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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오늘은 미친 듯이 아이들을 혼냈어요.

미쳤지. 조회수 : 3,771
작성일 : 2012-02-22 22:11:16

제 변명이라고 해 볼까요.

 

네살 두살 아이들이 번갈아가며 아프네요.

작은애 나았다 싶으니 큰애가 호되게 아팠다가

큰애도 좀 나아가니 이제는 제 차례인지

몸살 + 콧물 + 고열 + 기침 종합 감기인가봅니다.

 

저희 남편은,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해요.

예를 들면 요즘과 같이 아이들이 아프고 저까지 연달아 아픈 이런 상황에,

아이들 아픈 상태를 궁금해 한다거나 잠깐이라도 안아준다거나 하지 않구요,

저마저도 아플 땐, 제가 느끼기에 자기 밥도 제대로 못 챙겨주는 저의 이런 상황을 마뜩찮아 하는.. 그런 사람이지요.

다른 때는 점심 먹고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인데, 애들이 아프거나 제가 아프거나,

암튼 누구라도 손길 조금이라도 도와줬으면 하는 상황에선 늘 오전에 줄행랑치듯 일찍 나가버려요.

그래서 제가 오후에 문자라도 보내서 밥은 먹었냐, 나 좀 도와주면 안되냐, 서운하다.. 이렇게 말하면

그래 내가 못났다, 늘 나는 생각도 짧고 나쁜놈이다, 이제 그만 좀 하자 - 이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이지요.

 

6년 살다보니 그런 남편에게 적응했다기 보다는 포기를 하게 되어서

도움같은건 애시당초 바라지도 않고 그저 마음 속으로 원망하면서 어떻게든 저 혼자 이겨내보려 하지요.

 

그런데 이번엔 많이 힘드네요.

애들이 길게 아픈 것도 힘들었고, 네살 된 큰애 투정이 요즘 장난 아니라서

거기 장단맞춰 살펴주는 것도 힘들던 차에 몸까지 아프니,

애먼 아이들만 혼나네요.

 

큰애도 징징대다 혼나고, 이제 갓 10개월 된 작은애도 우는데 시끄럽다고 소리도 빽 질렀어요.

작은애가 책을 손대니 큰애가 발로 밟아서 작은애가 막 울길래 큰애 혼내면서

그래 어디 너도 밟혀봐라, 이렇게 밟으니까 좋냐? 하면서 애 손도 밟았어요.

간밤엔 큰애가 유독 저를 찾고, 겨우 재워놓으니 작은애가 새벽녘에 안아재워달라고 떼를 쓰며 울고

비몽사몽,, 그 와중에 남편은 거실에서 티비보면서 과자 뜯어먹고 있었는데요.

남편한테 가서 작은 애 좀 안고 있어달라 하고 싶었지만 그래봤자

한 2-3분 안아서 얼래다 애 울음 안그친다고 저한테 오히려 더 짜증낼게 뻔해서 그냥 저 혼자 버텼지요.

 

애들이 불쌍하지요.

제가 오죽하면 달력에 빨간펜으로 '밟지 말자' 라고 써놨겠어요.

너무 머리가 아파 거실에 잠깐 누워있으니 작은애가 기어와서 기대고

그 꼴 또 못보는 큰애가 작은애 밀치고, 그래서 작은애 또 울고,

그러면 저는 또 큰애 밀치고, 결국엔 셋이서 같이 부여안고 울고..

그런 날들의 연속이에요. 이번엔 너무 길게 가네요.

 

내일은,

언제 그랬었냐는 듯이,

큰애한테도 오냐오냐 내새끼~ 하면서 웃는 얼굴 보이고 싶고,

작은애도 허리가 바스라질지언정 하루 종일 아기띠로 안고라도 있고 싶은데,

남편은 내일도 오늘과 마찬가지로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서

자기 볼 일 다 보고, 샤워하고, 스킨로션바르고 향수 뿌리고 부리나케 나갈테지요.

그러면 저는 또 마음이 꼬여서 애들한테 고운 시선 못 보낼테구요.

 

제가 힘들다, 애 좀 같이 봐 달라, 했더니 남편이 대뜸 도우미 구하라네요.

도우미.. 당장 다음달에 갚아야 할 돈이 천만원인데, 도우미는 무슨 얼어죽을 놈의 도우미.

 

이제 곧 남편이 들어올 시간인데,

또 어찌나 인상쓰며 퇴근할지 그 생각에 저는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그냥 애들 자는 방에 들어가서 자는 척 하다가 자려구요.

 

남편은 남편이고, 애들은 애들인데.

남편한테 받은 설움을 왜 애들한테 푸는지.. 나쁜 엄마죠.

내일은 애들도 좀 덜 칭얼대고 제 감기도 좀 나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좀 다정하고 따뜻한 그런 엄마이고 싶구요,

엄마가 방긋방긋 웃어서 가정의 분위기가 화목하고 올바른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늘 마음 뿐, 좋은 말은 늘 메모만 해 둘 뿐,

저는 영영.. 그런 사람은 되지 못할건가봐요.

 

애들한테 미안하고, 부끄럽고, 면목없고,

내일은.. 제발 좀.. 제 화를 안으로 안으로 잘 삭이고 싶어요.

IP : 121.147.xxx.197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닥토닥
    '12.2.22 10:14 PM (59.15.xxx.229)

    넘 힘드시겠어요
    속히 쾌차하시길 바래요~^^

  • 2. ,,
    '12.2.22 10:16 PM (114.202.xxx.219)

    아닙니다.
    애들 키우면 그러면 안 되는데 한번씩 이성을 잃을 때 있어요ㅣ.
    원글님이 많이 힘드셔서 그렇습니다.

    오늘 일로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내일부터 아이들한테 사랑 듬뿍 담아 안아주세요.


    아이들이 크면 많이 좋아집니다.
    마음이 많이 푸근해지구요.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좋은데 어쩐대요?

    아이가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

  • 3. ..
    '12.2.22 10:21 PM (114.203.xxx.124)

    울 애들 어렸을 때랑 똑같네요.
    남편도 아플땐 나몰라라 했었구요.
    혼자서 아둥바둥 아픈애들 껴안고 살았어요.
    얼마나 힘들지 짐작이 가요 ㅠㅠ
    애들 아플 때 정신 없어서 정말 추운 겨울이었는데 장갑도 안 끼고 병원 갔더니
    아는 분이 오늘 일요일이라고 ...장갑이라도 끼고 오지...그 소리가 잊히질 않네요.
    끝나지 않을것처럼 힘들어도 시간 빨리 지나가요.
    저도 젤 후회되는게 애들 아플 때 제가 화냈던거.. 애들이 아프고 싶어 아픈것도 아닌데요 ㅠㅠ

  • 4. ㄸㄷㄷ
    '12.2.22 10:22 PM (119.71.xxx.188) - 삭제된댓글

    저도 아들둘
    상황똑같아요
    그치만 남편이 얄밉게 안하구 같이 힘들어하고같이 성질내요
    애들한테
    그래도 힘내세요

  • 5. 남의
    '12.2.22 10:50 PM (125.141.xxx.221)

    길가는 남의 애도 울면 한번 쳐다보는게 인지상정인데 자기 새끼잖아요
    원글님 혼자 낳은것도 아니고...
    뭐라고 하세요
    도우미 구하라고?
    도우미 시급 줄테니 지금부터 한시간동안만 애 보고 있으라고 하고 오전중에 원글님이 먼저 나가세요
    마트나 시장가서 시장도 좀 보고 하다 못해 갈곳이 없으시면 피씨방에라도 한시간동안만 이라도 앉아서 맘 편하게(그래봤자 맘도 별로 안 편하겠지만)82쿡 하세요
    핸드폰도 두고 가세요
    그래야 찾아도 소용없다는걸 알죠
    작은애 10개월이면 모유수유를 하더라도 어디다 보관해놓고 갈수 있는 나이고 한시간 정도면 10개월짜리 애기 수유땜에 애 닳을 나이는 아니잖아요
    애 보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야 정신 차리죠
    아님 아예 남편 쉬는 주말에 목욕탕에 다녀오시던지요
    애들 집에 두구요
    뭐라고 하면 돈 주면서
    "도우미 비용 주는거야"
    하고 돈 주세요
    내가 언제 돈 달랬어? 하고 남편께서 뭐라고 하심
    "도우미 구하라며? 요즘 사람 구하기 얼마나 힘든지 알어? 그리고 어떤 도우미인줄 알고 집에 덥석 들여? 게다가 도우미 구할 비용있어? 담달에 우리 갚아야 할 빚이 천만원이 넘는데 제 정신이야? 당신 급여가 한달에 1억이야? 연봉이 1억이어도 도우미를 구할까 말까인데 뭐래?"
    하면서 뭐라고 하세요

    남자들 애 보는거 집에서 노는건줄 알아요
    몇시간 애두고 목욕탕 다녀와도 애들 어찌 안되구요
    애 아빠니까 애들 어찌 안할거구요
    그만큼 믿을만한 도우미가 세상에 어딨나요?
    애들 아프면 애들도 힘들지만 엄마도 스트레스가 얼마나 쌓이는데요

    살짝 한두시간 바람 쐬고 오는것도 나쁘지 않아요

  • 6. ...
    '12.2.22 11:00 PM (211.202.xxx.123)

    아무리 그래도 애를 밟지는 않으셨으면. 4살이래야 만 세 돌도 전후일텐데 아픈 아이잖아요.
    물론 이걸 몰라서 그러신 건 아니고 이성을 잃으면 그렇게 되겠지만...
    엄마도 아기도 참 힘든 시기네요. 기운 내세요.

  • 7. 축복해
    '12.2.22 11:25 PM (58.230.xxx.44)

    힘내세요...님의 맘이 얼마나 아프고 속상하실지...제 맘이 다 아파요.
    힘드시더라도 오늘일은 묻어버리시고 푹 주무시고 힘내셔서 밝은 내일을 맞이 하세요.
    내일 또 힘든일이 있더라도 우린 엄마쟎아요...힘내세요..
    님이 웃으시길 바래봅니다....

  • 8. 멍멍이
    '12.2.22 11:31 PM (211.47.xxx.226)

    글쓴님,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이렇게 후회하시는 엄마의 미래에 더 좋은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 9. ㅜㅜ
    '12.2.22 11:34 PM (110.8.xxx.187)

    읽다가 눈물이 나네요. 큰애 작은애... 저도 매일 그 문제가 힘듭니다.
    그중누구하나 혼내면 맘이 아프고, 그냥 두기엔 두놈이 너무 싸우구요.
    애들이 실수하고 어지르는거면 그냥 나 죽었네하고 치우고 정리하고 말겠어요...
    싸우는데는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도 없고,
    객관적으로 하자니 감성적인 놈이 상처 받는다 하고,
    그렇다고 공평하지 않게 할 수도 없고.
    미칠노릇입니다.
    정말 힘든것 같아요...

  • 10. 아이들
    '12.2.23 12:34 AM (211.221.xxx.170)

    그만할 때 엄마의 몸과 맘이 젤 힘든 것 같아요.
    저 역시 원글님의 과정을 다 겪어놓고 보니
    어른들께서 왜 그래도 그때가 좋을 때라 하시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답니다...
    지금은 그때 맘껏 더 이해해주고 안아주지 못했던 일이 후회되고
    정신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쉽기만 하네요...
    원글님의 지친 몸과 마음을 남편분과 차분히 대화로 나눠보시고
    아빠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관련 프로나 책도 권해
    원글님의 짐을 현명하게 덜어보세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에게도 햇살같은 사랑을 줄 수 있으니까요.
    부디 힘내시구요~ 유치원, 학교 들어가면 아이들은 어느덧 훌쩍 자라
    부모곁에서 멀어지니 사랑 줄 수 있을 때 많이 퍼담아 주세요~^^

  • 11. 토닥토닥
    '12.2.23 12:38 AM (115.23.xxx.110)

    넘 자책하지 마세요
    그럴수도 있죠..
    엄마도 사람인데 내맘속이 시끌한데 어찌 애들에게 아무렇지않은듯 자애롭게 대할수 있겠어요
    그래두 이렇게 후회하시고 미안해하시니 앞으로 점점 발전이 있을꺼예요
    남편분껜 넘 기대하시지 마시고
    님 혼자서 애들과 즐겁게 보낼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주말부부다 생각하시면서..ㅜ.ㅜ

  • 12. 스트레스금지
    '12.2.23 5:33 AM (121.161.xxx.90)

    님 남편 정말 너무 하십니다. 휴... 많이 힘드시겠어요.
    현실적으로 님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선 정말 남편에게 모든 기대를 접어야 할 지도 모르겠어요.
    제 주변 분 중에서는 그냥 돈 벌어다주는 아저씨, 혹시 모를 위험한 사태에대비한 보디가드 정도라고
    생각한다는 분도 있답니다. 정말이지 이런 고충 토로하는 분들 글 보면,
    저라도 가서 잠깐씩 도와드리고 싶어지네요.

  • 13. 충고
    '12.2.23 10:04 AM (130.214.xxx.253)

    제가 2째 낳았을 때 주변 이웃 엄마가 해준 충고가
    둘째를 낳으면 첫째가 아직 어린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큰 아이로 보인다. 그래서 그때 자기가 너무 엄격하게 했다. 고 충고해 주더라고요.
    저도 100% 이 충고를 지키진 못했지만 마음에 꼭 담아 두었다가 큰 아이가 아기처럼 굴때 많이 받아 주었어요.
    둘째 때문에 큰아이를 자꾸 혼내시면 아이의 마음에 분노가 쌓여서 둘째를 더 괴롭히게 되고, 크면 매일 싸우게 됩니다. 위와같이 니가 둘째에게 그랬느니깐 엄마가 징벌한다~로 나가시면 역효과 100%예요.

    남편분, 포기하시고 여건이 되면 몇달에 한번씩 주말에 아이랑 남편만 두고 바람쐬고 오시고요.

  • 14. ..
    '12.2.23 10:56 AM (203.241.xxx.14)

    저도 요즘 남편땜에 속상한 일이 많아서 힘든데
    님글보니 정말 남자들을 다 싸잡아 갖다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남자들은 왜그런가요?

    우리 힘내요 ㅜ.ㅜ

  • 15. 슬퍼요 ㅠ.ㅠ
    '12.2.23 12:04 PM (112.151.xxx.23)

    1년전 제모습과 닮아보여 눈물이 나네요
    전 아들쌍둥이키우거든요.....
    큰아이 작은아이 똑같이 이뻐해주세요
    큰아이도 아직 아기랍니다
    1~2년만 고생하면 둘이 잘 놀아요
    요즘 육체적으로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더욱 그런가봐요
    언른 기운차리시길 바랍니다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앞으로는 더 수월해져요
    그리고 대부분의 남편들은 그럽니다
    포기하세요
    이뻐서 이해해주는게 아니라 미워하는감정까지도 에너지소모하기에 너무 아까워요
    훗날 구박하면됩니다
    힘내세요

  • 16. 맘아프당
    '12.2.23 12:21 PM (36.38.xxx.200)

    얼마나 힘들고 맘아프실지 충분히 공감이 가네요
    저도 둘째가 갓난쟁이로 어렸을때 많이 힘들었는데 남편이란 놈이
    저따위였거든요. 피곤해서 잠깐 잠이 들었는데 집에 와서 한다는 소리가
    '누워 자빠져 잠이나 자고있네. 참 한심하다~' 요랬어요.
    오죽하면 별로 친하지않은 동네아줌마가 (둘째낳고 얼마안되서)'힘들죠?' 라는
    그 의례적인말 한마디에도...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었는지 눈물이 주루룩 나다라구요.

    작년에 두놈들이 번갈아 오래 아픈적이 있었는데요, 전 그때 일도 해야하느라
    정말 힘들었답니다. 남편은 남만도 못하게 아무 도움도 안되었구요.
    아직도 앙금이 남았지요... 그러나..
    아무리 말해봤자 저런 남자들 본성은 안바뀌는것같아요.
    그러니 넘 기대를 마셔요. 그냥 아이들이랑 씩씩하게 사는수밖에요.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갑니다...
    지금은 애들이 좀 커서 낫지만 육아가 힘들기는 마찬가지..
    여자들은 너무 힘들지만 한국남자들은 대부분 그렇다는 댓글들 보면...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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