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전화벨이 오래 울리다 받는걸 무지 무지 싫어해요.
남편과 연애하면서, 또 결혼생활에 있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입니다.
물론 남편 성격은 아주 급한 편이구요. 전 느긋한 편^^;;
제가 일부러 늦게 받는게 아닌데도, "여보세요~ " 하자마자
"전화를 왜이렇게 안받어? " 하며 일단 성질부터 부리고는 본론 시작!
전화 끊고나서, 내가 몇번이나 안받았나...싶어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못받았던 내역은 없네요.
벨이 여러번 울렸을 뿐, 첫 통화에 연결이 된 거죠.
이런 남편이니, 전화를 여러번 안받으면 얼마나 성질이 나겠어요.
공교롭게도 이런 일이 며칠사이에 두번이나 일어나서,
지금 전 대역죄인처럼 가슴졸이고 있네요...헐~~~
첫번째>>
지난주 금요일, 그날따라 좀 많이 우울하고 아무 이유없이 괜히 성질도 나고 하더군요.
남편은 술약속이 있어 늦는다고 했었고.
금요일이겠다~ 애들도 일찍 자겠다~ 남편도 늦게 오겠다~ 이런 기회가 없는데,
냉장고에 술도 다 떨어지고,...(사러나가려면 많~이 귀찮은 곳에 삽니다) 더 우울해지대요.ㅎㅎ
카톡으로 남편에게 '아우~ 이런날 안주거리랑 맥주 사가지고 오면 얼마나 좋을까, 담엔 나랑 한잔 하자'고
보냈어요. 그리고는 설겆이를 하고 침대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한 1시간쯤 후에, 전화기를 그냥 확인해보니, 글쎄 전화가 5통이 와있는 거였어요. 남편으로부터요.
카톡도 와있고. 확인해보니 한 30분전에 2~3분 간격으로 전화를 했고, 카톡으로는
뭐하는데 전화를 안받냐는 메세지를 여러개~
그때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알고보니, 술약속이 취소가 되어 안주사러 왔는데, 뭐 사갈까 물어보려고 했다는 겁니다.
전화안받아서 혼자 열이 뻗쳐가지구는, 씩씩대면서 집에 들어오더군요.
다행히(?) 맥주랑 안주는 사왔네요^^
물론, 너무 너무 고마왔죠.
근데 하필 나도 위로받고 싶고 우울하고, 괜히 남편한테 투정도 부리고 싶던 그런 날에
전화 여러통 안받았다는 이유로, 전 이미 죄인이 되어서는......
화가난 남편을 달래줘야 하는 입장이 돼버렸습니다.
집에 와서 성질부릴까봐, 미리 카톡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도 하고, 애교란 애교는 다 부렸습니다.
그런데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전화기를 제발 옆에다 두고 다녀라!' 잔소리 먼저 한바탕...
좀 짜증이 났습니다만, 꾹 참았습니다. 같이 술을 먹어야 했기에...ㅋㅋ
근데 아무래도 내가 왜 5번이나 전화를 못받았나 싶어, 전화기를 이리저리 확인해봤더니
글쎄 착신벨 볼륨이 0으로 돼있는 거예요.
이유는...도저히 모르겠구요. 기억이 안나요, 어떤 경로로 저렇게 돼있는 건지.
기계가 지 스스로 그랬을리는 없는데, 전 기억이 하나도 안나구요. 좀 황당하더라구요.
그래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대충 풀고, 술을 같이 먹었습니다.
두번째>>
바로 오늘...
제가 학원에서 듣는 수업이 있어서 수업시작할때 항상 진동으로 해놔요.
집에 와서 그 진동 푸는걸 까먹었습니다.
왜 하필!!! 또 하필이면 오늘따라 대청소를 해야겠다고 맘 먹은건지.
집에 오자마자 점심도 안먹고 청소기 돌리고 밀대로 닦고 쓸고 부지런을 떨고,
겨우 소파에 쓰러져 잠깐 헥헥거리다가 전화기를 봤더니...
세상에~ 또 제가 3통을 안받은 거예요. ㅜ.ㅜ
역시 남편으로부터~ 그것도 이미 두시간 전이네요.
또 심장이 쿵쾅쿵쾅뜁니다. 아띠~
우리 남편 평소에 전화 절~대 안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볼일 나한테 심부름 시키고, 확인전화해보고... 요런 볼일 외에는 안부전화 절대 없습니다.
남편한테 전화가 오나 안오나 전화기를 노려봐도 생전 안오던 전화가,
왜 하필 정신없을 때, 할일로 바쁠 떄 와서는 속을 썩이는지.
아니나 다를까.
카톡에 문자에 지난번 보다 정도가 더 심하네요.
' 전화좀 제발좀 받아라' '성질뻗쳐 죽겠다' 등등...
볼일은 바로, 저한테 뭐 물어보려고 했다는데.
사실, 저한테 안물어보고 혼자 결정해도 되는 일인데...왜 하필 이럴때 내 의견을 묻는다고설랑은.
무서워서 통화도 못하고,
문자로 또 한바탕 애교에, 미안하다 백배사죄한다 등등...
제발 잔소리하고 화내지만 말아라...
답답한 사람 취급하지 말아라...나도 사정이 있었다, 용서해라~ 등등.
엄청 달래고 또 달래고,
에휴....
물론 남편이 진짜로 진짜로 무서운건 아닌데요.
전화안받은걸로 당연히 성질내고, 난 당연히 미안해해야하고 사과해야하는 게 싫네요.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 친구던 누구던 전화 안받으면 그냥 무슨 일 있나보다...나중에 하겠지...하고 말거든요.
성질은 안나거든요.
근데 우리 남편은, 접때 보니까 시어머니한테두 엄청 성질이더만요.
"엄만 전화를 왜 갖고다녀!!" 막 이럼서.
그래서 생각해봅니다.
제가 좀 느리고 둔해서 그런건가요?
아님 전화 못받은 게 원래 잘못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