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너희는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궁금하구나... 조회수 : 1,882
작성일 : 2012-02-29 16:05:27

얼마전... 문득 생각나는 사진이 하나 있었습니다... 네살쯤 된 저를 집마당에서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이었는데... 원피스에 하얀레이스양말을 신고.. 엄마의 선그라스를 쓰고... 색동우산을 양산처럼 받치고... 그런 사진이예요... 친정엄마께.. 찾아달라고 말씀드려서... 확대를 했습니다.. 사진은 A4용지보다 조금 더큰 사이즈로 확대가 되었습니다... 액자에 잘 넣어서.. 거실한켠에 두었습니다... 저사진을 보면... 제가 바라보며 웃고 있는 저희 아버지가 보이는 듯합니다... 서른에 결혼하셔서(그때는 늦은 결혼이었습니다.) 얻은 하나밖에 없는 딸이 아버지는 얼마나 예쁘고 기특하고 대견하셨을까요? 그사진의 저를 보면 아버지의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그날까지도 맏딸인 저를 예뻐하고 기특해하고 대견해하셨습니다.. 제가 신혼때 시집살이를 힘들어할때 저희 남편에게 내딸이 경우에 벗어나는 행동을 할리 없다고 생각한다.. 내딸이 저리 힘들어하는건 못보겠다 헤어지거라 하셨던..(이부분은 극히 요약했으니 오해는 하지마세요...).

 무조건적인 내편.... 영원한 나의 든든한 빽이셨던 울아버지... 그집에서 뼈를 묻어라 같은 말씀은 절대로 절대로 하지 않아주셨던... 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몇몇장면이 있습니다... 겨울에 집이 춥다면서 (셋방살이를 했었거든요) 창문에 비닐을 치고 담요로 커튼을 달아주시고... 난로를 꼼꼼히 설치하시던 모습.... 우리 아버지가 추위를 많이 타셨던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직장생활할때.. 그때 아버지는 개인택시를 하셨는데... 겨울이면 종종 저를 모시러(ㅎㅎ) 회사앞으로 와주시곤 했습니다... 그때의 그 따뜻하고 포근함을 알기에... 저두 아들놈을 가끔 태우러 다닙니다..남편은 그런 나를 좀 못마땅해 합니다.. 기온이 영하 10도이하로 떨어지거나... 폭설 폭우가 오는 날씨면 학교를 가지말라시던 아버지... 재미있는 텔레비젼프로를 보시면 시험공부하는 딸을 부르시던 아버지... 이거 보고 쉬었다 하라시며..

생선반찬은 신문지 조각 옆에놓고 발라주시던 아버지,,

. 자존심이 너무 강하셔셔... 부러지실것 같던 불같은 성격... 그 하늘찌르는 자존심을 제게 물려주신 아버지... 어떤어떤 사정으로 경제적으로 무능한 모습도 보여주셨던 아버지... 지금 살아계시다면 어떤 모습이실지... 나이를 먹은게지요... 제가 .. 우리 아이들은 제나이가 되어서 엄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장면이 무얼까요? 소변튀지 말라고 소리지르던 조폭엄마? 몸이 약해서 많이 아팠던 엄마? 노래방가면 광분하는 엄마? 김치찌개 맛나게 끓여주던 엄마? 커피머신 들여놓고 좋아죽던 엄마? 뭐 어떤 모습이 되었든.... 저를 떠올리는 순간이... 지금의 저처럼 이렇게 행복했음 좋겠네요,  마치 추위 떨다 집에 들어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온몸을 담글때처럼.. 마음이 노골노골해지면서... 마냥 따스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버지의 보호하에 있던 그시절이 아주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것처럼... 저의 아들로 살았던 그날들을 그리워해주면 좋겠습니다...

IP : 125.177.xxx.3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2.2.29 4:11 PM (121.130.xxx.78)

    따뜻한 글 잘 읽었어요.
    원글님 아드님들도 엄마를 생각하면 늘 따스할 것 같아요.

  • 2.
    '12.2.29 4:38 PM (211.219.xxx.62)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훌륭한 아버님을 두셨고, 원글님도 멋진 엄마이실 것 같아요.

  • 3.
    '12.2.29 4:45 PM (115.136.xxx.24)

    반성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들한테 화 만땅 냈는데 ㅠㅠ

  • 4. ///
    '12.2.29 4:46 PM (218.155.xxx.184)

    저도 님 못지않게 좋은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리워요.

    님의 아버님 그리워하는 마음 100% 감정이입하고 갑니다.

  • 5. 글 너무 잘 쓰시네요.
    '12.2.29 5:06 PM (175.205.xxx.179)

    저 방금 눈물 닦았어요ㅜ.ㅜ
    아직 저보다는 한참 젊으신 분 같은데......
    저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장수하시니 늘 곁을 지켜주시는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사는데
    왜 안계셔야 그토록 절실히 그리워지는지

  • 6. 자도 가끔
    '12.2.29 6:22 PM (183.101.xxx.26)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어떤 엄마로 기억할지...
    글을 잘쓰셔서 감동입니다
    눈물 쬐금...

  • 7. 왠지
    '12.2.29 6:50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그리움에 울컥하는 만드는 글이네요.
    부럽습니다.
    돌아보니 나의 어린날에 추억속 나의 부모님은 그런 모습이 전혀없다는 슬픔이 밀려오네요.....
    부부싸움으로 얼룩진 나의 유년의 기억을 돌리도..ㅠ.ㅠ

  • 8. ok
    '12.2.29 8:00 PM (221.148.xxx.227)

    책 한권을 읽은 기분이예요
    이토록 생생하게 쓰신걸보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신것 맞네요..
    무감동한 일상속에서 저도 모처럼 유년시절을 떠올려보게되네요.

  • 9. 쓸개코
    '12.2.29 8:46 PM (122.36.xxx.111)

    제 아버지도 그런아버지세요.
    험한말씀도 안하시고
    성인되서도 생선가시 다 발라서 밥위에 올려주시고 새벽에 방에와서 이부자리 살펴주셧죠.
    우리 세자매 싸우지 말라고 간식도 똑같이 무엇이든 3개였어요.
    꼬꼬마때부터 친구분들 만나러 가실때 꼭 저 데리고 가셨고.
    미스코리아를 봐도 우리딸보다 안예쁘다고. 진심이라고 하셨던 우리아버지..
    지금은 편찮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9727 하정우 결별했네요.. 35 루루 2012/03/06 15,529
79726 도 넘은 낙동강 보 통제..취재 여기자 폭행까지 4 세우실 2012/03/06 820
79725 휴....운전 너무 너무 하기 싫으네요. 12 홍홍홍 2012/03/06 3,031
79724 입양은 되고 내아이는 낳고 싶지않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9 .... 2012/03/06 2,764
79723 모가지 넘 웃기고 섹시해요 2 땅따먹자 2012/03/06 1,429
79722 대구초등생 중간고사 폐지 7 뉴스봤나요?.. 2012/03/06 1,746
79721 로즈마리 어떻게 그렇게 잘 키우셨는지.. 7 오래오래 2012/03/06 2,160
79720 jyj 욕설 파문..이게 이래서 갑자기 나온 거였군요 40 eee 2012/03/06 9,128
79719 흰머리가 나네여‥어쩌나? 8 슬퍼 2012/03/06 2,160
79718 개인연금 추천해주세요 언제나처음처.. 2012/03/06 795
79717 써보셨던 제품 중 짱 후라이팬 추천해주세요. 12 태희급미모 2012/03/06 3,985
79716 연봉말할때 1 연봉 2012/03/06 1,167
79715 베스트 오른, 어제 종일 울었다는 저희 딸이요. 3 아이고.. 2012/03/06 1,814
79714 문상예절에 대해서 조언 부탁드려요.. 4 꼬꼬 2012/03/06 2,217
79713 유치원 보내시는 맘님들 공유 좀 해 봐요. 5 유치원이란... 2012/03/06 1,589
79712 영어 질문입니다. 1 ... 2012/03/06 827
79711 점빼고 세수를 안할수가 없.. 4 .. 2012/03/06 5,591
79710 무조림이 이리 맛있는 음식이었다니~~~ 15 2012/03/06 4,532
79709 일본인 마을 말도 안돼요. 1 말도 안되 2012/03/06 1,527
79708 고급스러운 은수저 구입처 어디서 하면 될까요? Floren.. 2012/03/06 1,039
79707 도와주세요~친정어머니 상가투자 문의 8 고민딸 2012/03/06 1,787
79706 6세 방과후 괜찮을까요? 3 유치원 2012/03/06 1,137
79705 유치원 귀가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만화를 틀어주네요~ 7 후~ 2012/03/06 1,309
79704 토너 안 써도 될까요? 2 건성녀 2012/03/06 1,848
79703 일본내 다른 지역은 후쿠시마사람들을 안받아준답니까? 16 일본 2012/03/06 2,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