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정확히 몇학년인지 기억은 안나요..
아마 가을 즈음이었어요.
학교에서 숙제로 "이달학습"이라는 문제집을 풀게 했는데, 슬기로운 생활 시간에 여러 식물의 씨앗에 대한 내용이 있었어요.
일요일 오후에 집 거실 탁자에 쭈그리고 앉아 이달학습을 푸는데
"감의 씨앗을 쪼개면 숟가락 모양이 나온다"는 내용의 문제가 나왔는데 어린 저에겐 금시초문이었거든요.
그때 마침 탁자에 엄마가 감을 깎아다 주셨고 바로 그 자리에서 엄마가 감씨앗을 과도로 반으로 잘라서 보여주셨어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어린 마음에 얼마나 그게 신기하던지..
어린 나이었지만 속으론 꽤나 늙었었는지..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별로 재밌거나 신기하진 않았었거든요.
근데 그 감 씨앗 속의 숟가락은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서 지금까지도 그 오후의 기억이 생각나곤 해요.
엄만 늘 혼내지 않고 자상하게 제 공부를 봐주시곤 했거든요.. 옆에서 과일 깎아주시던 엄마모습도 생각나서 미소짓곤 해요..
근데 얼마전에 남자친구랑 감을 먹다가...
남자친구가 어릴때 아버지랑 감을 먹다가 감 씨앗을 반으로 쪼개서 숟가락모양을 보여주셨다고..
너 감씨앗 속에 숟가락 있는거 알아? 라고 하는데
남자친구에게도 어릴적 감씨앗의 추억이 있구나.. 싶어서 괜히 찡해지더라구요.
얼마전에 남자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저희 엄만 여전히 너무 좋은 엄마로 제 옆에 계시지만..
그냥.. 사실 이렇게 쓰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데..
제겐 어릴적 그 오후의 엄마, 감, 이달학습.. 그게 다 아름답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