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중소기업 9년 경력 직장인, 현재는 대학원 다니는 아기 엄마입니다.
전 당연히 그 분이 아기 데리고 가셔도 좋겠다 생각했는데, 부정적인 반응이 많아서 놀랐어요.
반대의 이유는, 프로답지 못하다, 공과사를 구분못하는 것 같다, 앞에선 좋다해도 뒤에서는다 욕한다 그런 ...
하지만 적어도 제 직장 생활 중에서는 어린 아기를 양육하는 젊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서로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강했구요, 회사도 점차 그런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였고,
아까 어디 댓글로도 달았지만 요즘 HRD 에서도 일과 삶의 조화라는 주제,
그러니까 직원들의 개인적 삶이 직장 생활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배려해야만
결국 기업의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논의가 상당히 부각이 되고 있을 정도로 기업쪽의 분위기는 바뀌어가잖아요.
S전자의 경우 결혼기념일 축하 메시지와 선물을 매년 보내주기도 하는데,
그것도 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조처들이지요. 눈가리고 아웅이긴 하지만요.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생각하실 줄 알았었는데 의외였어요.
한참 왜 같은 여자분들이 더욱 저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조금 서글퍼요.
회사에서 여직원으로 살아가면서, 육아나 가사문제 때문에 조금도 배려받지 못했던,
그래서 아기엄마고, 딸이고, 부인이지만 그런 자기 사정을 철저하게 감추고 살아야만 도태되지 않을 수 있었던
우리 윗세대(전 30대 후반) 여성분들의 경험이 그런 시선에 녹아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조금이라도 애 엄마 티 내면 욕먹지 않을까 걱정하며 힘들게 사회생활했던 그 경험들이요.
가끔 40-50대 여자 선배들 중에서, 그런 강철같은 분들을 보게 되요.
절대 개인적인 사정으로 양해 구하지도 않고 남자보다 더 강하게 해야 성공한다고 외치는 분들이죠.
그런 분들은 실제로 육아휴직 챙겨 쓰는 것을 나쁘게 말씀도 하시더군요. 우리땐 못그랬다,
그러면 남자들한테 욕먹는다, 프로가 아니다, 여자들이 뒤쳐지게 된다...
그 선배들 덕분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 분들 피눈물 많이 흘리며 살아온 것도 다 알아요. 정말 고맙고 존경합니다.
앞으로 원하는 건 이제 그런 피눈물 안흘리고 다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 아닐까 합니다.
지금도 변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변해야지요.
직장다니는 것이 가족에게 희생과 갈등을 불러오는 그런 직장 말고,
직장 내 탁아시설에 내 아기를 맡기고, 점심시간에 아기 보고 다시 올라와서 즐겁게 일하는 곳,
육아 때문에 정시칼퇴근해도 비난 받지 않는 직장,
육아휴직 눈치보지 않고 써도 되는 곳, 아빠도 육아휴직 가능한 그런 곳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런 곳이라면 당연히,
육아휴직 신청 서류 제출하는 날, 귀여운 아기와 함께 회사에 나타나는 것이
전혀 어색하고 이상하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