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과열 학군으로 이사왔습니다.
그 전 학교는 회장 선거 나가면 표 많이 받아왔어요. 2학년, 3학년 두 번 다요.
순하고 착한 모범생 스타일이라.. 아무래도 좀 먹고 들어가는 바가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이사오자마자 회장 선거에 나갔지요.
안 나갈 줄 알았는데, 원래 좀 소극적이고 말도 없어서, 나갔다는 자체에 놀랐고 칭찬해주었어요.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3표, 부회장 7표 받았으면 잘했지요..
2학기 때는 친구들도 좀 사귀어서 나름 기대를 했나봐요.
그런데 '여러모로 갑'인 친구가 몰표를 받아 회장 선거에 똑 떨어지고, 부회장을 안나갔다 합니다.
집에 돌아오는데 표정이 상당히 안 좋더라고요.
"엄마, 나 전에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되고 안되고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단, 이 아이가 이 피 터지는 정글에서 '나는 안돼'라는 생각이 굳어지면 어떻게 하나, 가뜩이나 소극적인 아이가.. 그걸 걱정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5학년 선거도 안 나간다고. 난 알아서 하라고 했는데.
부회장 되었다네요.
회장 떨어져도 용기 갖고 다시 나갔데요.
뭐, 5학년쯤 되니 귀찮아서 안 나오는 애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이 동네에서 나도 된다'는 작은 자신감 갖게 되어 다행이에요.
아들, 축하해.
나에게는 말 지지리 안 듣는 골치덩어리이지만,
학교에서는 친구들도 잘 도와주고 바른 길 가는 좋은 아이라는 것, 믿어.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