었지요.

외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저승사자 같은 얼굴로
먹지도 않고, 공부를 볼모 삼아 부모를 컨트롤하려
드니 저런 자식을 키워야 하나 싶은 회의 까지
듭니다.

어젯 밤의 분노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밥을 차리지 않고 출근했습니다. 내 희생과 노고를
누릴 자격이 없는 놈이라 쏘아주고 나왔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네요.
차즘 자아를 만들어가는 아이를 너무 센 방식으로
누르려 한 것은 아닐까...아이의 성격, 행동 방식이
너무도 마음에 들질 않는데  결국 주양육자인
내 탓이 아닐런지..한숨이 깊어지네요.

IP : 183.97.xxx.251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음 ...외동아들...
    '12.3.15 10:08 AM (1.251.xxx.58)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17살이면 지금까지 수많은 경험을 할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텐데요.
    님에게도 아들에게도 말이지요.

    지금까지는 아무 제한 없이 해주다가
    어느날 좀 컸으니 협상하려면 어떻게 해야지..라는 욕심을 부리는건 아니신지...

    제 아들도 초5 외동입니다.
    얘도 불만 있으면 저렇게 합니다.
    저는 그때마다 얘기합니다. 네가 얻고 싶은게 있어서 협상을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면 안되고 이렇게 해야 안되겠냐....물론 한번에 안되겠지만,,,계속 주입시키고 있습니다.

  • 2. 심란한 아침..
    '12.3.15 10:08 AM (117.53.xxx.56)

    저와같은마음이시군요..
    너무도 공감가게 글도 잘쓰시구요...
    자식키우는게 정말 큰 수련같아요.

  • 3. 딥퍼플
    '12.3.15 10:19 AM (125.182.xxx.131)

    잘 하셨어요. 엄마도 감정 있는 사람이고 아무렇게나 응석부려도 되는 사람 취급 이제는 안 통한다는 걸 알려줄 때 됐습니다. 한 끼 굶는다고 어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불만 터뜨리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을 배워야 할 나이지요.
    저도 저의 놈 하고 신경전 많이 합니다.
    아이도 부모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지만 동시에 부모도 조금씩 떼놓으라는 신호겠죠.
    그런 방법은 안통한다는 걸 배워야 밖에서 엄한 사람한테 폐 안끼치고 잘 배웠다 소리 듣는 아이 되죠.
    스마트 폰이야 해 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지금은 엄마가 결정권한이 있는 사람이니까 원글님이 판단하셔서 하시면 됩니다.
    저의 아이는 선생님까지 알고 계시더이다. 자기 반에 스마트 폰 없는 아이가 세 명밖에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저라고 했다고 하더군요..ㅎㅎ 기가 막혀 웃었습니다.
    그러다 지가 아예 포기하고 전혀 생각도 없을 때 어떤 계기가 있어 저는 해주긴 해줬어요. 해줄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요.

  • 4. ㅎㅎㅎ
    '12.3.15 10:30 AM (180.70.xxx.45)

    죽어라 싫어하는 방법으로 표현하니 아이가 보기 싫으시겠지요.
    옆구리를 한 번 찔러주시지요. 엄마가 좋아하는 방법으로 표현해 봐라 하고 얘기해 주세요.
    애교작살 눈웃음을 치든 뽀뽀를 하든 내용증명을 보내든.. 스마트폰이 필요한 이유를 조목조목 들어서 엄마를 설득하라 해보세요.
    어차피 해줄 거라면 기분좋게 해주자..가 제 생각입니다.
    마트에서 아이가 저거 사줘.. 좋은 말로 할 땐 안돼 하다가 울고불고 발을 구르고 바닥을 뱅뱅 돌아가며 바닥을 닦고.. 난리부르스를 춘 다음에 사주는 이유가 뭘까요?
    결국은 해주셔야 할거라면 관계가 나빠지기 전에 해주세요. 이 기회에 불만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든가 상대방을 설득하는 스킬도 요령이 있고 연구가 필요한 거다.. 뭐 이런 얘기도 좀 나누시구요.
    저도 작년에 작은 아이한테 설득 당해서 해줬습니다.
    아이들이 청소년요금제로 제공받는 문자가 부족해서 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는데 자기만 연락도 못 받고해서 소외감 느낀다구요. 아이들한테는 정말 큰 불편함일 수 있지요.
    학교에서 날마다 밤늦게까지 보는 녀석들이 무슨 할말이 그리 많냐구요? 많더군요. 밤잠을 줄여가며 자판을 눌러대야 할만큼.. 새벽 한 시에도 ZZZ~~ 진동, 미쳐.. 그래도 그 나이 때니 그러려니 합니다.

  • 5. 콧구멍
    '12.3.15 10:30 AM (182.213.xxx.86)

    정말 콧구멍이 있으니 숨쉽니다.

    저는 오늘 콧구멍 막고 숨을 멈추고싶어요.
    자식새끼 기르는게 왜 이리 힘듭니까.

  • 6. 귀염열매
    '12.3.15 10:30 AM (175.116.xxx.62)

    아드님이 많이 속상하긴 할거예요 소외감도 들고..
    하나 사주실거면 시위에 못이겨 사주시는걸로 하시지 마시고
    첫댓글님 말씀처럼 협상을 하려면 이렇게 못난짓으로 시위하지말고
    뭔가 엄마가 납득할 만한 제스쳐를 취하라고
    애교를 부리던 성적을 올리겠다고 약속을하던 설거지라도 한번 도와주던
    엄마마음을 흔들 노력을 해야지 대뜸 안사준다고 심통만 부리면 엄마도 사람인데 옛다 하고 사주고싶겠느냐고

    네가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부탁이나 협상을 겪게 될텐데 그때도 지금처럼 우겨대며 배짱튕기기로
    해결하려고 할거냐

    금전적인 문제로 못사주시는게 아니라면 사주는 방향으로 하되
    추후에 다른문제로 이런 상황이 발생되지않게 좋은 쪽으로 팁을 알려주심 어떨까요~

  • 7. .......
    '12.3.15 10:32 AM (175.194.xxx.113)

    원글님의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원글님께서 쓰신 글을 보니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밤에 아이에게 이 글을 토대로 원글님의 생각을 알려 주세요.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 주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적정선에서 대화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주길 바랬다고......
    짜증내고 불평만 하는 것으로는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는 어렵다고 알려 주세요.

    그리고 원글님께서도 세상 살아가는 법과 요령을 익혀가는 와중에
    때로는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조리있게 전달하지 못해서 무작정 들이밀기부터 하고
    그 와중에 주변 사람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주기도 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워가는 과정 중에 있는 열 일곱이란 나이의 특수성을 헤아려 주시구요...

  • 8. ㅎㅎㅎ
    '12.3.15 10:34 AM (180.70.xxx.45)

    아.. 저희 아이는 이제 중3입니다.

  • 9. 원글
    '12.3.15 10:46 AM (183.97.xxx.251)

    그새 많은 분들이 댓글을 주셨네요.

    아이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전혀 제약을 두지 않은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나 협상 방식에 대해 코칭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네요.

    주옥같은 댓글들 맘에 새기고 다시 힘내어 아이와 마주 앉아야 겠습니다.
    좋은 글들 참으로 감사합니다.

  • 10.
    '12.3.15 10:54 AM (183.98.xxx.104)

    다들 스마트폰에 대해서 너그러우시네요..
    저도 고1엄마입니다. 왠만하면 스마트폰사주지 마세요..카톡 ..정말 심각합니다.
    공부하다가 모르는 거 물어보는 거는 소수이고 별별 야동들이 난무합니다.
    우리 아이는 핸드폰이라는 것도 고등학교 입학해서 사줬어요..그것도 일반폰이구요.
    최상위이구요. 아이도 스마트폰 사용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자기가 자제가 안될 것 같다고
    일반폰으로 해달라고 했어요
    이제 공부해야 할 나이인데 스마트폰은 공부할 시간을 내주지 않습니다.
    중학교때 스마트폰쓰던아이들도 공부해야겠다고 일반폰으로 바꾸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다들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아이들말 곧이곧대로 듣지마세요.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자사고인데 스마트폰 사용하는 아이 절반도 안 됩니다.
    자제할 수 있는 아이들이면 상관없는데 그런 아이들 흔치 않습니다.
    아이를 잘 판단하셔서 사주세요

  • 11. Oo
    '12.3.15 11:27 AM (219.248.xxx.4)

    17살이니까요.
    제 기준에는 자신보다 엉망인 아이까지 그 잘난 스마트폰을 꽤차고 다니는데요?
    사실 그런 경우도 있으니깐요.
    공들여 키운 아이는 어디가 달라도 다릅니다.
    엄마의 지금 심정 못지않게 아드님 역시 맘 편할거라고 생각 안드네요.
    자신에게 실망한 엄마의 모습, 엄마를 실망시킨 자신이 괴로울 아드님께 먼저 말 걸어 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아드님인지, 원글님 글에서 보입니다.
    17살...서툴고 실수가 더 많을 시기잖아요.
    자신이 취한 행동이 타협의 방법이라고, 자신도 옳다고 생각 안 했을거에요.
    왜? 이유는 묻지마세요. 저도 모르겠는데 그 마음을 어찌 설명해 납득시키라고...제 조카의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일단 다독여 덮고 원글님이 생각하시는지 그 방법을 넌지시 제시해주세요.
    애들은 지만족이 있어야만 마음을 열더라는...물론 꼭 물질적인게 아니더라도요. 더 잘 아시잖아요....
    17살, 아직은 가르친대로만 배워먹고 자라주는 나이는 아니라고 봐요.
    주제넘는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어른보다도 더 반듯하고 예리한 판단력을 갖고있음에도 제 엄마에게 오해 받는 일이 많은 조카를 보면서 안타까워서 한 마디 거들었어요..
    화는 벌써 내셨으니 이제 그만 내시고 아드님을 믿고 기회를 더 주셔야....화해신청은 원글님의 몫이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원글님이 강자(?)니까요.

  • 12. 엄마니까
    '12.3.15 11:58 AM (115.178.xxx.253)

    저희는 요즘 렌즈로 싱갱이 중..
    아이는 안경이 불편하다는 둥... 저는 공부하면서 관리하기 힘들어서 안되니 대학가면
    얼마전 안경 다시 하러가서 거기일하시는분이 제가 잘하는거라 편들어줘서
    가끔 필요할때 제대로된 1회용 렌즈를 사주는걸로 결론냈습니다.

    애들 키우기 힘들어요~~~

    윗님 얘기에 공감입니ㅏ. 엄마는 니가 이러저렇게 자기 주장을 했음 좋겠다 다시 얘기해주시고..

  • 13. 에휴
    '12.3.15 12:32 PM (58.239.xxx.48)

    어제 고등학생들은 중요한 모의고사점수로 집집마다 희비가 엇갈리던데ㅛ.

    저희도 고1 아들 스마트폰 없구요. 스마트폰타령하면 휴대폰도 없애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스마트폰없다고 친구들 관계에서 소외된다는 소리는 없구요.

    휴대폰이 초딩때꺼라 좀 되다 안되다 하고 좀 그래서 창피하다고는 합니다.

  • 14. ..
    '12.3.15 2:05 PM (218.50.xxx.38) - 삭제된댓글

    어제 모의고사본 고3 아들 시험전날 잠안자고 새벽1시에 친구 아이팟 가져와서 웹툰보다 저한테 걸렸지요
    아침에 깨워주기만 하고 아는척도 안했네요.. 참 양심도 없지.. 아침 못먹으면 큰일나는 애인거 알지만
    정말 밥주기 싫더라구요.. 혼자서 콘푸라이트 챙겨서 먹고 가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7241 남편이 가끔 요리해 주는 분 계세요?? 18 부럽다 2012/04/17 1,936
97240 내년 초등6학년 어학연수때문에 여쭤봅니다. 5 샌디에고 2012/04/17 1,923
97239 수원 오원춘 휴대폰 4대사용 5 ㅎㅎ 2012/04/17 2,698
97238 요즘 때밀이 비용이 어느정도 되나요? 5 dd 2012/04/17 2,536
97237 프라다 바지 백화점에 사이즈 어디까지 나오는가요 ad 2012/04/17 510
97236 X맨 김진표의 무서운 본능 1 밝은태양 2012/04/17 1,446
97235 소아청소년정신과 추천해주세요... 1 마음편히 2012/04/17 842
97234 가 자꾸 체하고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7 초 5학년 .. 2012/04/17 2,042
97233 잇몸이 내려 앉아서 썩으면 어떻게되나요? 2 ... 2012/04/17 2,125
97232 신문영업하는 남자가 계속오는데 5 2012/04/17 1,079
97231 좋은가발 저렴히 파는곳좀요 1 가발 2012/04/17 896
97230 전복죽을 끓였는데요 1 2012/04/17 744
97229 sbs보시나요? 2012/04/17 811
97228 팔순넘으신 양가부모님들은 어떻게 지내세요? 13 노후.. 2012/04/17 3,351
97227 남자가 결혼 한다면.... 10 이미사용중 2012/04/17 2,154
97226 법원으로간 부정선거의혹 강남을 투표함 기린 2012/04/17 777
97225 안면 홍조가 정말 고민이예요. 2 minera.. 2012/04/17 1,745
97224 아이에게 아이팟 계정 등록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나요? 2 아이팟보라 2012/04/17 937
97223 양재역 근처 치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2 플리즈 2012/04/17 2,692
97222 7개월 아기가 엄마를 싫어할수도 있을까요?? 5 ㅠ.ㅠ 2012/04/17 1,850
97221 장염이 두번이나 걸렸어요.ㅠㅠ 6 말랑제리 2012/04/17 1,150
97220 시부모님 첫생신은 어떻게 보내나요? 4 궁금 2012/04/17 874
97219 요양보호사 학원 괜찮은 곳 아시는 분? 1 분다 2012/04/17 1,785
97218 김치병.. 5 웃지요. 2012/04/17 1,513
97217 부침개재료 사왔는데 부침가루 없으면 안되겠죠? ㅠㅠ 13 2012/04/17 4,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