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너희는 나를 어떤 엄마로 기억할까?

궁금하구나... 조회수 : 1,826
작성일 : 2012-02-29 16:05:27

얼마전... 문득 생각나는 사진이 하나 있었습니다... 네살쯤 된 저를 집마당에서 아버지가 찍어주신 사진이었는데... 원피스에 하얀레이스양말을 신고.. 엄마의 선그라스를 쓰고... 색동우산을 양산처럼 받치고... 그런 사진이예요... 친정엄마께.. 찾아달라고 말씀드려서... 확대를 했습니다.. 사진은 A4용지보다 조금 더큰 사이즈로 확대가 되었습니다... 액자에 잘 넣어서.. 거실한켠에 두었습니다... 저사진을 보면... 제가 바라보며 웃고 있는 저희 아버지가 보이는 듯합니다... 서른에 결혼하셔서(그때는 늦은 결혼이었습니다.) 얻은 하나밖에 없는 딸이 아버지는 얼마나 예쁘고 기특하고 대견하셨을까요? 그사진의 저를 보면 아버지의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그날까지도 맏딸인 저를 예뻐하고 기특해하고 대견해하셨습니다.. 제가 신혼때 시집살이를 힘들어할때 저희 남편에게 내딸이 경우에 벗어나는 행동을 할리 없다고 생각한다.. 내딸이 저리 힘들어하는건 못보겠다 헤어지거라 하셨던..(이부분은 극히 요약했으니 오해는 하지마세요...).

 무조건적인 내편.... 영원한 나의 든든한 빽이셨던 울아버지... 그집에서 뼈를 묻어라 같은 말씀은 절대로 절대로 하지 않아주셨던... 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 생각나는 몇몇장면이 있습니다... 겨울에 집이 춥다면서 (셋방살이를 했었거든요) 창문에 비닐을 치고 담요로 커튼을 달아주시고... 난로를 꼼꼼히 설치하시던 모습.... 우리 아버지가 추위를 많이 타셨던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직장생활할때.. 그때 아버지는 개인택시를 하셨는데... 겨울이면 종종 저를 모시러(ㅎㅎ) 회사앞으로 와주시곤 했습니다... 그때의 그 따뜻하고 포근함을 알기에... 저두 아들놈을 가끔 태우러 다닙니다..남편은 그런 나를 좀 못마땅해 합니다.. 기온이 영하 10도이하로 떨어지거나... 폭설 폭우가 오는 날씨면 학교를 가지말라시던 아버지... 재미있는 텔레비젼프로를 보시면 시험공부하는 딸을 부르시던 아버지... 이거 보고 쉬었다 하라시며..

생선반찬은 신문지 조각 옆에놓고 발라주시던 아버지,,

. 자존심이 너무 강하셔셔... 부러지실것 같던 불같은 성격... 그 하늘찌르는 자존심을 제게 물려주신 아버지... 어떤어떤 사정으로 경제적으로 무능한 모습도 보여주셨던 아버지... 지금 살아계시다면 어떤 모습이실지... 나이를 먹은게지요... 제가 .. 우리 아이들은 제나이가 되어서 엄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장면이 무얼까요? 소변튀지 말라고 소리지르던 조폭엄마? 몸이 약해서 많이 아팠던 엄마? 노래방가면 광분하는 엄마? 김치찌개 맛나게 끓여주던 엄마? 커피머신 들여놓고 좋아죽던 엄마? 뭐 어떤 모습이 되었든.... 저를 떠올리는 순간이... 지금의 저처럼 이렇게 행복했음 좋겠네요,  마치 추위 떨다 집에 들어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고 온몸을 담글때처럼.. 마음이 노골노골해지면서... 마냥 따스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버지의 보호하에 있던 그시절이 아주 그립고 그립고 그리운것처럼... 저의 아들로 살았던 그날들을 그리워해주면 좋겠습니다...

IP : 125.177.xxx.3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ㅇ
    '12.2.29 4:11 PM (121.130.xxx.78)

    따뜻한 글 잘 읽었어요.
    원글님 아드님들도 엄마를 생각하면 늘 따스할 것 같아요.

  • 2.
    '12.2.29 4:38 PM (211.219.xxx.62)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훌륭한 아버님을 두셨고, 원글님도 멋진 엄마이실 것 같아요.

  • 3.
    '12.2.29 4:45 PM (115.136.xxx.24)

    반성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들한테 화 만땅 냈는데 ㅠㅠ

  • 4. ///
    '12.2.29 4:46 PM (218.155.xxx.184)

    저도 님 못지않게 좋은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리워요.

    님의 아버님 그리워하는 마음 100% 감정이입하고 갑니다.

  • 5. 글 너무 잘 쓰시네요.
    '12.2.29 5:06 PM (175.205.xxx.179)

    저 방금 눈물 닦았어요ㅜ.ㅜ
    아직 저보다는 한참 젊으신 분 같은데......
    저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장수하시니 늘 곁을 지켜주시는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사는데
    왜 안계셔야 그토록 절실히 그리워지는지

  • 6. 자도 가끔
    '12.2.29 6:22 PM (183.101.xxx.26)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어떤 엄마로 기억할지...
    글을 잘쓰셔서 감동입니다
    눈물 쬐금...

  • 7. 왠지
    '12.2.29 6:50 PM (118.46.xxx.27) - 삭제된댓글

    그리움에 울컥하는 만드는 글이네요.
    부럽습니다.
    돌아보니 나의 어린날에 추억속 나의 부모님은 그런 모습이 전혀없다는 슬픔이 밀려오네요.....
    부부싸움으로 얼룩진 나의 유년의 기억을 돌리도..ㅠ.ㅠ

  • 8. ok
    '12.2.29 8:00 PM (221.148.xxx.227)

    책 한권을 읽은 기분이예요
    이토록 생생하게 쓰신걸보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신것 맞네요..
    무감동한 일상속에서 저도 모처럼 유년시절을 떠올려보게되네요.

  • 9. 쓸개코
    '12.2.29 8:46 PM (122.36.xxx.111)

    제 아버지도 그런아버지세요.
    험한말씀도 안하시고
    성인되서도 생선가시 다 발라서 밥위에 올려주시고 새벽에 방에와서 이부자리 살펴주셧죠.
    우리 세자매 싸우지 말라고 간식도 똑같이 무엇이든 3개였어요.
    꼬꼬마때부터 친구분들 만나러 가실때 꼭 저 데리고 가셨고.
    미스코리아를 봐도 우리딸보다 안예쁘다고. 진심이라고 하셨던 우리아버지..
    지금은 편찮으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5013 스맛폰 구입 질문있어요~~^^ 4 스마트폰.... 2012/03/19 720
85012 첨으로 염색약 살려고 해요 3 염색약 추천.. 2012/03/19 1,143
85011 3년된 꿀에 인삼 재워 둔거 먹어도 될까요? 1 게으른뇨자 2012/03/19 1,663
85010 캐나다에서 산 노트북, 한국에서 쓰려는데.. 4 굽실굽실 2012/03/19 1,669
85009 아이패드 2 사는거 괜찮을까요? 4 .. 2012/03/19 1,275
85008 시간제 조리보조원 어떨까요? 엄마 2012/03/19 784
85007 위로해주세요. 키작은아들 22 작은아들 2012/03/19 4,573
85006 댓글에 검색링크 거는 분은 왜 그러시는거예요? 7 ..... 2012/03/19 1,095
85005 고추장이 너무 맛있네요... 8 2012/03/19 2,126
85004 (급) 초등학교앞 문방구에서 걸레도 파나요? 7 초보학부형 2012/03/19 1,074
85003 쌈채소중 가장 영양가 있는게 어떤거에요? 5 2012/03/19 1,938
85002 혼수 밥솥 추천해주세요 4 밥솥추천 2012/03/19 1,128
85001 개포1단지 세입자 내보내고 5천가구 싹 비우자 _ 매경 이거 만.. 9 ... 2012/03/19 1,897
85000 첫사랑 이라고 생각되는 사람...? 3 ... 2012/03/19 1,790
84999 가스검침 인정량이 너무 많이 나왔을 때? 1 2012/03/19 1,117
84998 기름진 머리 해결방법좀 알려주세요 6 피오나 2012/03/19 2,676
84997 과학 공부에 대한 불편한 진실..... 81 나우루 2012/03/19 4,732
84996 월경주기 때마다 여드름 나는 분 계시나요? 7 ㅠㅠ 2012/03/19 1,574
84995 아이가 연예인한테 감정이입을 해서 속상해하는데요 15 2012/03/19 2,853
84994 페이스북....뭐예요??좀 무섭네요?? 9 ..... 2012/03/19 3,074
84993 언어 공부의 기본적인 틀 잡기. 철저히 수능모의고사위주로.. 72 나우루 2012/03/19 3,851
84992 임신배는 보통 몇주부터 나오는건가요..? 6 빠르다 2012/03/19 4,769
84991 아들의 소변문제.. 조언 부탁드려요~ 7 속상해 2012/03/19 1,387
84990 냄비종류 정리.,헷갈려요.. 3 호리 2012/03/19 1,820
84989 재처국애첩은 결국 7 .. 2012/03/19 2,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