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때 잡을걸..합니다..

민들레화분 조회수 : 1,822
작성일 : 2012-02-24 18:19:02

11년전, 이맘때 저녁,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작은 꽃집이 근처에 있는걸 발견하고 그 꽃집엘 들어갔었습니다.

안개꽃, 장미꽃, 후리지아가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모습도 여전히 기억나고 두 모녀가 친절하게 맞아주면서 이꽃,저꽃을 권하더라구요.

그리고 오분정도 지나, 꼭 제 스타일같이 생긴 작은 화분을 손에 들고 나왔는데, 아가씨되는분이 어디에서 근무하시는데 5시에 집에 가시느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아무생각없이 **병원 원무팀에 있다고 말을 했는데 다음날인 토요일날, 옆직원이 제게 수화기를 돌려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제 들렀던 꽃집에 뭘 두고 왔는데 찾아가시라고 하면서 뭘 두고왔는지 무척 궁금해하는거에요.

저는 한번 다녀가라는 말로 알아들었고 그냘 저녁 찾아갔더니, 자신의 오빠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러더니, 어머니되시는 분도, 제가 꼭 맘에 들어서 꽃화분을 팔면서 딸과 함께 자주 눈을 맞추며 속으로 말을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그 오빠되는 분은 그당시 저보다 두살 많았어요.

그리고,, 며칠뒤에 근처 찻집에서 만났는데 키도 좀 작고 통통하게 생겼어요 . 더 덧붙여서 말하면 여동생은 눈도 크고 귀엽게 생겼는데 오빠는 너무 평범하게 생겼더라구요.

그렇게 두세번을 더 만났는데 그냥 사랑이란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가 않는거에요.

그러다가 흐지부지 어떻게 연락도 서로 끊겨지고, 그 사람도 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었던것같아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냥 만나는 것같은. 그리고 무엇때문에, 흐지부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연락을 안하니까 그런것같아요.

초봄이 지나고, 초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화창한 토요일날 전화를 해봤더니, 흔쾌히 만나자고 하는데 그 사이 꽃집을 운영하던 여동생은 3개월동안 하던 꽃가게를 접고 결혼을 해서 서울로 갔다고 하는거에요.

늘 그 사람은 언제봐도 , 우울해하는 기색이 좀 있었어요.

그사이에 그 사람도 다니던 회사에서도 안좋은 일이 있어 나왔고 다른 회사로 옮기긴했지만, (홈페이지만들어주는일) 그일도 재미있어하는듯하지도 않고,, 그 3개월이란 동안 살이 많이 빠져 놀랐어요.

그 때 제가 주저했던건, 제가 그사람을 사랑한다는 감정이 먼저 없었던것도 문제였지만,월세살이를 전전하면서 그마저도 제때 못내다가 드디어는 방치되있던 지하창고로 우리집이 이사간 상태였던것도 있었고..(평생을 부모님이 그리 사셨고 아버지는 굉장한 알콜중독자였던 상태라 그런 아버지를 보인다는게 자존심상했던)

게다가 또 저는 그당시 고졸학력이었을 뿐인데 그 남매는 4년제 공학과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더라구요..

그리고 또 그 사람도 제게 적극적인 자세가 없던것도 그랬고..

이제 9살된 딸도 있지만, 현재 시댁이 없는 남편을 만나 돈없는 삶을 살다보니, 그때 그사람을 잡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사람은 그런대로 땅도 많고, 건물도 몇개 있었거든요(그 부모님이) 그런데 또 한편, 덜컥 갔다가, 구박받고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해요.. 님들생각은 어떠세요??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사로운 봄날공기가 코끝에 스미니까,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저도 속물이 다 되었나봐요....근데 제가 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제법 넓은 아파트에서 살것같은데..하는 미련이 있어요..82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돈보다는 사랑을 선택했으니 잘한건가요? 아니면 가정환경도 좋고 평온한 사람 만나서도 사랑없이도 살다보면 그런대로 살아가는것 아니었을까요?

IP : 110.35.xxx.12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2.24 7:31 PM (110.14.xxx.116)

    무슨 말을 하오리까....

  • 2. ㅇㅇ님~
    '12.2.24 7:49 PM (125.186.xxx.77)

    세상에 이렇게 멋진 답글만나서 반갑습니다.
    무슨 말을 하오리까22222 ^^

  • 3. ..
    '12.2.24 8:06 PM (112.149.xxx.11)

    저와 같으시네요...
    제가 운좋게 직업이 좋아서 남자들도 좋은남자 만나봤고 프로포즈도 받았지만
    친정이 정말 가난했고 아버지 또한 알콜중독에 피해망상증 환자이시니 거절밖에 할수 없었어요...
    그리하여 시부모 안계신 우리 신랑만나 결혼을 하고나니 후회가 될때도 있네요.
    그냥 눈 딱감고 친정한번만 보여주고 결혼할걸 하구요...
    하지만 이미 지난일 이니 님도 옆에계신 남편분과 행복하길 바랍니다.

  • 4. 원글
    '12.2.24 8:55 PM (110.35.xxx.121)

    어머, 저랑 똑같은 분이 계셨군요! 어쩌면, 나중에 시부모 없는 신랑 만난것까지..
    그래서 제가 그때 친정한번 보여줄것을,, 하고 후회를.. 어쩌면 가정환경까지 똑같은지요.
    ..님, 예전 생각나게해서 죄송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5901 임신 34주차, 배가 아픈데... 6 + 2012/02/26 2,929
75900 재혼하려고 하는데요...까페...어떤가요? 8 이젠.. 2012/02/26 3,425
75899 고2 영어과외비 좀 봐주세요~ ^^ 7 과외샘 2012/02/26 23,734
75898 앱 좀 찾아주세여 3 아이폰 2012/02/26 899
75897 참 허무하네요... 24 .... 2012/02/26 10,798
75896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2 고민녀 2012/02/26 1,363
75895 아 82님들 가죽의자 냄새 SOS 요 ..ㅠㅠㅠ 5 머리가아파 2012/02/26 2,494
75894 해외로 나가는데 주소지 퇴거신청 어떻게하지요? 3 보람 2012/02/26 1,975
75893 오늘도 남편은 그냥 잡니다. (19금) 45 이름지우고픈.. 2012/02/26 32,495
75892 지방인데 1년새에 2천만원뛴 아파트값... 28 집고민 2012/02/26 4,409
75891 함께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4 콩가루 2012/02/26 2,002
75890 모리녹스 브랜드 아시는 분 계세요? 1 사까마까 2012/02/26 1,766
75889 관리자님, 최근 많이 읽은 글의 순서는 어떻게 정하나요? 5 궁금한 사람.. 2012/02/26 868
75888 오늘 kbs 주말영화 2 추천 2012/02/26 1,907
75887 거실에 TV없애고 책장 안놓으면 뭘로 허전함을 가리나요? 9 궁금맘 2012/02/26 2,648
75886 김혜수가 출연했던 "꽃피고 새울면"이란 들마 .. 6 궁금이 2012/02/26 3,734
75885 눈 작고 하관 넓고 얼굴 큰 사람은 어떤 안경을 써야 할까요? 1 ... 2012/02/26 5,335
75884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보면 우승자가 항상 제 예상과 빗나가는.. 4 brams 2012/02/26 1,894
75883 5학년 어린이가 팬티에 변을 묻히는데요(죄송, 비위약한분 패스).. 6 지저분하지만.. 2012/02/26 1,754
75882 내일 회계사1차 보는 친구에게 ㅇㅇ 2012/02/26 947
75881 거제도 여행 코스 3군데만 추천해주세요.. 6 .. 2012/02/26 3,561
75880 상처 잘 받는 성격인데요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에 ㅠㅠ 13 ... 2012/02/26 3,926
75879 점점 저렴한 그저 그런 거리로 변하는 인사동 23 못내 아쉬움.. 2012/02/25 8,349
75878 집을 사야할지.. 그냥 전세를 갈지 고민이 너무 되네요 7 집고민 2012/02/25 3,018
75877 생리대 이야기예요 20 저두 2012/02/25 6,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