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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자 보냈던 딸입니다.

안녕히 조회수 : 3,728
작성일 : 2012-03-14 20:46:08
어제, 아니 그제였던가 날이 가는 것을 잘 모르겠네요.
대문에 글이 걸리고 선뜻 댓글을 달수가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저는 엄마한테 문자를 이미 보냈었고 그 다음날 글을 올렸었어요..외롭고 괴로워서 무슨 말이든 듣고 싶었지요.

며칠간 영화 '렛미인'의 남자배우가 추락하는 장면만 머릿속으로 계속 리플레이하며 울고 또 울었네요.



엄마한테 오는 연락에 숨이 막혀서 그 문자를 보냈었어요.
보내놓고나니 제 마음도 지옥이더군요.
발신자 정보에 '엄마'라고 뜨는 것을 보며
"엄마 지금 속이 까맣게 타서 미칠 것 같다. 딸 얼른 받아." 외치는 
엄마의 푹 파인 충혈된 눈이랑 바짝 말라 타들어가는 입술이 생생히 보이더군요.
진짜 걱정하고 있을까도 두렵고, 이런 저를 얼른 눌러 가라앉혀 아무 일 아닌 듯 수습하려는 모습일까봐도 걱정됐어요.

힘들때 저희 엄마는 늘 불쌍한 척을 하셨어요.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처럼 쓰러지시고 목매달 곳을 찾는 모습으로 두리번 거리시고
미친척 눈흰자위를 뒤집으시기도 하고, 악을 쓰며 바닥을 휘저으시기도 하고요...저희들 보란 듯 그러셨어요.
우리들 군기 잡는 방법이 여럿이었죠.

어느날 학교에서 퇴학당할 위기의 남동생 앞에선 숨을 못쉬며 쓰러지셨어요.
놀란 동생이 엄마를 잡고 울고 한창 서로 사이도 안 좋았는데 저를 부르러 달려왔었죠.
119에 전화를 돌리는데 엄마가 저만 보게 눈짓을 합니다. 
입모양으로 조그맣게 "나 괜찮아...전화하지마.."

엄마는 '제발 저 좀 정신병원에라도 넣어달라'고, 
'그러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버릴 것 같다'고 우는 저를
아무 일 아닌 듯 얼른 막고 싶으셨을 거예요.
불쌍한 엄마가 있으니 넌 그만 아파하고 착하고 정상적인 딸이 돼라. 불쌍한 자리는 엄마가 있다. 넌 버텨라...

가족이 싫어서 멀리까지 도망와 있는데 저는 저희 집의 정신적, 물질적 가장이어야 할 운명이더군요.
가족이랑 그만 연을 끊고 싶다는 저로 인해
저한테서 들어올 정신적 물질적 지원이 끊어질 것이 엄마는 두려우셨을 거예요.

엄마는 저 별로 안 사랑하셨는데 
의지는 참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공부도 잘했고, 직장도 좋고, 말도 잘 듣고 했던 딸
어디가서 자랑하기 좋았던 딸.

하지만 정말 좋아했던 건 학창시절 내내 엄마가 경찰서로 학교로 다니며 무릎 꿇고 빌고 합의금 마련해줘야 했던
엄마 손이 많이 필요했던 아들들이었던 것 같아요.
남동생들 싫어 멀리까지 도망와 사는데 엄마는 말로만 와보겠다 하시지
단 한번 제대로 저 챙기신 적 없으세요.
챙겨주려 보내시던 찬거리도 어느날 제가 됐다고 하자 속시원해하며 좋아하셨어요.
같이 객지생활하는 친구들 부모님이랑은 다르셨지만 이해는 했었어요.
그런데...나보단 차비가 아깝고 딸한테는 받기만 하는게 당연한 듯 한 엄마였어요.

줄을 길게 풀어서 개를 산책시키다가 개가 비로소 자유구나 싶어 막 뛰려하면 줄을 홱 낚아채서
먹잇감 구해오라는 무서운 사냥꾼이랑 있는 기분이예요.
평생 벗어날 수 없는 줄...늘 지켜보고 있고, 부양해야 하고, 불쌍한 척에 눌려 착한 딸 역할만 해야 하는...


우울한 사람은 목을 매는 경우가 많다죠
저는 그건 무서운데...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잦네요.

엄마는 그날 이후 계속 저를 챙기는 메시지를 보내십니다.
남동생을 시켜 별의미없는 카톡의 답변이라도 들어 제 생사를 확인하려 하시는 것도 같아요.
조심스레 보내시지만 저를 좀 그냥 두지는 않으시네요.
엄마의 메시지가 없으면 없는대로 저도 힘들어 하고 있었을 거예요.
엄마가 어떤 상태인지 내가 이래도 되는지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엄마의 연락에 반가우면서도 보면 또 그 가식적인, 제 답변을 바라는 문자에 화가 납니다.


가족이 너무너무 필요하고 외로운데 또 가족과 영원히 인연을 놓고 싶네요.
IP : 1.240.xxx.2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렇게 힘든
    '12.3.14 8:54 PM (175.28.xxx.105)

    상태이시면 더 이상 스스로 고문하지 마시고
    가족들 모든 번호 스팸 처리하셔요.
    내가 편안하게 숨쉬고 사는 게 가장 먼저입니다.
    원글님은 엄마의 괴상한 성정을 알면서도
    외면하지 못하고 괴로와만 하고 있어요.
    마치 나쁜 남자에 길들여져 알면서도 헤여나지 못하는 모자른 여인 같아요. 객관적으로.

  • 2. 맘아프네요
    '12.3.14 8:59 PM (122.34.xxx.41)

    굉장히 이기적인 님의 어머니의 모습이 이미 80이 넘어서도 아직까지 자식을 쥐락 펴락하고 싶어하시는
    저의 어머니와 오버랩이 되어서 맘이 참 아프네요.

    저와 저의 형제들 모두 오랫동안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인줄로만 알고 참으로 바보처럼 맞춰 드리면서 살았죠.
    결혼 해서 가정이 있음에도, 배우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해야 되는줄로만 알고요...

    결코 바뀌지 않을거에요. 제 경험상 보면요.
    뭐랄까 집요한 성격에다, 순간 순간 머리회전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저 적정한 선만을 유지 시키며, 어머니가 바라는 바의 일부분만 대충 때우는 식으로
    가시는 것이 현명한 길일 것이에요.

    아주 튕겨져 나가면 정말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있거든요.
    세월이 약입니다.
    전생에 지은 업보라 생각하시고, 일정 부분만 그렇게 해보세요.

    안타깝고 맘이 아픕니다.

  • 3. 아마도
    '12.3.14 9:03 PM (115.140.xxx.122)

    평생... 그렇게 어머니에 대해 분노와 적대감, 그리고 연민과 사랑으로 괴로워하셨을 것 같네요.
    가족이란 인연이 참, 내 마음대로 안 되죠.
    도대체 우리 부모는 왜 평범한 남들 부모같지 않은지 그런 생각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아마도 82에서 비슷한 글들 많이 보셨을 거에요. 지금 님에게 저런 어머니는 필요없어요. 아니 필요없는 정도가 아니라 독이 되는 존재죠. 단호하게 어머니와의 관계를 지금은 끊어내셔야해요. 지금은 어머니가 죽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님이 죽는 게 두려운 시기에요.

    외롭고 우울하고 속에 가득 쌓인 것들을 토해내고 위로받으셔야 해요. 저는 상담을 받으면서 많이 위로가 되었어요. 울 엄마는 원글님 어머니처럼 그렇게 심각한 분은 아니셨지만 저도 나름대로 결핍감이 있으면서도, 장녀라서 엄마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상담선생님 말씀이 '엄마와 딸이 바뀌었네'라고 하셨어요. 사실 딸이 크면 그런 경우도 많이들 있긴 하지만 병적인 경우가 있죠. 님의 경우는 딱 그런 거죠. 엄마가 딸 역할을 하시는 거에요. 그러니 님이 엄마 노릇을 할 수 밖에요. 그러지 마세요. 님은 사랑받고 케어받아야 하는 자식이에요. 제 마음의 과정을 다 적을 수도 없고, 님은 또 저랑 다를테니 구구절절 적지는 않을 게요.
    화내고 아프고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해하고 용서하고 포기하고 그러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과정이 있었는데, 혼자서는 힘들었을 거에요.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려요.

    지금 님이 연락하지 않는다고 진짜 어머니가 돌아가실 확률은 극히 적어요.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연히 정말 뭔가 잘못된다 해도 그건 님의 책임이 아니에요. 누구나 자기 삶에 책임이 있는 거거든요.
    님에게도 마찬가지에요. 어머니가 님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 것이기에, 님도 어머니 인생을 책임지실 필요가 없어요. 님이 책임지고 가꾸어야 하는 것은 님의 인생 뿐입니다. 원글님이 원글님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다시 떠올려보세요. 이렇게 댓글 다는 것 뿐이지만 댓글에 제 힘을 실어드리고 싶습니다.

  • 4. ....
    '12.3.14 9:54 PM (119.64.xxx.243)

    착한아이 컴플렉스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키우려면 절대 착한 사람이 되어라는 말을 하지말라는 요지였는데 읽으면서 정말 공감을 많이 했답니다.

    최근에도 착하게 키우지 말라라는 제목의 책도 나온것 같던데...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시길 바랍니다. 예의와 착한 아이는 천지차이라고 생각해요.
    가족사이에서도 아닌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요?

    먼저 내가 바로 서야 가족도, 남들도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요.
    착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자책하고 괴로워하지 마세요. 내가 죽을듯이 괴롭다면 그건 착한게 아닐거예요.
    나를 먼저 챙긴다고 착하지 않다거나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착한 자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 충분히 님은 착합니다.

  • 5.
    '12.3.15 12:10 AM (115.143.xxx.25)

    원글님 토닥토닥 , 어머니 대신 토닥여 드릴께요
    이상하리만치 원글님 지금 환경과 예전 저의 환경이 닮았어요
    엄마, 장녀, 남동생들, 가장 , 가난, 실타래처럼 꼬인 환경
    다행히 집 나오셨다니 잘 하셨구요
    엄마도 잊어 버리고, 동생들도 잊어 버리고,
    아예 못찾게 주소 이전도 하지 말고 사세요
    직장 다니면서 돈도 모으고, 맛난 것도 사먹고, 실컷 낮잠도 자고, 남자 친구도 사귀면서
    젊은 시절을 원글님을 위해서 보내세요
    원글님과 저 말고도 여기 대문글에 걸린 친정 엄마들 많으니까
    위안 삼으시고,
    이제 원글님을 위해 사세요
    다음엔 홀로서기 2탄 기대할께요

  • 6. 눈물
    '12.3.15 12:12 AM (112.161.xxx.208)

    토닥토닥
    님 먼저 위로 드려요
    세상에 이렇게 아프셨네요
    저는 나이가 님 어머니 연배일듯해요
    그래도 나는 내딸에게 항상 말합니다
    이 세상에 중심은 나다~~이말을 잊지말라고
    주변인때문에 힘들고 여러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내가 존재하기에 주변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말라고 합니다

    내가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마세요

    읽는 사람이 다 눈물이 나네요
    그렇게 살지마세요
    이세상 어느 누구도 님 인생을 좌지우지할 자격은 없어요
    그게 엄마든 ,남동생이든 ........

    자신을 사랑하세요
    공부 잘하고 .좋은 직장 다니고 .스스로 칭찬해주세요
    대견해하시고 자랑스러워하세요

    힘들어마시고 짐을 던져버리세요
    어떤 유명인이 그러더라구요
    내가 잘 사는게 가장 중요하다구

    자신이 살아야해요

    저도 장녀입니다
    무조건 엄마를 감싸고 위로하고 도와주는 게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하고 살았지요
    근데 내가 자식을 나아보니 그렇지않더라구요
    우리엄마는 왜 그랬을까??
    어떤 마음으로 내개 그랬을까 ??
    이런 생각이 들면서 엄마로 부터 정서적으로 벗어나게 되더라구요

    힘내시고..
    모두 다 던져버리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세요...

  • 7. 아마
    '12.3.15 12:32 AM (210.124.xxx.87)

    착한 딸 그렇게 조정하는 엄마들이 꽤 될 거예요.
    어쨌든 지금까진 님이 많이 따라줬을 거구요.
    결혼하실거죠 ?

    이 고리 못 끊고 끌려다니면,
    나중에 자기 아이 맘껏 사랑하기 힘들어요.
    이 고리 끊으세요.

  • 8. 원글님
    '12.3.15 1:05 AM (203.152.xxx.189)

    그지옥 같은 굴레에 갇혀
    속박받다가 어렵게 풀려난 마흔 넘은
    제말 들으세요
    저도 죽으려고 십이월 엄동설한 차가운
    동해 밤바다에 빠져 죽으려고
    처벅처벅 들어가기도 했었어오
    내가 먼저 놓아야 됩니다
    놓아주길 바라지 마시고
    냉정해지세요 저는 오늘도
    엄마라는 사람한테 또 한번
    절망했지만
    내선에서 포기하고 줄그은게
    어느정도는 위안이되더군요
    더 나중에 더 큰 증오에 몸부림
    치지마시고 지금 돌아서세요
    지금도 이른건 아니니까요
    진심으로 님이 걱정되는군요
    님 스스로만 생각하세요
    부디 잘 이겨내시길 강해지시길

  • 9. ...
    '12.3.15 2:19 AM (121.181.xxx.203)

    딱필요한부분만 보내주고...전화통화 연락하지마세요..
    그니까 월 50이면 50 님이 보내줄수있는범위에서 정해두세요
    그리고 돈만부치시고 연락하지마시구요.전화오면 씹으시던지...아니면 전번바꾸고..
    공중전화로만 전화하시던지하세요...

  • 10. 님같은 분이
    '12.3.15 8:37 AM (211.210.xxx.81)

    도움을 받을수 있는 곳 이 있어요 , 자운선가 명상 센터 입니다. 카페 꼭 방문해서 동영상 보시기 바래요,
    정말 도움이 될거예요 , 문제의 원인 ,근원 파악이 가능해서 그 아품이 꼭 해결이 되어 현재의 상황이 짐으로
    고통으로 다가 오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실수 있을 거예요 .좋은 분 이신것 같은데 , 엄마 같은 맘으로 추천 하니 필히 한번 방문해서 동영상 보시기 바래요 ,저두 정신적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곳 이랍니다. 도움이 되시길 ,,,

  • 11. 콜비츠
    '12.3.15 10:49 AM (119.193.xxx.179)

    그때 댓글 달았었는데요... 원글님에게 적절하지 않은, 오히려 부담스럽게 했던 댓글인것 같어요.

    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셔요...
    원글님이 쓰셨듯이 어머님이 하시는 모든 행동은 님이 보셔야지만 의미가 있어요, 어린 아이들이 아무도 보지 않으면 넘어져도 울지 않듯이...

    어머님을 향한 눈과 귀를 닫으시면 어머님도 아무런 행동 하지 않으실거예요. 힘내셔요...

  • 12. 제발
    '12.3.15 2:26 PM (203.233.xxx.130)

    원래 글 봤을때도 오죽했으면...싶었는데 역시나...를 넘어서 그 이상이네요. 보는 제가 숨막혀요.
    자식을 자기 감정의 배설구로 삼는 엄마와 당분간 연락끊으세요. 내가 자유로워져야 주변도 살필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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