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통일의 꽃 임수경이 북송 문제에 입 닫은 이유

별달별 조회수 : 635
작성일 : 2012-03-15 08:06:51

잡종 개구리 생태계

탈북한 뒤 한국 사회에서 10년 동안 살았다. 열 살짜리의 눈으로 보건대 대한민국이란 생태환경은 다음과 같다.

이 나라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를 자칭하는 세력이 있으나 내가 보기엔 그냥 진정한 개념과 거리가 먼 장식품에 불과하다. 그래서 편리상 노란 개구리와 파란 개구리로 가른다.

이 생태계에서 출세의 야심이 있다면 자기 종이 싫어하는 문제는 절대 떠들면 안 된다. 최소한 침묵이라도 지켜야 한다. 아니면 출세를 포기하든가.

도를 닦는 심정으로 금기를 철저히 지켜낸 사람들에겐 색깔의 선명성을 인정받아 상을 받을 자격이 차례진다.

임수경 씨를 보라. 그도 눈과 귀가 있는 이상 탈북자나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에 대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까지 금기를 잘 지켜왔고 민주당 비례대표로 거론되며 국회의원이라는 보상을 목전에 두게 됐다.

 

 

 

만약 그가 그만 ‘실수’로 탈북자들의 열악한 인권을 언급했더라면 절대 차례지지 않았을 상급이다.

물론 파란 개구리도 마찬가지다. FTA의 부작용이나 해고 노동자의 억울함에 눈과 귀를 열었다면 그 역시 아웃이다.

순종도 많은데 하필이면 얼룩얼룩 의심스러운 종을 가져다 쓸 일이야. 더구나 내가 순종임을 드러내기 위해, 하다못해 순종의 근친 정도는 된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경쟁적으로 튀어 오르는 세상에서 말이다.

정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자기 종의 금기 앞에선 입에 자물쇠를 채운 사람들이 아니던가. 열 살짜리도 보고 아는데, 이곳에서 태어나 수십 년 산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한번 얼룩 개구리가 되면 이쪽저쪽에서 다 기피하니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갈 길이 아니다.

요새 희망버스, 촛불시위의 앞장에 섰던 사람들이 탈북자 인권엔 왜 침묵하냐는 비판이 많다. 그러나 나는 이해가 될 것 같다. 이건 말 한마디의 문제가 아닌 종을 가르는 문제이다.

유명인은 잃을 것이 특히 많다. 모범적인 순종으로 인정받기 위해 눈귀를 닫고 견뎌온 인고의 시간이 얼마나 많은데, 이제 얼룩개구리가 되라고 하니. 가혹한 요구가 아닌가.

이곳 생태계에선 한번 얼룩 개구리가 되면 끝이다. 누구를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럼 양심적으로 나서야 할 때마다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다 나섰던 사람들이란 말인가.

내가 못하는 것을 남보고 하라고 하면 안 된다. 나도 북한 관련 글을 수없이 쓰고 대북방송을 수없이 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에게 투쟁에 나서란 소린 절대 안한다. 아니 못한다. 내가 못했으면서 남보고 목숨 걸라 하기엔 양심에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 동네에서 나 같은 탈북자는 파란 개구리에 가까운 외래 잡종 개구리쯤으로 본다. 왜 노란종이 못 되냐 하면 그쪽 동네에선 탈북자란 단어 자체가 금기어에 가깝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파란종으로 인정받아도 시원찮을 판에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철학과 사랑이 없다고 비판하고 대북식량지원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나는 그야말로 대표적 얼룩 잡종이다.

이곳 생태환경은 얼룩종과 잡종이 살기엔 정말 척박하다. 얼룩종 동네도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파란 개구리 동네와 노란 개구리 동네 두 곳뿐이고 편의시설도 그 동네에만 있다.

 

 

그 동네에서 내쫓기면 산과 들에서 괴롭게 노숙해야 한다. 북쪽에 빨간 개구리 동네도 있지만 살 곳이 못된다.

생물학에서 순종교배와 근친교배는 퇴화의 길이며 적응력과 생명력이 더 강한 개체를 만들려면 이종교배가 필수라는 것은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그런데 이곳 생태계에선 순종과 근친만이 숭배되니 진화의 법칙이 여기선 왜 거꾸로 일까. 퇴보하는 것인가?

 

 

by 주성하기자 2012/03/13 7:30 am

 

<<  퍼옴 >>

IP : 118.41.xxx.111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103 여러분이라면 여행 가실수 있겠어요? 12 이런상황 2012/03/15 2,705
    83102 영어책-리딩레벨 2와 3사이를 연결해줄 책이 뭐가 있을까요? 8 엄마표 2012/03/15 3,450
    83101 시사평론가 고성국씨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13 .. 2012/03/15 1,455
    83100 12월생과 뱀띠 중에 어떤게 더 좋을까요? 9 이런고민 참.. 2012/03/15 8,341
    83099 직장맘 아이들은 회장, 부회장 나오지 말란 밑에 글때문에 씁니다.. 20 봄날 2012/03/15 3,642
    83098 보통의 연애 -보신 분 계세요? 8 호평일색 2012/03/15 1,252
    83097 요즘 초등학교 반장선거 과반수 득표로 하나요? 1 제대로 투표.. 2012/03/15 1,528
    83096 유치원에서 자꾸 한 아이한테 맞아요 1 하루 2012/03/15 626
    83095 토마토가 비싸네요. 11 다이어트중 2012/03/15 2,731
    83094 삼촌이 아이랑놀아주는데 ... 9 삼촌땜에 2012/03/15 1,563
    83093 남편이 신용불량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제발 알려주세요... 7 신용불량 2012/03/15 5,835
    83092 한시간 남았어요 6 이제어디로 2012/03/15 1,565
    83091 유아발레학원 추천해주세요 이젠엄마 2012/03/15 793
    83090 29처자 남자는 어디서 만나야 하는걸까요? 4 .. 2012/03/15 1,762
    83089 고견부탁해요 2 사람 2012/03/15 823
    83088 항암치료중인 분께 어떤 관심이 필요할까요? 5 하프타임 2012/03/15 1,297
    83087 다른집 요리냄새가 집에 왜이렇게 들어오는지 모르겠어요. 3 ..... 2012/03/15 1,374
    83086 제일 맛난것은 라면이구만요 역시 2012/03/15 648
    83085 우루사 춤 추는 차범근 아저씨, 차두리 선수,, 뽀샵인가요? 진.. 3 차두리 부자.. 2012/03/15 1,732
    83084 가기싫은 병원 1순위....산부인과..ㅠㅠ 10 병원 2012/03/15 2,607
    83083 집에서 항상 꼬리꼬리한 청국장 냄새가 나요 ㅠ.ㅠ 8 부끄럽구요 2012/03/15 7,882
    83082 절 조금 무서워 하는것 같아요 ㅠ.,ㅠ 27 남편이 2012/03/15 3,864
    83081 남편이 글 써보라고 해서 올려봅니다. 156 ..... 2012/03/15 22,869
    83080 휴~~gmail 편지함 완전삭제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분계세요? .. 3 메일삭제 2012/03/15 1,469
    83079 대선에 관한 저만의 바람(상상이예요 ㅋ) 4 속닥속닥 2012/03/15 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