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광주에 살아서 휴일이나 주말이면 담양 곳곳으로 가깝게 나들이 자주 다녀요.
오늘도 관방제림으로 아이들 데리고 산책다녀왔어요.
담양 죽녹원이라면 아시는 분이 더 많겠지만 저는 애기들이 어려서 죽녹원 길 걷기가 힘들어서
죽녹원 건너편의 관방제림 산책로를 더 자주 찾고는 한답니다.
큰애 걸리고, 작은애 유모차에 싣고 남편과 산책중에 좀 좁은 길이 나왔는데
앞서가던 다른 가족들이 그집 세살이나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에게 음료수를 먹이느라
한 가운데 멈춰서는 바람에 옆으로 비켜갈 수가 없어서 본의아니게 그 가족의 대화를 듣게 됐어요.
관방제림 끝 쪽에 간이 매점이 하나 있는데,
아이가 목 마르다고 해서 아이 아빠가 '하늘보리'를 사왔더군요.
아이가 한 모금 마시더니 이거 아니고 물 달라고 그래요.
그랬더니 그 아이 엄마가 뚜껑을 다시 닫고 남편에게 주면서 '게토레이'로 바꿔오라고 그러더군요.
그러더니 정말 그 아이 아빠가 '뚜껑을 열고 아이가 한 모금 마신 그 하늘보리'를 바꾸러 매점으로 갔어요.
그 순간 저희 큰애가 갑자기 큰 길로 뛰쳐나가서 저희 남편은 작은애 유모차를 붙잡고
저는 큰애를 잡으러 그 가족 옆으로 비켜 달려갔어요.
저희 아이가 매점과 반대쪽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앞에 있던 그 가족에게
'그러시면 안되는거 아니냐' 한마디 했어야 했는데 그 말을 못한게 아직도 너무 후회가 되네요.
저희 아이가 달려나가는 쪽을 보면서 흘낏 뒤돌아 그 가족을 보니
정말 그 매점에서 '게토레이'로 바꿔들고 그 옆에 있는 놀이터로 가더군요.
매점에 손님이 많아서 주인 아저씨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바꿔주는 모양새였어요.
겨우 저희 아이를 잡아서 저희 가족도 그 놀이터로 갔는데 '하늘보리'를 '게토레이'로 바꾼
그 가족은 이미 어딘가로 가 버렸고.. 매점에는 여전히 손님이 많고..
매점사장님께 아까 보니 다른 손님이 한입 마신 음료를 새걸로 바꿔가더라.. 라고 말이라도 해 줬어야 했을지..
저는 인터넷 공공 게시판에 글을 어떻게 올리는지를 잘 몰라서,
유일하게 제가 익명의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 글을 올리는 이 게시판에 글을 써봐요.
혹시라도 그 애기 엄마나 아빠가 건너건너라도 이 글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그 집 세살짜리 아이는 뭘 보고 배울까요, 어떻게 자랄까요.
뭐랄까.. 불쾌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말로만 듣던 그런 현장을 제가 목격하고 보니 마음이 참 착잡하네요.
하늘보리니 게토레이니 하는 구체적인 브랜드 이름을 굳이 적은 것도
혹시라도 그 부모가 보면 조금이라도 뭔가라도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구체적으로 적었어요.
아.. 그 순간 제 아이를 한 눈으로 지켜보면서라도 그 부부에게 '그러지 마세요' 라고 말 했어야 했는데,
그들을 제지하지 못하고, 그게 부끄러운 행동이라는걸 알려주지 못해 제 마음이 스스로 너무 부끄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