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무상급식 투표를 통해 얻고자 했던 걸
강용석이 이번에 얻은 것 같습니다.
물론 보수의 아이콘이 아니라 극우의 아이콘이라는
조금 더 협소한 정치성향의 아이콘의 된 것이긴 할테지만요.
여기 게시판에서 이런저런 펌글과 댓글로 화살표를 받으시던 분이
그전에 썼던 글보다는 훨씬 인간적으로 보이는
강용석은 바보천지다, 하지만 나는 보수를 지지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고,
한두명은 그래도 강용석이 잘했다고 남기기도 하고...
강용석블로그 같은 곳에는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강용석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고,
강용석이 틀렸다면 인터넷상의 정치인생을 접겠다고 한 유명 정사갤러도 있고,
강용석류는 멍청한 것들이지만 나는 아직도 보수라는 사람도 있고...
강용석류의 행태가 징글징글해서 없던 정마저 뚝 떼어버린 사람들은
저런 제정신이 아닌 인간들은 사회의 낙오자일 뿐이라고 손가락질하겠지만
대부분 생활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일 겁니다.
개중에는 돈이 있는 사람도 있고, 많이 배운 사람도 있고,
나이든 사람도 있고, 어린 사람도 있을 겁니다.
가끔 사람들은 독일 나치정권이 군대나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착각하지만
나치정권은 투표로 선출된 정권입니다.
그 이전에 나치가 아주 작은 세력이고 후에 2차대전을 일으킨 나치와는 좀 다른 조직이었을 때
일어난 사건 중에 맥주홀폭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독일 바이에른 지역 우익의 지지를 받기는 했다지만
실상 히틀러가 독단으로 일으킨 이 엉성한 쿠데타로
히틀러의 지지자들은 죽거나 진압당해서 감옥에 가거나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히틀러는 독일 전국에 이름을 날리게 되고
감옥에서 유명하기는 하지만 읽었다는 사람은 보기 힘든 '나의 투쟁'을 집필합니다.
히틀러와 나치가 집권할 수 있었던 한 원인으로
세계대공황이 일어났던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이미 뻘짓으로 끝난 폭동 전후에 극우의 아이콘이 된 히틀러는 여러 중요한 지지자를 얻습니다.
그중에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로 유명한
정치선전의 천재 괴벨스,
귀족이며 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이자 전쟁영웅이라는 엘리트출신으로 사교계의 인맥을 활용해
나치를 급성장시킨 제국원수 헤르만 괴링,
히틀러 친위대SS와 게슈타포의 최고지도자이자, 대학살의 최고책임자인 하인리히 히믈러.
선동능력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는 히틀러지만
맥주홀폭동이라는 뻘짓을 통해 극우의 아이콘으로 거듭나지 않았다면
각자의 능력으로 오합지졸 나치를 집권한 괴물로 만든 나치당의 최고위 3인방이 결집했을까요.
이번에 보았듯이 이번에 강용석을 끌어모은 사람들은
적당한 절차, 개인정보의 보호, 인권, 전문직업인이 가져야 할 신중함과 직업윤리
같은 건 관심도 없습니다.
스스로 진보라고 부르던, 상식적인 보수라고 부르던 상관없이
촛불시위나 FTA 대중집회에서 참가하면서도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이나 도로교통법 같은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고 싶어했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입니다.
정치적 민주주의 성장의 정점에 있다가,
민주주의? 먹는 거임?이라는 현정권을 만나고
맞이하는 총선+대선의 해인 2012년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발견하는 격랑의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역사나 정치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자게 죽순이로 견문을 넓혀온 무식한 아줌마가
야밤에 아이스크림 야식으로 머리를 식히면서 해본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태평성대라고 했던 시절에 느꼈던
다음 세력은 돈만 아는 징그러운 것들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맞았으니
극우가 세력화 하고 보수층이 분화하고 좌파 역시 세력화할 것이라는 지금
느낌도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좌파의 세력화는 저의 숨겨진 욕망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어준총수는 닥치고 정치에서 부정적이더군요.
안타깝지만 안될꺼라고...쩝.
어디나 이상한 사람은 있으니...
극우가 젊고 유능한- 히틀러에게 연설이 있었다면,
강용석에게는 인터넷이 있군요. 언론을 이용하는 감각도 탁월하구요.-
강용석이 이미 아이콘이라는 지위를 얻은 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지난 서울시장 선거부터 그의 막가는 행보가 이제 이해가 됩니다.
역시 영리하긴 영리한 사람이네요.
오세훈이 실패했던 건 그가 보수의 욕망을 아우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오세훈은 그나마 절차나 제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는 위치였거든요.
강용석은 보수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서 자기가 끌고 갈 수 있는 소수만 분리해냈습니다.
저는 한껏 미뤄놓은 설겆이처럼 찝찝하던 숙제나 해야겠습니다.
그나마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도 아웃오브안중이 된 지 오래된
좌파정당 두개가 통합을 하니 당원가입도 해주고,
주절주절 자게를 들여다보며 정치얘기가 하고 싶어 근질거리던
손가락으로 트위터라도 개설하고 많이 떠들어야지요.
이미 오른쪽으로 한 껏 쏠려있는데 왼쪽에 한명이라도 체중을 실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자게는 가방 골라달라는 질문, 시댁과 남편, 아이 얘기, 저녁식사 메뉴에 함께 모여 골몰하던
그시절이 저도 더 좋았지만... 올해는 자게에서도 정말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겠지요.
나의 놀이터 자게는 살아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