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효자남편과 산다는것

... 조회수 : 8,657
작성일 : 2012-03-10 23:09:27

제가 결혼 하면서 인생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예요 결혼전엔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 편하게 살아왔었는데...

 

전 효자랑 결혼했어요 홀시어머니 계시죠

 

남편이 효자지만 아내에게 효도를 강요하는 스탈이었음 결혼 안했을거예요

 

진짜 효자답게 스스로 시어머니에게 잘하고 물론 저희 친정에도 참 잘합니다 잘한다는게 물질적인건 아니지만 소소한 마음 씀씀이가 참 이쁜 사람이죠

 

근데 제가 가끔 버거울때가 있네요 심적으로...

 

남편... 아주어릴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시어머니 혼자 힘으로 남매 키우셨는데 자라온 환경이 그렇다보니 남편은 엄마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릅니다

 

엄마인생과 자기 인생을 분리시키는걸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내가 엄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옭아매고 그렇게 짐을 지고 있으면서 버거워하고 벗어나고 싶어하고 힘들어합니다

 

시어머니 또한 의존적인 성격이라 결혼3년간 겪어보니 아들을 자식이 아니라 내 보호자... 내 인생을 책임져줄 남편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생각하시는거 같네요

 

손윗시누이가 한명있는데 둘 대하는거 보면 확실히 느낍니다 시누이는 내가 보살펴야할 자식,... 아들은 내가 의지해야할 존재...

 

전 그래서 남편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인쓰럽고 측은해요 마음으로 의지가 되는 피붙이가 없으니... 그 인생 참으로 외롭고 힘들었겠다... 사는 동안 내가 의지가 돼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편을 도와주고 싶지만 동시에 나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습니다 남편이랑 있으면 사소한 일상들이 참 행복합니다 한집에서 나는 컴터를 하고 남편은 티비를 보고 있는 그런 상황들조자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시어머니한테 한달에 드는 비용이 고정적으로 60만원이 듭니다 이 비용은 저희한테는 정말 최대로 해드릴수 있는 금액이고 버거울정도입니다

 

고정적 비용이니 실상은 그보다 더 나갈때가 많다는 거지요 솔직히 힘듭니다 시어머니 아직 50대 후반입니다

 

미래가 암울합니다 솔직히... 저희 친정할머니가 연세가 지금 80대중반이십니다 거동이 좀 불편하신거 빼고는 정정하십니다 30년을 시어머니의 인생을 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직 애도 없는데 숨이 막힙니다

 

며칠전 남편이 엄마 드릴 카드로 뭘 드릴까 하더라구요 병원비 쓰시라고 카드 드린다구요 그 말 듣는순간 가슴이 콱 막히더라구요

 

병원비... 한번에 몇만원씩 쓰시는것도 아니고 몇천원 만원 이렇게 나가긴 합니다 한달에 얼마 안되는 금액이죠 하지만...

 

저희가 이미 드리는돈이 수십만원이고,... 그렇게 이것저것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면... 이제 대출내서 집도 살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우리는 애는 언제낳고 언제 노후준비하고 할려고... 가슴이 콱 막히더라구요

 

남편한테 그랬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죠 한숨 한번 쉬니 왜 그러냐 묻더군요

 

어머니 카드 못드린다 했습니다 저 원래 말투 무뚝뚝하고 참 정없는 사람인데 결혼하고 정말 많은걸 인내하고 성격도 죽이고 그렇게 돼더라구요

 

최대한 부드럽게 그러나 제 의사를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카드 못드린다 우리가 드리는 돈만 달에 60이 들어간다 우리가 어머니의 인생 전체를 다 책임질수 없다... 아직 연세도 50대후반이고 그 나이면 나가서 아줌마 소리 듣지 할머니 소리들을 나이 아니라고...

 

60만원 이외에 자잘하게 나가는 돈은 알바라도 하셔서 충당하시라고 하라구요 울동네도 백발 할아버지도 편의점 알바 하신다... 하루 네다섯시간... 몸에 무리 가는것도 아니고 그정도 하면 한달에 이삼십만원이라도 벌수 있다고..

 

아예 생활비 안드린다는거 아니고 그거 드리면 우리 이제 집도 사고 해야 하는데 더는 절대 못한다고... 애라도 낳으면 만약 애가 아프면 그 생활비 조차 못드리게 될수도 있는데 그때가서 어머니 아무 준비도 안하고 계시면... 어쩔거냐고요

 

아직 살날이 몇십년 남았는데 조금씩이라도 홀로서기 하셔야 한다고 했어요

 

다행히 남편도 제 말뜻을 이해했고 한달에 드리는 고정적 비용 빼곤 드리지 않기로 했어요

 

효자남편 수위 조절하는거 힘드네요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매정한 며느리도 아니거든요 시댁가면 맛있는거라도 더 사드리려고 하고 시댁갈때도 거의 빈손으로 간적도 없고... 때로 영화도 예매해서 남편 한테 어머니랑 둘이 데이트하고 즐겁게 지내고 오라고 하고 그래요 잘한다고는 할수 없지만 기본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서 정말 이젠 내손으로 직접 헤쳐가야 하는게 인생이구나 뼈저리게 느낍니다 결혼생활하면서 일방적인 희생을 할 생각은 없지만 남의 고민을 나눠 가진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은것을 피부로 직접 느껴보니 만만찮네요

 

정말 내가 결혼생활을 죽는날까지 잘 해낼수 있을지... 확신도 없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이왕 결정한거...

 

그래도 십년을 알아오면서 결혼은 삼년뿐이 안됐지만... 어쨌든 권태기 한번 없이 늘 한결같은 남편이 있어서 제인생이 풍요로워졌으니  내 자신이 더 행복한 인생을 살수 있도록 노력은 해보려구요

IP : 118.46.xxx.10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3.10 11:26 PM (1.236.xxx.134)

    저랑 비슷하네요...저두 그 맘 알아요...저 또한 주변에서 시댁에 잘한다 소리 듣는사람인데...
    솔직히...남편 하는거보면 속에 쌓여요..ㅜ.ㅜ
    저흰 한 술 더떠..개천에서 용난격이라
    그 집안에 뭔 일만 생김 울남편이 해결사에요...
    남편이 처갓집에도 잘하면 말도 안해요..자기 부모한테만 잘하니 전 잘하고싶다가도 맘이 싹~ 가셔요..

  • 2. 위로냐 겁이냐
    '12.3.10 11:27 PM (121.88.xxx.168)

    원글님 마음 압니다. 저희 어머니도 50대초반에 저희결혼시키셔서 아직까지 같이 살고 있어요.저희는 시부모가 능력이 없으신데 시아버지가 돈을 못벌어와서 고생하신 유형인데 그게 마음이 아프다며 같이 사셨어요, 시아버지랑은 같이 안살고 싶어도 엄마는 고생시키지 않겠다고요. 그러고 18년째인데요..시어머니가 그러시네요. 나는 남편복은 없지만 아들복은있다고. 제가 그랬어요, 어머님 효자남편두면 며느리가 고생한대요, 그러니까 얼굴빛이 달라지시네요. 지금 저는 홧병을 다스리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남편부모니, 남편이 자기 엄마한테 지극한 마음이니 어쩔수 없다고, 저도 잘했어요, 그런데 가족구조란게요 부인과는 이혼할 수 있지만 부모하고는 헤어질 수 없잖아요. 시어머니 입자에서 지금 며느리말고 돈잘벌고 싹싹한 며느리를 가끔 찾는 눈치도 있고요, 저는 저대로 짐덩어리를 지고 사는 느낌이 들고요..남편은 하나인데 고부간에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홧병이 나서 전에는 네네, 하던게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전에는 말못하던걸 싸우기도 합니다. 허나 점점 늙어가십니다. 점점 측은해지시고 남편도 이제는 내편이지만 엄마는 끌고가려고 하네요. 일단 엄마란 사람이 완벽하다고 하는 생각부터 남편이 깨게하세요. 저희경우 시어머니가 알고보면 이기적이고 현명하지 못한데 남편은 그렇게 보지 않다가 내가 그측면을 얘기하니까 그제서야 완벽한 엄마상을 깨더군요. 원글님 톡톡..하지만 홧팅입니다.

  • 3. 원글
    '12.3.10 11:41 PM (118.46.xxx.108)

    전 연애할때부터 시어머니 모시고 살지 않겠다고 했어요 모시고 살거며 딴 여자 찾아보라고.. 난 결혼안할란다 그랬죠 혼자 사는한이 있어도 그 누군가와 결혼을 할지라도 시부모님은 안모시고 산다고요

    이건 제 나름대로 확고한 이유가 있거든요 간접적으로 고부갈등,. 시집살이 평생 지켜봤기 때문에 제 확고한 의지,.. 이게 관철 안됐다면 결혼 안했을거예요

    나중에 시어머니 늙으셔도 제 동의 없으면 같이 사는건 안한다고 합의보고 결혼했거든요 가까이 모시는건 오케이..

    그러고 3년을 살다보니 같이 살지 말아야겠다는 확신은 더더욱 짙어지고... 남편도 첨에는 우리둘 어디 놀러가면 혼자계신 어머니 안쓰러워하고 같이 오자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우리 어디 여행가자 하는말에 시어머니는 없더라구요

    다행히 남편이 시어머니의 약한면 이런거 다 인지하고 있어요 얼마전 시댁에 좀 심각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또 시어머니가 남편 의지하려고 울면서 전화했었는데 딱 선을 긋더라구요 물론 우리가 할수 있는 한도에선 도와드리긴 했지만 해결은 시어머니가 하시도록,... 그렇게 됐어요

    뭔가 결혼생활이 몇백개의 힘겨운 관문을 통과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러면서 어른이 돼가는거구나 느낍니다

  • 4. jin
    '12.3.10 11:44 PM (221.165.xxx.62)

    남자들은 그걸 꼭 설명을 들어야 알아요? 심하네요....그것도 많이요...

  • 5. 원글
    '12.3.10 11:49 PM (118.46.xxx.108)

    윗님... 설명 들어야 압니다 ㅠㅠ 우리나라에 말안해도 척척 알아서 자기가 선긋고 이런사람 별로 없어요 오죽하면 남자들은 결혼하면 효자된다는 말이 나올까요... 제 남편은 원래 효자였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알아듣는 사람 만난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라... 말해도 못알아먹는 남자 천지라서요

  • 6. jin
    '12.3.10 11:58 PM (221.165.xxx.62)

    그렇군요...ㅠㅠ..어쨌든 지금은 원글님 편 되주신거죠? 그게 어디에요...힘내시길..

  • 7. 갈길이..
    '12.3.11 6:53 AM (121.147.xxx.154)

    멀어 보입니다..저도 홀어머니 맏며느리..결혼10년차입니다..
    능력없는 시어머니 처음엔 모시고살다 홧병나 죽을것 같아 집 얻어 드리고 생활비 드리고..
    빠듯한 월급에 힘들게 삽니다..

    근데 시댁식구들은 장남이니 당연한거라고 고마운줄도 모르고 더 안해주는걸 서운해합니다..
    하나를 하면 하나는 당연하고 둘 달라하고 둘을 하면 또 둘은 당연하고 셋달라 합니다..
    저도 처음엔 남편부모인데 내부모처럼 잘해야지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정이 떨어 집니다..
    그래도 남편이 제말에 귀를 귀울여주는 편이라 이젠 적당히 거리두고 할것만 하고 삽니다..
    잘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최소한으로 줄것만 주고 삽니다..그래도 우리형편엔 큰돈이지만..

    원글님 어머닌 아직 너무 젊으시네요..충분히 일할나이인데..그렇게 사신분은 평생 그렇게 사십니다..
    우리어머니도 평생 십원한장 벌어본 적 없다고 자랑삼아 얘기하시죠..본인 흉인줄도 모르고..
    그동안 자식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그래서 전 우리 남편이 불쌍합니다..나이 40이 넘도록 결혼도 못하고 엄마랑 살았거든요...

    원글님도 처음부터 선을 그으시고 남편과 잘 지내면서 컽트롤을 하세요..시어머니와 사이가 안좋아질수도 있지만 좋은며느리 되면서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지혜롭게 사세요..남편을 잘 설득하시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94939 멘붕하지 말고 힘내세요. 4 2012/04/12 514
94938 이 시점에 명언 하나 1 지옥 2012/04/12 670
94937 저희 엄마 수영복을 구입해야 하는데.. 어디서 구매하죠? 10 수영복 2012/04/12 1,943
94936 박근혜가 통한다는게 참 놀랍습니다. 12 2012/04/12 1,412
94935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이명박이 딱 맞는 대통령감~ 2 애엄마 2012/04/12 663
94934 장 뚜껑은 어떤것으로 해 두셨어요,? 모르겠어요 2012/04/12 483
94933 투표도 의무화했으면 좋겠어요. 19 바꾸자 2012/04/12 1,324
94932 이모들!! 아직 할 수 있죠? 3 ㅎㅎ 2012/04/12 608
94931 부산사람으로써, 참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습니다. 19 미안합니다T.. 2012/04/12 1,529
94930 12월 대권에 꼭 박근혜가 당선되길 바랍니다. 18 2012/04/12 2,037
94929 박근혜는 안된다 3 장물공주 2012/04/12 671
94928 이자녹스 울트라 모이스처 쓰시다가 울트라화이트로 바꾸신분 계세요.. 크림 2012/04/12 1,195
94927 이와중에 죄송하오나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7 유기농매장 2012/04/12 996
94926 보편적 복지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3 키키키 2012/04/12 544
94925 영어 회화 그룹레슨, 개인레슨 소개 부탁드려요~~ 1 호호들들맘 2012/04/12 623
94924 나꼼수를 지킬 때 1 상해러브 2012/04/12 718
94923 4월 1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04/12 846
94922 아들 중간고사준비해야하는데 2 기력이없다 2012/04/12 860
94921 글하나만 더 드릴께요...꼬맹이 있으신 82님들께.. 2 따뜻하기 2012/04/12 700
94920 그런데 근본적으로 국회의원 선거 시스템이 잘못 2 .. 2012/04/12 536
94919 투표함봉인문제. 부정선거이거심각한거아닌가요?이승만정권이랑 다른게.. 10 망탱이쥔장 2012/04/12 764
94918 조카 책 샀더니 앵그리버드 필통주네요ㅋㅋ 꿈여행 2012/04/12 746
94917 패배주의에 젖을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어요. 10 .. 2012/04/12 972
94916 노인들 투표한다고 욕하는 분들은 좀.. 8 키키키 2012/04/12 1,030
94915 이제 부정 선거 소송에 힘쓰시면 됩니다. 5 정동영 2012/04/12 6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