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때 잡을걸..합니다..

민들레화분 조회수 : 1,993
작성일 : 2012-02-24 18:19:02

11년전, 이맘때 저녁,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작은 꽃집이 근처에 있는걸 발견하고 그 꽃집엘 들어갔었습니다.

안개꽃, 장미꽃, 후리지아가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모습도 여전히 기억나고 두 모녀가 친절하게 맞아주면서 이꽃,저꽃을 권하더라구요.

그리고 오분정도 지나, 꼭 제 스타일같이 생긴 작은 화분을 손에 들고 나왔는데, 아가씨되는분이 어디에서 근무하시는데 5시에 집에 가시느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아무생각없이 **병원 원무팀에 있다고 말을 했는데 다음날인 토요일날, 옆직원이 제게 수화기를 돌려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제 들렀던 꽃집에 뭘 두고 왔는데 찾아가시라고 하면서 뭘 두고왔는지 무척 궁금해하는거에요.

저는 한번 다녀가라는 말로 알아들었고 그냘 저녁 찾아갔더니, 자신의 오빠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러더니, 어머니되시는 분도, 제가 꼭 맘에 들어서 꽃화분을 팔면서 딸과 함께 자주 눈을 맞추며 속으로 말을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그 오빠되는 분은 그당시 저보다 두살 많았어요.

그리고,, 며칠뒤에 근처 찻집에서 만났는데 키도 좀 작고 통통하게 생겼어요 . 더 덧붙여서 말하면 여동생은 눈도 크고 귀엽게 생겼는데 오빠는 너무 평범하게 생겼더라구요.

그렇게 두세번을 더 만났는데 그냥 사랑이란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가 않는거에요.

그러다가 흐지부지 어떻게 연락도 서로 끊겨지고, 그 사람도 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었던것같아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냥 만나는 것같은. 그리고 무엇때문에, 흐지부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서로 연락을 안하니까 그런것같아요.

초봄이 지나고, 초여름으로 접어들 무렵, 화창한 토요일날 전화를 해봤더니, 흔쾌히 만나자고 하는데 그 사이 꽃집을 운영하던 여동생은 3개월동안 하던 꽃가게를 접고 결혼을 해서 서울로 갔다고 하는거에요.

늘 그 사람은 언제봐도 , 우울해하는 기색이 좀 있었어요.

그사이에 그 사람도 다니던 회사에서도 안좋은 일이 있어 나왔고 다른 회사로 옮기긴했지만, (홈페이지만들어주는일) 그일도 재미있어하는듯하지도 않고,, 그 3개월이란 동안 살이 많이 빠져 놀랐어요.

그 때 제가 주저했던건, 제가 그사람을 사랑한다는 감정이 먼저 없었던것도 문제였지만,월세살이를 전전하면서 그마저도 제때 못내다가 드디어는 방치되있던 지하창고로 우리집이 이사간 상태였던것도 있었고..(평생을 부모님이 그리 사셨고 아버지는 굉장한 알콜중독자였던 상태라 그런 아버지를 보인다는게 자존심상했던)

게다가 또 저는 그당시 고졸학력이었을 뿐인데 그 남매는 4년제 공학과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더라구요..

그리고 또 그 사람도 제게 적극적인 자세가 없던것도 그랬고..

이제 9살된 딸도 있지만, 현재 시댁이 없는 남편을 만나 돈없는 삶을 살다보니, 그때 그사람을 잡을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사람은 그런대로 땅도 많고, 건물도 몇개 있었거든요(그 부모님이) 그런데 또 한편, 덜컥 갔다가, 구박받고 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해요.. 님들생각은 어떠세요??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따사로운 봄날공기가 코끝에 스미니까,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저도 속물이 다 되었나봐요....근데 제가 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은 제법 넓은 아파트에서 살것같은데..하는 미련이 있어요..82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래도 돈보다는 사랑을 선택했으니 잘한건가요? 아니면 가정환경도 좋고 평온한 사람 만나서도 사랑없이도 살다보면 그런대로 살아가는것 아니었을까요?

IP : 110.35.xxx.121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2.2.24 7:31 PM (110.14.xxx.116)

    무슨 말을 하오리까....

  • 2. ㅇㅇ님~
    '12.2.24 7:49 PM (125.186.xxx.77)

    세상에 이렇게 멋진 답글만나서 반갑습니다.
    무슨 말을 하오리까22222 ^^

  • 3. ..
    '12.2.24 8:06 PM (112.149.xxx.11)

    저와 같으시네요...
    제가 운좋게 직업이 좋아서 남자들도 좋은남자 만나봤고 프로포즈도 받았지만
    친정이 정말 가난했고 아버지 또한 알콜중독에 피해망상증 환자이시니 거절밖에 할수 없었어요...
    그리하여 시부모 안계신 우리 신랑만나 결혼을 하고나니 후회가 될때도 있네요.
    그냥 눈 딱감고 친정한번만 보여주고 결혼할걸 하구요...
    하지만 이미 지난일 이니 님도 옆에계신 남편분과 행복하길 바랍니다.

  • 4. 원글
    '12.2.24 8:55 PM (110.35.xxx.121)

    어머, 저랑 똑같은 분이 계셨군요! 어쩌면, 나중에 시부모 없는 신랑 만난것까지..
    그래서 제가 그때 친정한번 보여줄것을,, 하고 후회를.. 어쩌면 가정환경까지 똑같은지요.
    ..님, 예전 생각나게해서 죄송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1864 어른 2명,아이 2명이 300만원 정도로 갈수 있는 해외 있을까.. 6 해외여행초보.. 2012/06/21 2,954
121863 중2 아들 하루 제주도가는데 5 제주도 2012/06/21 1,693
121862 어제 감자를 사서.. 2 감자 2012/06/21 2,005
121861 어제 인천 아줌마운전 살인사건 말이에요 17 숫자 4 2012/06/21 11,364
121860 영어 웬만한거 글로 보면 내용 아는데, 1 영어 2012/06/21 1,524
121859 커버력 좋은 파우더 추천해주세요^^ 1 .. 2012/06/21 1,744
121858 남편 흰머리 염색약 어떤게 좋을까요? 2 염색 2012/06/21 2,064
121857 가난한 사람은 이제 병원도 못가네요.. 4 포괄수가 2012/06/21 2,823
121856 여러분은 혼자서 집계약 하세요? 7 집계약 2012/06/21 2,211
121855 아파트 탑층에 사시는 분들.... 6 여름 2012/06/21 4,009
121854 옵티머스 빅 사용하시는 분들 답변 부탁드립니다. 2 스마트폰 2012/06/21 1,196
121853 폐가구 수거 인터넷으로 등록번호 받는 싸이트 어디 있나요? 2 의자 2012/06/21 2,465
121852 남자입장에선 본처자식이나 첩자식이나 다같은 자식이겠죠 7 박카스 2012/06/21 5,359
121851 유전자의 힘은 강하네요 3 2012/06/21 3,238
121850 봉춘장터~~앗싸~~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4 스컬리 2012/06/21 1,803
121849 남자복 있는 사람은 따로 있는듯..ㅠ 7 멘붕 2012/06/21 7,673
121848 수원 안양쪽에 갈만한 계곡있나요? 6 조언 2012/06/21 1,955
121847 적게 자는 4살아이 한약이 효과있을까요? 1 -- 2012/06/21 1,130
121846 나의 꿈 과 형님께 들은 이야기 1 <> 2012/06/21 1,321
121845 초등 6학년도 ‘0교시·문제풀이’… 일제고사 파행 수업 1 샬랄라 2012/06/21 1,829
121844 어제 메추리알 장조림을 했어요. 2 메추리알 2012/06/21 1,574
121843 오늘정전?? 4 ... 2012/06/21 1,746
121842 나드리 화장품 받았거든요 화장품 2012/06/21 1,682
121841 광고창 때문에 미치겠어요. 3 bb 2012/06/21 1,239
121840 중환자실에서 주치의가 바뀌고 결국에 하늘나라가셧는데요 1 .... 2012/06/21 2,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