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를 돈 앞에 주눅 들지 않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면 조회수 : 1,525
작성일 : 2012-03-08 13:29:55
지난 글에 고급식당 모시고 가면 어머니께서 어색해 하신다는 얘기 원글이며 댓글들 모두 따뜻하네요.
그 글을 읽다 보니, 좀 다른 쪽으로 생각이 가지를 치는군요.

전 어릴때부터 돈을 좀 경시하는 풍조랄까, 얕잡아 보는 풍조랄까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습니다.
돈을 좇거나 쫓아 다니는 걸 살짝 천박하게 생각하는 집안분위기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버지께서 조금만 비겁하셨으면(^^;)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었는데도 딱 중산층 수준에서 컸습니다.
아니, 경제적면에서만 보면 중산층 이하일수도 있었겠네요.
단, 문화적 혜택은 보통의 집들 이상 받고 자랐다고 생각하기에 그냥저냥 중산층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요...
그런 분위기에서 컸지만, 불행히도 전 돈 앞에서 항상 주눅 드는 아이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고급문화도 향유한 편이고, 부모님께서 고급식당에서 정기적으로 외식도 시켜주고 하셨지만, 그런 심리적 부분은 전혀 나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 고등학교 동창이 우연히 연락이 돼 집에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가 보니, 강남의 대저택이 눈 앞에 펼쳐지더군요.

지방출신이라 언니와 둘이서 가정부 두 명과 함께 그 큰 저택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전 학교 앞에서 하숙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고요.

그 친구 아버지가 지방조직폭력배라는 건 그 지방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전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다니고 있었고, 그 아이는 재수인지 삼수인지 해서 겨우 수도권대학을 들어가 다니고 있었고요.
굳이 말하자면, 제가 그 친구에게 꿀릴 게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 날 전 한없이 주눅 들고, 초라해졌던 저 자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친구가 유럽 다녀온 감흥을 말해 주고 있는데,...
외출준비를 끝낸 대학생 언니가 모피 입고, 샤넬백을 들고, bmw를 타고 나가는데...
한없이 초라해지더군요.

그 날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도 우리 집보다 잘 사는 친구네 가면 기가 죽어 얼굴이 상기된 것이 확 느껴지곤 했습니다.
나름 돈에 관한 윤리교육(?)을 받고 컸는데도 항상 돈 앞에선 기가 죽는 아이였던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전 딱 부모님만큼 살고 있습니다.

그 시절치고 문화생활 많이 누리게 해 준 부모님 영향인지...
저희 아이에게 경제적으로 풍요롭게는 못 해 줘도 문화적 소양만큼은 길러줘야 겠다 생각해서 많이 데리고 다닙니다.

그 글 원글님 어머니처럼 전 아직까지도 비까번쩍한 곳에 가면 계속 주눅들어 있습니다.
대신 절대 밖으로 티는 내지 않지요. 최대한 여유로운 척, 최대한 즐기는 척...그러나, 속마음은 좌불안석...ㅜ.ㅜ

저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남편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하는 일때문에 저보다 훨씬 더 상류문화(?)를 많이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가족 중 유일하게 우리 아이만 제일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그런데, 이제 사춘기라서인지 조금 눈치 보는 모습이 슬슬 나타나서 속상합니다.

어떻게 하면 돈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아이로 기를 수 있을까요?
아이만큼은 저같이 불편해 하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았으면 하거든요.ㅜ.ㅜ
IP : 111.118.xxx.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모님이
    '12.3.8 1:36 PM (14.52.xxx.59)

    돈을 천대하셨다는 것 자체가 돈앞에 주눅 든것 같은데요
    돈을 쫒아도 돈을 가질수 없으면 차라리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이 분명 있죠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은 절대 돈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금전 만능주의에 젖어있는것도 아니지만 돈의 귀중함은 알죠
    가진게 별로 없는데 너무 문화쪽에 치중하면서 우리는 소양은 풍부해,,이것도 부작용이 있어요
    경제관념을 잘 심어주세요

  • 2. 12
    '12.3.8 2:10 PM (59.2.xxx.198)

    돈을 써봐야 알지요,,돈을 가져봐야 알구요,,
    가졌다가 놓은것도 아니고
    가질기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돈이라는게 어떤건지 몰라요,,
    돈의 위력 돈의 부작용 돈의 기타등등,.,
    그러니 실제로 돈의 위력을 보게 되면 주눅이 들죠,,
    그리고 위의 예를 드신 조폭딸의 경우는 그 당시에 그정도면 주눅들수밖에 없겠네요,,,더구나 어린대학생때였는데,,워낙 엄청난 부의 전시였으니까요,,경로야 어떻든지간에,

    아이한테 돈을 무시하라고 가르치지 마세요,
    돈을 무시하고 천대했는데 돈의 위력을 보게되면 혼란이 오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0678 난민이야말로 진짜 약자, 소수, 인권보호해줘야 하는 대상입니다!.. 2 sukrat.. 2012/03/12 386
80677 남편과 국회의원의 공통점이래요 2 .. 2012/03/12 1,045
80676 냉동실에 보관했어도 유통기한 지나면 바로 버려야하나요? 7 아리송 2012/03/12 16,461
80675 여성 골프채 좀 추천 부탁드려요.. 5 초보 2012/03/12 3,503
80674 자사고에서 일반고 전학 20 고민맘 2012/03/12 12,247
80673 5살(42개월) 여자아이 유치원적응이 너무힘들어요..어떻게 도와.. 1 천우맘 2012/03/12 739
80672 강용석 할부지가 강정마을 출신이라네요.. 11 아놔...;.. 2012/03/12 1,902
80671 레고보관 어케 하시나요? 8 봄날 2012/03/12 2,183
80670 진학사이트 상담관련 조언부탁드립니다. 3 고3부모 2012/03/12 835
80669 이사예정지에 송전탑이 근처에 있는데 4 송전탑 2012/03/12 2,605
80668 내 차례는 언제올까.. 2 낼모레 50.. 2012/03/12 664
80667 아픈 사람인데요. 샴푸 좀 추천해 주세요. 4 비니 2012/03/12 681
80666 방송3사 파업 콘서트 포스트 짠~ 5 eee 2012/03/12 676
80665 82바이러스? 때문인지 컴이 이상한데요, 다들 괜찮으신가요? 1 속터져 2012/03/12 505
80664 심심해서 책 몇 권 사본 후기예용 7 anaud 2012/03/12 1,949
80663 카드 단말기 구입 어디서..? 1 ... 2012/03/12 388
80662 초등애들 일기 검사 하나요 6 요즘 2012/03/12 844
80661 강아지 예방접종 3 강쥐사랑 2012/03/12 653
80660 중학생 딸애 친구 문제 걱정되네요 4 .... 2012/03/12 1,899
80659 여자 상사분들.. 1 ... 2012/03/12 898
80658 혹시 궁합보는 사이트 추천좀 해주세요 2 2012/03/12 1,158
80657 투표 아시는 분, 부탁드려요 ... 2012/03/12 285
80656 홈*러스 푸드홀 너무해요~ 6 너무해 2012/03/12 1,586
80655 문성근 후원 2 ........ 2012/03/12 612
80654 7cm 라텍스 매트리스 괜찮나요?-조언절실!! 18 한번더 2012/03/12 6,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