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가 만난 문재인 - ②] ‘나의 친구 문재인’을 떠나보낸 사연

moonriver 조회수 : 2,026
작성일 : 2012-02-24 15:58:48

‘나의 친구 문재인’을 떠나보낸 사연        

나는 문재인이 낯설다. 한 아파트의 아래윗집으로 지내며 오랜 정을 나누던 그가 청와대에 일하러 서울로 올라간 이후 나는 문재인이 낯설다. 내 친구가 아닌 것 같다. 서운하고 섭섭하다. 친구 하나 잃어버린 듯한 상실감이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찬바람을 몰아치게 한다. 솔직한 심정이다. 
그를 처음 만나던 날이 생각난다. 25년도 더 됐다. 어느 봄날의 토요일 오후, 부산 당리동의 대동아파트에 살던 나는 일찍 퇴근하는 길이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니 웬 잘 생긴 남자 하나가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난 그가 우리 집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안사람들끼리는 이미 오가며 지내는 눈치였고 애들도 우리 집에 자주 놀러오곤 했으니 들은 바가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아랫집에 사는 그 변호사 양반이구나. 마누라가 문 잠가 놓고 어디 간 모양이네. 주말 오후에 집에도 못 드가고 안 됐소. 열쇠 하나 복사해서 갖고 댕기지, 변호사도 별 수 없네. 그라마 앉아서 책 보소, 나는 들어갑니데이.’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의 곁을 지나쳤다. 마주 목례를 하며 미소 짓던 그의 표정이 지금도 또렷이 떠오른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어떤 계기였던지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의 집에서 차를 한 잔 나눈 뒤로 우리는 차츰, 그리고 매우 가까워졌다. 심지어 문 변호사는 나를 자기네 동창생 그룹(이들은 주로 함께 휴가를 함께 보내는 죽마고우 그룹이었다)에까지 끼워주었다.  
이건 사실 좀 드문 일이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이라는 게 그저 데면데면 의례적인 인사나 나누기 십상이고, 남자들끼리는 더욱 그러하다. 한데 아무런 학연이나 특별한 관계도 없는 사람들끼리 다만 이웃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는 것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참 의외라 느껴진다. 우리는 부부동반으로 참 많이 돌아다녔다. 지리산 종주를 비롯해 여러 산을 함께 올랐고 스킨 스쿠버도 함께 했다.  
나는 그가 좋았다.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 재미난 농담도 할 줄 모르고, 좀처럼 실수하는 법이 없어 뭔가 좀 어렵게 느껴지고…, 한 마디로 부담 없이 친해질 요소라고는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그였지만, 함께 사귀는 내내 나는 그의 속 깊은 따뜻함에 언제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우 사려 깊고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순박했다. 변호사라면 출세한 직업인데 잘난 척 하는 법이 없었다. 입에 발린 얘기로 호의를 표하지 않았다. 함께 길을 가다가 서점이 보이면 슬그머니 끌고 들어가 책을 사서 준다거나, 함께 놀러 간 시골 장에서는 물건 좋아 보이는 마늘 두 접을 사서 나한테 한 접 슬쩍 건네준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깊은 정이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선 되고서 문 변호사도 노 대통령을 도와 참여정부를 이끌어 가기 위해 서울로 가게 되었다. 우리 친구 그룹은 그를 위해 송별회를 마련했다. 온천장 어느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하는 그 자리에서 친구들은 기왕에 그렇게 결정이 되었으니 잘 하고 오라는 격려를 얹어 그대를 보낸다마는 솔직한 속마음은 “자네가 가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판이라는 게 어떤 곳인데, 더 없이 아끼는 친구가 상하고, 상처받고, 아파할 것이 몹시도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의 말을 듣고 문 변호사는 그 특유의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가서 원칙대로 일 하겠다.” 
그다운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친구 하나를 잃은 것 같아 쓸쓸함이 왈칵 밀려들었다. ‘나의 친구 문재인’이 이제는 모든 사적인 관계를 뒤로 한 채 ‘국민의 공복’이 되기 위해 떠나는구나…. 기쁜 마음으로 보내기야 하겠지만 함께 어울려 다니며 추억을 쌓는 일이 더 이상은 힘들겠구나….  
  우리 친구들은 문 변호사가 서울로 간 뒤로 참여정부 5년 동안 단 한 번도 전화하지 않았다. 물론 그에게서도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우정이 이 정도는 되어야 그 이름에 값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창수(문재인 후보 친구)


http://www.moonriver.or.kr/Moon/board_view.php?start=0&pri_no=1999999848&boar...



IP : 183.100.xxx.68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글씨수정
    '12.2.24 4:12 PM (183.100.xxx.68)

    글씨가 작아서 다시 크게 수정했습니다.

  • 2. 두분이 그리워요
    '12.2.24 4:13 PM (121.159.xxx.25)

    계속 읽고 싶어요.
    내가 다른 복은 없어도 좋아할만한 사람을 좋아하는 복은 있구나 싶네요 ^^
    꼭 승리하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3. ㅎㅎㅎㅎ
    '12.2.24 4:44 PM (203.249.xxx.10)

    와우, 신나라
    이런글을 12월 대선 지나고까지
    대통령이 이렇구나~ 생각하고 읽을테니...ㅎㅎㅎㅎㅎ

  • 4. 사모합니다.ㅎ
    '12.2.24 8:54 PM (116.127.xxx.24)

    진보엔 왜이리 멋진 사람들이 많은 걸까요? ㅎ

  • 5. 감동이네요
    '12.2.24 11:24 PM (119.207.xxx.103)

    인생 자체가.

  • 6. 쟈크라깡
    '12.2.24 11:55 PM (121.129.xxx.75)

    5년 동안 단 한 번도 전화하지 않았다.그래서 좋았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이런 것이 진정한 지기로군요.
    참 아름답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75376 어린이집 매년 선생님이 바뀌나요?? 4 어린이집 2012/02/24 1,424
75375 반월세로 집을 내놨어요 2 2012/02/24 1,696
75374 엄마가 빚이있으신데 .. 7 신용 2012/02/24 2,824
75373 통합진보당 두 대표가 2월25일을 한미FTA발효저지 전국 촛불.. 1 NOFTA 2012/02/24 954
75372 링크로~스크랩해온.포스팅을 저장하는 방법 없나요?? 1 알려주세요~.. 2012/02/24 1,287
75371 가스고지서 받아보고, SK로 바뀌었네요..헐. 1 ee 2012/02/24 1,814
75370 100퍼센트 마약 밥도둑 반찬 하나 적어보아요 7 밥도둑잡아라.. 2012/02/24 3,013
75369 50대 남자분 쓸만한거 알려주세요 6 선물이요! 2012/02/24 1,258
75368 4대강 현장서 믿을 수 없는 일이… 충격 4 세우실 2012/02/24 1,999
75367 가장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청소 방법이요... 7 손걸레질뿐일.. 2012/02/24 3,249
75366 해품달 책 읽으신 분들 잠시만요!(스포있음) 7 ... 2012/02/24 2,968
75365 존경하는 시각장애 강영우박사님... 돌아가셨네요.ㅠㅠ 6 안타까워요... 2012/02/24 2,475
75364 카카오톡 문의요.....모르는게 많네요...ㅠ 2 으휴 2012/02/24 1,552
75363 미용실 갈때 9 깨어난여자 2012/02/24 4,370
75362 ▶◀ 謹弔 '前 백악관 차관보 강영우 박사 별세' 2 마리아 2012/02/24 1,597
75361 6살 남아 전래동화 좀 골라주세요~~ ㅠㅠ 6 고민 중 2012/02/24 1,140
75360 신문구독 추천해주세요 한겨레vs경향 4 선도차원 2012/02/24 1,999
75359 스마트폰에서 미드 다운 받아 보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4 궁금 2012/02/24 2,377
75358 볼터치만 잘해도 동안얼굴이 되나요?? 3 동안 2012/02/24 2,449
75357 저 짐 도서관 책대여하러갈껀데 추천 좀 해주세요. 5 2012/02/24 1,271
75356 에이스침대...또는 일반침대 4 자녀방..... 2012/02/24 2,187
75355 식탁........좀... 추천해 주세요............... 4 고민 2012/02/24 1,233
75354 건강상식 !! 살빼고 싶으신분들은...... 9 마리아 2012/02/24 3,967
75353 급질....겉절이 하려고 하는데 소금에 저려야 하나요? 1 프라푸치노 2012/02/24 1,573
75352 가보시 구두 보면 어떤 생각 드세요? 5 사과 2012/02/24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