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이트에서 뒤척이다 글을 읽고 있노라니
남편이 늦게 와요
남편 들어오셨나요
또 술마시고 왔어요
아침이 되어야 올래나봐요
전화를 안받았어요
미친인간이에요
이혼하고 싶어요
대략 이런글들이 많더라구요
보면서 문득...
제 예전 생각이 나더라구요
신혼때는 남편이 보고 싶었고
밤에 둘이 오붓하게 영화도 보고 마트가서 장도 보고 그러는 모든 행동들이 그리워서
나아닌 다른이들과 음주가무 즐기는거 밉고 얄미워서
빨리 들어와라 전화기에 불이나듯 전화했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하루종일 집구석에 처박혀서 애만보고 그나마 똥이라도 맘편하게 쌀려면
이놈의 인간이 일찍 들어와야 되는데..
하루에 사나흘은 술처먹고 들어오니 너만 살판났냐 나도 살자 하는맘에
괴씸해서 전화기에 또 불이나듯 전화했고
그렇게 들어오면 잔소리가 시작되고
누구랑 먹었냐 왜 먹었냐로 시작되어서 신세한탄 늘어지고
때로는 피튀기게도 싸우고 안살거다 이혼할거다 오만가지 으름장도 놓아봤지요
그러다 술처먹으면 개만도 못해 대화안되는 사실을 알고부턴
입아파 싸우기도 싫어 말안하고 버티기 작전
냉전이 며칠 지속되다가도
어느날 내가 왜싸웠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흐지부지 싸움 종료
<싸우긴 싸운건지 나혼자 말을 안한건지...>
그러다 며칠있다 또 술처마시고 늦게와
또 싸워
또 말안해
왜싸웠는지 또 잊어버려
또 싸워
...
이러다가 애들이 이제 좀 컸어요
삼년전부터는 늦게간다 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한달에 서너번 술마시고 오고
그중 새벽 세시 네시 되는날 한번 정도 있는데
들어와서 씻고 곱게 저짝으로 떨어져서 잘 자요
가만 생각해보면
전화해서 닥달해도 마실술이고
닥달안해도 마실술이었던거죠
전화해서 현재 상황파악정도 해주는거야 나쁘지 않지만
술이 술을 마셔대고 있는 인간인가 아닌가 싶은 사람한테
전화해서 잔소리하면 욱해서 안갈데도 가고
전화도 꺼버려요
그럼 싸우는거죠
이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구요..
술마실땐 개되니까..
그걸 어느날 깨닫고
전화안하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남편이 전화해요
집에 별일없냐고
첨엔 애들 옆게 끼고 비라도 오는 날엔 무서울때도 있었어요
그치만 비온다고 술병두고 달려올사람도 아니고
즐거운 티비프로나 영화 보고 있다보니 나름 괜찮더라구요
내가 이 사람을 기다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상황을 즐긴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애들 재우고 새벽에 이 인간 언제 들어오나 들어오기만 해봐라
이를 바락바락 갈고 있지 않은것만해도 정신건강에 아주 훌륭하더라구요
그게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그러다 보면 절대 개같은 버릇 고쳐질것 같지도 않더니
술처먹고 집에와서 깐죽깐죽 시비대던거
오바이트할정도로 처마시고 와서 거실바닥에 쏟아놓던거
월중 행사였는데 이제 안해요
일주일에 서너번 12시 넘어 집에 오던거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었어요
이젠 술마시는것도 지쳐서 늙어버려서 안하는걸까요?
아니면 그동안 제가 전화해서 빨리오라고 잔소리했던것에 나름 쾌감을 느끼던것이
사라져서 그런걸까요?
그 이유는 오늘밤에 남편한테 진지하게 물어봐야 겠어요 ㅎㅎ
여튼 제 자랑이 아니고
저도 그렇게 술마시고 안들어오는 남편 기다리고
싸워보고 다 해봤기에..
그 새벽에 그런글을 쓰고 있는분들이 안타까워서..
혹여나 저처럼 깨달음 <공자 맹자 할아버지가 보면 기가막히고 코가막히겠지만..>
이랄까.. 깨달음이라 갖다 붙이기도 뭐한 그런...
내 안의 평정심을 좀 찾으시면 내 자신한테 나쁜독소 뿜어서 아침에 피부상태 메롱되는일은
적지 않을까 합니다~~
참 제 남편은 여자 도박 문제는 없는데 혹시 술한잔 하는것과 더불어 그런문제가 껴있다면
여자혼자 맘먹기에 따라 달라질 상황이 아닐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