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이 베스트까지 갈 줄은.. ;;
오늘도 한번 더 여쭤보려고 82들어왔는데 베스트에 제 글이 있어서 가슴이 콩닥콩닥하네요.
네, 어제 등원해서 하원할 때 까지 울었다는 저희 딸이 오늘은 두번째 등원을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두어번 오늘 가기 싫은데, 나중에 더 커서 그냥 학교 가고 싶은데.. 그러다가
아침 잘 먹고 순순히 옷 갈아입고 머리 빗고 가방 메고 다녀오겠습니다 - 배꼽인사하고 아빠랑 잘 나갔어요.
남편이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이라 지금까지도 문화센터 같은 곳은 아빠랑 다녀서 등원도 아빠랑 하고 싶대요.
역시 남편은 바로 돌아오지는 않았고 교실 들어가서 아빠 여기 있으라고.. 붙잡길래
한 30분 있다가 나오는데 애가 또 울었대요. 선생님이 달래주니 울음 멈추기에 집에 왔는데
남편도 영 신경이 쓰이는지 다시 가서 아직도 울고 있으면 그냥 데려오겠다고 어린이집에 다시 갔어요.
그런데 이번엔 애가 다른 애랑 섞여서 활발하게는 아니지만 제법 어울려 놀고 있길래 그냥 혼자 돌아왔구요.
점심 나올 무렵에 먹기는 하는지 걱정되서 남편이 또;; 가서 보고 왔는데 혼자서 다 먹고 반찬 더 달라고 하더랍니다.
어제 너무 힘들어하기에, 제 마음도 힘들어서 오늘도 많이 울고 밥도 한술 안뜨고 있으면
보내지 말아야지, 내가 더 데리고 있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어제와는 또 너무 다르게 밥도 다 먹고 (저녁에 담임샘 전화 말씀으로는 밥을 더 달래서 더 먹었다네요)
하원차량에서 내리는데 아직은 얼굴에 긴장이 서린 표정이긴 했지만 한결 나아진 얼굴로 내려서 한시름 놨어요.
어린이집 입학 상담할 무렵부터 저도 남편도 원장선생님 자주 찾아 이것 저것 물어보고 확인하고
어제 오늘 겨우 이틀 등원시키면서 애 아빠가 빼꼼 - 살펴보려 서너번 들여다 봐서 그런지
담임샘도 원장샘도 문자로, 전화로, 차차 적응하는 것 같다, 밥 잘 먹었다, 울음 그쳤다, 알려주시고..
3월이라 어린이집 분위기 정신 없을텐데 그거 감안하면서도
제 아이가 가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 마음놓고 믿고 맡기고만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이렇게 유난떠는 부모가 되어 버렸네요 ;; 부모가 좀 더 대범하고 이성적이어야 할텐데요..
오늘은 다녀와서 '내일 안갈거다. 내일도 울거다' 소리는 좀 덜했어요.
첫아이다 보니 이런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어제는 종일 울었다는 녀석이
오늘은 또 갑자기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니.. 얘가 적응을 한건지, 그냥 엄마 보기에 그러라고 그러는 것인지..
제 자식이지만 속을 모르겠네요. 일단 며칠 더 두고 봐야 하겠지요..?
주변에선 작년부터, 동생 태어나기 전에 어린이집 보내라고 말씀들이 많았지만
최소한 세돌까지는 제가 끼고 키우고 싶어서 무리해서라도 아이 둘을 제가 다 돌보고 있었어요.
작은애가 태어난게 큰애 26개월 무렵인데, 지난 달에 생일상 차려주며 생각해보니
저희 큰애의 26개월 부터 36개월까지의 시간이 도통 저는 기억에 없는거에요.
그렇게 제가 정신없이 그저 먹이고 재우는 역할만 하는 동안 아이가 저 스스로 알아서 커버린거죠.
문득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큰애한테 너무 미안하고, 큰애는 큰애대로, 작은애는 작은애대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것 같아서 이번 봄에는 어린이집에 반일반이라도 보내자 결심했지요.
아직도 큰애 한테는 미안한 마음이 더 들어요. 보통은 둘째 태어나면 둘째가 그렇게 예쁘다는데,
저는 첫애를 향한 마음이 더 애틋해서 그런지 둘째가 딱히 더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큰애도 아직 애기인데 많은걸 본의 아니게 양보하면서 참으면서 지내고 있는게 너무 안쓰럽더라구요.
제 마음은 그러면서도 당장 제가 힘에 부치고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자꾸 큰애 몰아세우고 혼내게 되고..
그런 저런 복잡한 마음에 기관의 도움을 좀 받자.. 생각한 것이지요.
큰애 한테는 올해 어린이집에 보내든, 내년에 보내게 되든간에
늘 미안한 마음이 앞설 것 같아서 마음이 참 짠하답니다..
이왕 다니기로 결심한거 아이도 어느 정도 분위기를 익혀가는데
이렇게 잘 적응해서 신나게 건강하게 쭉 잘 다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