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광석씨가 너무 그리운 새벽 밤이네요.

brams 조회수 : 1,486
작성일 : 2012-02-22 02:32:08
오늘 그의 프로필을 보니 31세에 요절을 했더군요.
제가 좋아하던 사람들은 그러고보니 참 짧고도 불꽃같이 열정적인 삶으로 자신을 다 태우고 가버렸네요.
김광석씨도 그렇고 유재하씨도 그렇고 랭보도 그랬고...

김광석씨 노래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몇가지 있네요.

대학때 과외를 했던 제자가 군대를 갔다가 휴가를 나와서 찾아 왔어요. 것도 술이 떡이 되어서...
동네 놀이터로 데려가 따뜻한 캔커피를 두개 사서 한 개를 그 친구 손에 쥐어 줬더니 겨우 한 모금 마시곤 눈물을 방울 방울 흘려요.
그러더니 제 어깨에 기대에 통곡을.....

간신이 통곡사이로 새어 나온 몇마디
"누나.......여자친구가........내 친구랑........바람나서.........고무신 거꾸로 신었어...요"

안쓰러워서 제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참고 울음이 그칠때까지 기다려줬더니 이 친구가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를 부르더군요.
이 친구 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 가사가 슬프고 애절해서 그랬는지 어느새 저도 같이 울고 있었어요.
군발이하고 눈물 바람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참 각이 안사는 일이었어요.


제가 김광석씨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라는 노래를 좋아했어요. 
멜로디도 좋았지만 특히 가사가 너무 좋아서 이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과 사귀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꿈꾸기도 했어요.
그러다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친구와 사귀기로 한 첫날 같이 조규찬씨 콘서트에 갔었어요. 제가 조규찬씨를 좋아해서 남자친구가 배려해주었죠. 둘이 손 꼭 잡고 콘서트가 끝날때까지 놓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콘서트에서 조규찬씨가 마지막 곡으로 불러주었던 노래가 '사랑이라는 이유로'였어요.
남자친구가 불러준건 아니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연애를 시작했으니 나름 소원을 이룬거였나요?
콘서트 끝나고 나오는데 눈이 흐드러지게 내리고 있더군요. 
눈이 우리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쌓여도 마냥 행복하고 잡은 손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 해, 그 겨울, 그 날, 12월의 마지막 그 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십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후일담인데 남자친구와 노래방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노래를 정말 끝내주게 못하더군요. 조규찬씨를 통해 그 노래를 들은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이가 드니 자꾸만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아지고 추억하는 일도 많아지네요. 
특히 옛날 노래에 담긴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가사들이 이런 저런 경험을 쌓으며 공감의 무게를 늘려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 많이 김광석씨 노래가 좋아졌습니다.
비록 그 분이 우리를 빨리 떠나긴 했지만 그와 동시대를 살았고 그의 노래가사에 담긴 상황들을 동시대에 몸으로 느꼈다는 이유로 마음에 큰 재산이 생긴 기분입니다.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서른즈음에'를 들으면서 또 멀어져가는 하루와 머무르지 않는 청춘을 아쉬워하며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IP : 110.10.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2.2.22 2:37 AM (63.224.xxx.81) - 삭제된댓글

    사랑이라는 이유로 좋아해요.
    사랑했지만 도 좋아하구요.
    원글님 랭보를 아시다니.. 반가워요.ㅎ

  • 2. 저는
    '12.2.22 3:05 AM (121.50.xxx.230)

    김종국노래 듣고있는데요

    학창시절엔 왜 이사림이 멋있는줄 몰랐을까요....

    우울한기분 밝은 노래 지금 듣고있어요...

  • 3. 사랑이여
    '12.2.22 8:50 AM (222.237.xxx.223)

    김광석 팬인데 공감입니다. 소개한 곡들에서 느끼는 공감각도 같습니다. 아이디가 브람스...클래식에도 깊은 조예인가보군요^^ 클래식음반을 1600장 정도 엘피도 500장을 소장하고 있는데 교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됩니다. 좋은 추억을 나누고 싶네요^^

  • 4. 알렉
    '12.2.23 7:41 PM (114.203.xxx.49)

    저도 왕팬입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슴을 그리고 노부부의노래인가요? 저도 나이들어가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7637 영어 해석 부탁드려요 2 . 2012/03/25 702
87636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을 사고 싶은데요. 저렴한걸로.. 8 에소머신 2012/03/25 1,435
87635 영재학급되기 영재학급 2012/03/25 936
87634 잠깐 알았던 애기엄마 5 Ss 2012/03/25 2,197
87633 부산에선 일산처럼 살기좋고 사람들이 친절한 동네는? 19 질문 2012/03/25 3,525
87632 중국 광저우 한국사람 살기 어떤가요? 1 China 2012/03/25 3,921
87631 물사마귀 잘고치는 피부과는 없을까요?? 5 서울, 동대.. 2012/03/25 2,845
87630 결혼할 나이쯤 돼서 속도위반도 안좋게 보이나요? 53 ..... 2012/03/25 12,105
87629 현미백설기 2 순돌엄마 2012/03/25 1,967
87628 전화 못하는 이유 11 소심한자 2012/03/25 2,209
87627 배에 가스가 빵빵하게 차서 아파요 8 도와주삼 2012/03/25 3,954
87626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요?? 왜 작은엄마가 울어요? 4 ddd 2012/03/25 4,307
87625 급해요~~~~ 5학년 사회교과서 내용 좀... 3 ... 2012/03/25 1,940
87624 넝쿨에 나오는 유지인 같은 친구있음 좋겟어요 1 ,, 2012/03/25 1,829
87623 치킨스톡을 찾고 있는데요. 아이허브에.. 2 아이허브 2012/03/25 4,186
87622 아주 옛날 옛날 드라마... 2 유지인 2012/03/25 1,274
87621 강남역 부근 맛있는 순대국밥집 알려주세요~~~ 5 순대 2012/03/25 1,681
87620 이래서 고양이,강아지 키우는가봐요 14 .. 2012/03/25 2,704
87619 지금 개콘보고 울고있어요 3 네가지짱 2012/03/25 3,451
87618 소래포구 다신 못가겠네요. 50 쭈꾸미 2012/03/25 19,826
87617 토리버치 가방 어떨까요? 4 사고싶어 2012/03/25 3,390
87616 로봇청소기 식기세척기있음 정말 편한가요? 9 행복한영혼 2012/03/25 4,043
87615 전화보다 문자가 더 편하신 분 안계세요? 17 공포심? 2012/03/25 2,948
87614 혹시 라면 건더기 싫어하는 분 계세요? 9 gjf 2012/03/25 1,828
87613 갑상선.. 2 갑상선.. 2012/03/25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