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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엄마와 나.

눈치구단 조회수 : 1,614
작성일 : 2012-03-14 19:33:24

우리 엄마는, 식구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거나 삼겹살을 먹을때에도 눈치를 자주 봐요..

제가 편안한 맘으로 무슨 말을 할때에도 갑자기 제 발을 옆에서 꼬집거나, 손등을 치거나, 아니면 팔꿈치를 살짝 건들어요.

그런데 그런 경우가 대단히 많아서 엄마가 옆에 있으면 짜증이 나요.

어릴때의 엄마는 제게 더욱더 노골적으로 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고요. 제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에는

자다가 봉창 긁어대는년이라고 해서 세살터울씩 차이나는 여동생들의 비웃음을 사게 했어요.

뭐가 궁금했느냐고요?

단무지는 원래 땅속에서 노란했느냐?

당근도 그런 주황빛이듯이, 단무지도 원래 노란 색깔이었냐?

하고 11살때 물어봤더니, 눈을 흘기면서 그렇게 말해서 동생들 두명이 허리가 끊어지게 웃었어요.

그일말고도, 그런 비슷한 일들이 꽤 많았었는데, 제가 엄마의 감정받이가 많이 되고, 아무래도 첫째이다보니, 혼나기도 많이 혼나면서 밑의 동생들의 학습적인 모델역할도 많이 했었던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직장생활을 해서도, 아기엄마가 되어서도, 그렇게 남의 눈치를 혼자 보고, 슬쩍 슬쩍 팔꿈치를 건들고 하는 행동은 지금도 똑같아요.

다만 변한게 있다면 그때처럼은 눈흘기는 행동은 안하는거죠.

언젠가 작은 잡지를 병원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면서 본적이 있었는데 남의 팔꿈치를 슬쩍 건드리며 코치를 주는 행동이 넛지라고 한대요.

그책에선 무척 좋은 행동으로 표기해놨지만요, 당하는 사람은 엄청 기분 나빠요.

어떤땐, 엄마가 차라리 그냥 저 세상으로 가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힘든맘도 들때가 있는데..

정말 그렇게 되면 전 정말 슬프겠죠.

밖엔 바람이 불고, 아직 피지 않은 벚꽃나무들이 저녁어둠에 사위어 갑니다.

고요한 저녁나절, 깨끗하고 따뜻한 방안에 뉴스를 전해주는 아나운서소리만 나지막히 들려오고 아이는 숙제를 하는데..

엄마를 생각하면, 그냥 가슴 한편이 얼얼해져요.

너무 힘든 시절을 살아오셔서 그런지 공감하는 능력이 별로 없으시고

우리들이 학교에서 장대비를 홀딱 다 맞고 와서 감기가 걸려서 힘들어하면

에긍, 죽는게 더 편할것인데...하면서 쉴새없이 일에 바쁘셨던 엄마.

아침에 죽죽 긋는 비라도 내려도, 우산 살돈 없다고 솥뚜껑 마저 닦고 먼저 일터로 휑하니 가버리고,

학교준비물앞에서 눈한번 꿈적한번 할줄 모르고 오히려 나도 돈 없다!하고 펄쩍펄쩍 뛰던 엄마.

그 모정, 그 몹쓸 모정으로 어디 써먹지도 못하고, 이젠 차가운 그 성정을 사위들도 다 알아버려 오히려 더 쩔쩔매게 하는 신묘한 재주를 가진 엄마.

그런 엄마가 불쌍한건, 2개월밖에 못산다고 한 엄마가 5년을 훌쩍 넘기고 또 한번의 암수술을 받았는데 우리들에게도 절대 아프단 말 한번 없으세요.

예전에, 달리던 기차위로 아들 하나 형체도 없이 잃고 그 낭자한 핏자국이 몇날며칠을 선연하던 그 계절에도 엄마는 장례가 끝나고 바로 일을 나갔어요.

그런 엄마입니다....

IP : 110.35.xxx.9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왜이리 슬픈지
    '12.3.14 7:40 PM (211.234.xxx.87)

    님도 엄마도
    그저 토닥토닥
    내용이 너무 슬프고 원글님 글을 너무 잘적으시네요

  • 2. 원글
    '12.3.14 7:48 PM (110.35.xxx.93)

    제가 서른이 넘었으니, 그때 아기가 돌즈음이 되었을 땐데, 어린이집에 보낼 계기도 없고 꼭 보내야 할 이유도 없어서 늘 아기랑 집에 있었을 때에요. 그때 아기가 자고 있을때 매달 받아보는 작은 잡지책들을 좀 뒤젹이다가 그 11살에 엄마한테 했던 질문의 답이 책에 적혀있는걸 봤어요. 단무지는 땅속에서부터 노란색깔이 아니라는 내용을 마치 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처럼 잘 설명한 글이었는데 그때 정말 몰입해서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 책속으로 꼭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귀에 아무거도 안들리고.. 그런 복잡하고 긴 설명이 끝난뒤에야, 아 이런건 엄마가 설명해줄수있는게 아니었구나. 그러니 자다가 봉창 긁는년이라는 말에 봉창도 종류가 많은데 창문의 봉창인지, 주머니를 가르키는 봉창인지? 그렇다면, 창문을 긁는지,주머니를 긁는지 그리고 자다가 왜 그런 물건들에 하는 뜻은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눈을 더 흘기던 엄마가 가끔 생각나요^^..
    근데요, 우리 아홉살된 딸,저랑 엄청 닮았어욬ㅋㅋ어젠 학교선생님께 전화드릴 일이 있어 했더니 말하는게 저랑 너무 똑같대요~~

  • 3. 이젠
    '12.3.14 8:40 PM (211.109.xxx.233)

    어머니 그냥 받아주세요
    옛날분들 살기 워낙 각박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사랑줄지도 모르고 표현할 주도 모르셨어요.
    어머님 행복함도 모르고 힘들게 일만 하고 사신거 같은데
    어머니 마음에서 용서하시고 받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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