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라온 글 중에 그 원글이님은 자녀 입장이신 듯 했고 저는 부모 입장으로 이 글을 씁니다
사실 무슨 말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마음을 조이고 동여매면서도
아주 저 밑바닥 조그맣게 웅크린 저는 울고 있답니다
제게 딸이 있어요 큰 딸.. 장녀이죠
이상히도 대개의 부모들이 첫아이에게 향하는 마음이 각별하지 않나요 저는 그랬어요.,
왜냐면 그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제게 처음으로 엄마라 부른 아이였고,
학교의 성적과 공부가 강요되는 한국의 환경에서 적응을 힘들어하던 아이였죠
그래도 저는 그 아이의 적성에 맞게 딸을 존중하며 꿋꿋이 길렀어요
하지만 길을 걸어간다고 간 것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는데 그 길에서 너무 힘들어 했어요
저는 그 딸이 안쓰러워 친구처럼 조언을 해 준다고 한 것이 너무 많이 가 버렸나 봐요
편지도 많이 썼고, 전화도 많이 했죠.. 딸은 가끔 씩 엄마는 지나치다..라고 했어요
그래도 딸의 상황이 어느 친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지라 엄마인 저는 딸의 옆을 지켜주고 싶었어요
딸도 그 와중에 제게 많이 기대었고 모녀 간에 많이 의견을 나누었답니다
그런데 최근부터 딸이 제가 보낸 메일을 전혀 열어보지 않고 또 편지보다는 전화로 말하자고 했습니다
딸의 상황이 아주 안 좋았고 너무 힘들어 해 저는 전화로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정도를 전화를 전혀 안 받는 겁니다 그 다음 날에도 전화를 주지 않았어요
딸의 수신자 목록에 제 번호가 찍혔음에도 .
저는 지금 상황에서 이 문제는 가족이 같이 의논해야만 하는 것인데 어떻게 그렇게 엄마에게 잠시 잠깐의 전화도
해 주지 않느냐..고 화를 냈고 딸은 그럴 상황이 아닐 만큼 바빴다고 하며 소리를 지르고 전화를 끊어버리더군요
제게 아주 오래 오래 지병으로 아프신 친정 어머니가 계십니다
친정이라고 일 년에 한 두번 가면 편하게 머물 수가 없었고 그저 돌아오기가 바빴습니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사람들의 부산스러움을 아프신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셨던 거죠
그래서 저는 마음 속으로 생각했어요 나는 장차 건강한 친정 엄마가 되어야 겠다
몸관리를 잘 해서 내 딸들이 친정에 쉬러 왔을 때 안아줄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엄마가 아프시니 딸에게 전화를 하시는데 내용의 80% 이상이 매번 똑같은 병세의 보고입니다
저도 알아요 그런 말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가 딸 뿐이라는 것을.
아프신 엄마 때문에 눈물도 남몰래 흘렸지만 같은 말도 수십년에 걸쳐 들으면 그것도 힘들어요
고칠 수 없는 홧병 같은 것이거든요
제가 그 아픈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아 전화를 자주 드리지 않아요
저도 엄마와 과히 친밀하지 않은, 좋은 딸 아니랍니다
너무 엄격했고 너무나 질타가 많았던 엄마에 대한 유년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엄마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네요
어머니도 제게 그러셨어요 너는 이 아픈 엄마 조금이라도 생각하냐.. 생각한다면 전화를 자주 할 것이다
아픈 사람인 당사자는 이 세상에서 제일 답답하고 힘들죠
하지만 그 옆을 지키는 사람도 가슴이 답답하기란 매 한가지예요
그래서 저는 전화를 왜 안하냐..고 성화하는 부모가 되지 않겠노라 항상 제가 먼저 딸에게 장거리 전화를 했죠
하지만 그 날의 상황은 정말 딸이 부모와 의논해야 할 중차대한 일이었기에 저의 수십통에 걸친 목록을 보고도
전화를 하지 않은 딸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딸 혼자 마음대로 처리할 상황이 절대 아니었답니다
그래서 결론은..
때가 되면 부모는 자녀를 믿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스스로 책임지겠거니 하고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는 거였어요
부모는 부모의 생활 시간표를 만들어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자녀에 대한 관심을 가급적 끊는 훈련을 해 나가야 해요
하루 아침에 아이처럼 돌보고 정을 쏟던 자녀를 남보듯이 할 수 없답니다
친정 어머니가 제게 집착하시는 것을 제가 힘들어 한 것처럼, 제 딸 역시 저의 관심을 힘들어 한 것이었는데
그래서 자녀에게 쏟을 관심을 부모에게 드리고, 자녀에게는 그토록 원하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존재로서의 부모 역활을
해야 했는데.. 그것이 말처럼 참 쉽지 않네요.....
내 딸이 내게 스스로의 생활을 만들어라고 말해준 것만 같아.. 고마와해야 겠다.. 나도 모르게 내 딸을 힘들게 하는
부족하고 모자란 부모였구나.. 하고 수없이 나의 마음을 다독여보지만 마음 한 켠에서 자꾸만 눈물이 흘러요
가족이라는 것은 가장 가까운 부모 자녀의 사이도 그 조절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그냥 말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