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날 생각 나네요.
옛날에 그런분을 많-이 뵜었죠.
저는 그 앞집 딸 입장입니다.
지방 소도시 살때 그 대문글 쓴글 분 같은분들 많이 뵌 덕분에, 좋은 학교 가고 좋은 직업도 가졌습니다.
2.
우리집은 그렇게 부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천재이거나 했던 것도 아니구요.
그저 아버지가 선생님이시고 어머니가 수학을 잘 하셨을 뿐이고
집안 분위기가 어릴적부터 책 많이 읽고 다들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분위기라서 그냥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다들 공부를 썩 하는 편이어지만, 어머니가
과외요? 학원이요?
중학교 1학년까지는 내내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하나씩 다니다가 그 후에 남들 다 다니는 단과학원 다녔습니다.
3.
제가 사는 지방도시, 돈 많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어느 도시나 치맛바람 날리는 분들은 계시죠.
저희 엄마는 저희 삼남매한테 반장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선생님들 눈치 보이고 돈 든다고.
그렇게 추천받고 고사하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
치맛바람 날리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그냥 묵묵히 공부만 했습니다.
어느순간이 되니까 , 그냥 다들 공부를 주머니속에 송곳처럼 잘 하게 되었어요.
제가 제일 못했고, 언니나 동생이 잘했죠.
4.
아줌마들이 서서히 견제가 들어옵니다.
언젠가 부터 우리집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이 돕니다.
애를 잡는다던지. 과외를 몇 백만원짜리를 붙인다던지.
초등학생이 눈치가 없다고생각했는지, 대놓고 임원 아이를 이뻐하던 초등학교 선생(님?)이 생각 납니다
졸업때, 6년 내내 1등했음에도, 4등상을 받게된 언니를 두고
우리 가족은 조금 서러웠습니다.
왜 손을 아무리 들어도 선생님은 제게 발표를 시키지 않는지 어느 순간 깨닫고는 입술을 깨뭅니다.
내가 열심히 해서,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서
저 선생한테 본때를 보여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서러웠던 열세살의 어느날이 떠오릅니다.
5.
그 중 최고는 어느 하교길이었습니다.
시험 성적이 나오고, 싸늘하던 하교길에 친구가 저한테 얘기합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너희 엄마는 거지같이 하고 다니면서 너희한테 완전 고액 과외만 시키는거라면서?
엄마가 너한테 선생님 알아오래.."
6.
씁쓸했던 그 기억들 때문에
아버지의 고향이자 , 사춘기 시절을 보낸 그 지방 소도시에 저는 지난 10년간 다섯번인가 내려갔습니다.
아직도,조금 제가 느슨해지면,
내가 내 양 다리로 굳건하게 서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앙금이 마음속에 굳어서 진주처럼 변하였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씁쓸했던 기억들을 못내 잊을 수 없내요.
어찌 생각하면 감사합니다.
세상을 가르쳐 주셔서.
님들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시한번. 앙다물면서.
7.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대문글의 그 추한 글을 읽는 순간
감정이입 확 되면서 마음속에서 분노가 다시 솟네요.
그러지들 마세요.
님 자식에게 공부 말고도 큰 재능 있을거에요.
남이 가진 재능에 대해 침뱉지 말고, 님 아이 재능을 보듬어 주세요.
그게 남에게 죄짓지 않고 님 아이에게도 죄짓지 않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