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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6세 딸아이 벌써부터 엄마 말이 안먹혀요.

pink 조회수 : 2,186
작성일 : 2012-03-03 03:57:24

 

제목 그대로에요.

 

6세 딸아이인데,

어릴 때부터 뭐 그닥 훈육의 필요성이 없던 아이였어요.

지금도 그 점은 다르지 않아요.

별 잔소리가 필요 없이 그냥 알아서 딱 하고,

아무도 눈치 준 사람도 없는데,

눈치도 좀 보는 편이라 제가 편할 때도 있구요.

 

그런데, 최근 한글 공부를 시작했는데,

외국에 사는지라 아무래도 한글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좀 힘들어하더라구요.

그래도 또 역시 잘 따라오더니

며칠 전 하기 싫다 그러더라구요.

 

어르고 달래서 하고 있던 참이라 저도 좀 화가 나서

그러면 하지마라 그러고 그 날은 공부 안했어요.

근데 또 그냥 넘어가면 안되지 싶어,

제가 그랬어요.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엄마도 하기 싫을 때도 있지만 맨날 청소하고 밥하는 거다.

아빠도 출근하기 싫은 날 있지만 출근해서 돈 벌어 오는 거다.

하기 싫다고 다 안할 것 같으면 엄마도 청소 안하고 밥도 안할란다.

너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지도 않고 데리러 가지도 않겠다....

그랬더니 딸래미가 하는 말이,

난 엄마가 청소 안해도 상관없다. 밥안줘도 상관없다. 말 그대로 I don't care 랍니다.

왜냐하면 아빠가 있기 때문이라네요.

 

이리 말하는데 열받더군요.

열받는 김에 몇 마디 더했는데,

또 하나도 안지고 떽떽거리는 말투로 다 받아치고 일부러 옆에 와서

'I don't care, It's OK'하고 가네요.

 

벌써부터 말로는 조금도 안지려고 하니,

사실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한글공부 하기 싫을 수도 있고.

하기 싫다고 말하는 게 정말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고.

즉, 딸아이가 진짜로 잘못한 일은 아니니까...저도 어떻게 더 말도 못하겠고.

그래도 뭔가 엄마로서 말이 안먹히는 거 같아 기분도 안좋고.

 

상황을 다 전해들은 아이 아빠는 그냥 넘어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그 때는 다음 날 아침 그냥 웃으며, 안아주며 깨우는 것으로 넘어갔어요.

 

근데 또 어제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같이 앨범을 보는데,

3년이나 키워주신 외할머니보다 이제껏 한 5번이나 봤나 싶은 친할머니가

더 보고 싶다는 거예요.

바로 며칠 전에 외할머니가 보내주신 로보카폴리 컵은 좋다고 쓰면서,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또 얄미워져서...제가 또 몇마디 했더니.

이번에도 역시 안지네요.

 

저도 알아요.

저 상황들이 제가 좀 감정적이었다는 거.

하지만 엄마가 좀 유치할 지라도 아직 6살이면 먹혀야하는 거 아닌가요.ㅠㅠ

아, 정말 이 상황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요.

입 똑똑한 딸 키워보신 선배님들 조언 좀 부탁드려요.ㅠㅠ

 

IP : 70.26.xxx.7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놀자언니
    '12.3.3 4:10 AM (121.129.xxx.75)

    ㅋㅋ.
    전 6살 남아 엄마인데요.
    남자아이라 그런가 아직은 괜찮은거 같아요.
    제가 왜 ㅋㅋ 이라고 썼냐면 님이 아이에게 하는 멘트가 저와 100% 같아서요.
    울 아들은 제가 그렇게 말을 하면 정색을 하고 남들보다 잘 하고 싶다며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요.
    그런데 이런 협박은 좋지 않다고 하네요.
    저도 아이가 좀 더 크면 제 말에 반박을 할 텐데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중이에요.

  • 2. 혹시나
    '12.3.3 4:27 AM (58.141.xxx.145)

    원글님이 자기 전업주부로서의 일, 그것도 외국에서 한국어로 쓰는 여성으로서의 전업주부 일에 대한 자존감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아이가 크면 클수록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더 깊어질듯한데요

  • 3. ;;;;
    '12.3.3 4:51 AM (121.133.xxx.82)

    딴건 몰라도 외할머니 친할머니 그런걸로 아이한테 얘기하시면서 안 지려 한다고 뭐라신대는건 좀;;

  • 4. 원글
    '12.3.3 5:49 AM (70.26.xxx.76)

    네, 저도 알아요. 제가 감정적이었죠.
    그리고 친할머니 더 보고싶다는 건, 뭐랄까, 우리 엄마보다 시어머니를 더 좋아하는 구나..의 차원이 아니라
    외할머니가 지를 어찌 키웠는데...맨날 업어줘서 허리 고장나시고 무릎 인대도 찢어지시고..그랬거든요. (죄송스럽죠.ㅠㅠ) 그래서 얘가 참 인정이 없구나...이런 생각에 좀 흥분했더랬죠. 그런데 요것도 애아빠랑 한참 얘기했더니 어른의 기준이라..애는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ㅠ

    근데, 엄마가 감정적이라고 애들이 다 저렇게 따박따박 저러나요? 안그러면 더 좋겠지만, 엄마도 사람인데 잘못 판단하는 순간도 있을 수 있고, 감정적일 수 있는 순간도 있을텐데...딸이 벌써부터 저리 나오니...저 좀 좌절이에요.ㅠ

    그리고, 전 외국살지만 공부하고있고, 또 재택으로 번역일 하고 있어서 전업으로서 자존감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전 제가 스스로 전업이라고 생각도 안하구요.^^

    또 그리고, 스티커는 벌써부터 하고 있답니다. ^^

  • 5. 메롱이
    '12.3.3 6:18 AM (169.226.xxx.160)

    저도 읽으면서 웃음이 좀 나네요.
    아이가 하는 행동이 전 귀엽네요. 물론 제가 당하는 엄마라면 머리에서 열이 날거 같아요.
    아이가 말이 일리가 있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요.
    혹시 엄마 닮은 꼴은 아닌가요? 어렸을 때 자기 모습이랑 비슷한 지 생각해보시고요.
    남편분 말씀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속에서 섭섭한 것들 지우시고 아이가 자기 생각을 가지고 표현하고 있으니까
    앞으로 아이가 틀린 게 아니라면 아이를 존중해주세요.
    제가 어렸을 때도 생각나네요. 저도 한 고집해서 엄마가 힘드셨죠.

  • 6.
    '12.3.3 7:05 AM (99.226.xxx.75)

    외국에서 만6세 키우는 엄마입니다.
    질문과는 좀 다른이야기일지 몰라도 한글은 더 늦어지기전에 하시는게 좋아요.
    학교가고나면 더 싫어하고 한글학교도 가기싫어하고
    그러는경우 너무많이 봤습니다.
    살살 달래서라도 한글은...어려서 배워야해요..

  • 7. nicole
    '12.3.3 8:32 AM (58.238.xxx.96)

    요즘 제가 읽는 책 내용중에 이런 글귀가 있는데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적어봅니다 아이가 말을 안들을때는 위협하는것보다 상을줘야 협력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는경우가 많다
    가끔씩 상주면 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해주고픈 자신의 내면욕구에눈을뜨고 자동적으로 더 오래 부모에게 협력한다는겁니다
    상의 의미는 아이가 부모통제 밖에있고 아이 내적욕구와분리되어 있을때 필요한것이다 일단 어떤행동이 습관화되면 아이는 상없이도계속 같은 행동을한다
    상은 어떤 형태로든 고쳤으면 하는 아이의 행동과 관련되어 있으므로협력의 결과가 곧 상이되는것이 가장 이성적입니다
    이상은 존그레이의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자녀교육 내용이었습니다

  • 8. 그냥
    '12.3.3 10:54 AM (121.124.xxx.15)

    말대답 따박따박하고 좀 똘똘한 애들은 차라리 유머스럽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니가 잘못했다고 지적하면 반항하는데, 우습게 잔소리하면 슬 풀어지고 곧잘 말도 잘 듣거든요.

    예를 들면 애가 자꾸 I don't care 하면 Pierre (작가는 Maurice Sendak 워낙 유명해서 아마 아실 듯)라는 그림책 같은 거를 일부러 읽어주면 애가 자기 얘기 하는 줄 알아채거든요. (거기 I don't care 자꾸 하다 사자한테 먹힌 후에 나중에 I care 하는 애가 나와요)

    제 아이는 58개월 되었는데 아직은 협박이 먹히긴 하지만 (엄마도 똑같이 하면 좋겠어? 하면 싫다고 해요) 곧 상관없다 하는 때가 오겠지요. 지금도 협박보다는 청개구리 얘기 같은 거 슬쩍 하거나 오바스럽게 자기 흉내내면서 웃기게 만들면 분위기 좋게 말을 더 잘 듣긴 해요.

    물론 엄마가 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지만요. 저도 빽 소리 잘 질러요. 피곤하고 그러면요.^^

  • 9. ...
    '12.3.3 1:46 PM (112.155.xxx.72)

    그런데 밥도 안 하겠다 운운 하셨으면 그걸 실행을 하셔야 합니다.
    말로만 협박하고 해 줄거는 다 해 주면
    아 엄마 말은 믿을 게 못 되는 구나 하고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원글님 스스로가 자신의 권위를 깎아 먹고 계시네요.

  • 10. 원글
    '12.3.4 3:20 PM (70.26.xxx.76)

    답변 남겨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다시한 번 엄마로서의 저자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마음도 다잡고 해야겠어요.
    유머있게, 스스로의 권위는 깎아먹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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