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김광석씨가 너무 그리운 새벽 밤이네요.

brams 조회수 : 1,520
작성일 : 2012-02-22 02:32:08
오늘 그의 프로필을 보니 31세에 요절을 했더군요.
제가 좋아하던 사람들은 그러고보니 참 짧고도 불꽃같이 열정적인 삶으로 자신을 다 태우고 가버렸네요.
김광석씨도 그렇고 유재하씨도 그렇고 랭보도 그랬고...

김광석씨 노래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몇가지 있네요.

대학때 과외를 했던 제자가 군대를 갔다가 휴가를 나와서 찾아 왔어요. 것도 술이 떡이 되어서...
동네 놀이터로 데려가 따뜻한 캔커피를 두개 사서 한 개를 그 친구 손에 쥐어 줬더니 겨우 한 모금 마시곤 눈물을 방울 방울 흘려요.
그러더니 제 어깨에 기대에 통곡을.....

간신이 통곡사이로 새어 나온 몇마디
"누나.......여자친구가........내 친구랑........바람나서.........고무신 거꾸로 신었어...요"

안쓰러워서 제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참고 울음이 그칠때까지 기다려줬더니 이 친구가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를 부르더군요.
이 친구 상황이 그래서 그랬는지 가사가 슬프고 애절해서 그랬는지 어느새 저도 같이 울고 있었어요.
군발이하고 눈물 바람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참 각이 안사는 일이었어요.


제가 김광석씨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라는 노래를 좋아했어요. 
멜로디도 좋았지만 특히 가사가 너무 좋아서 이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과 사귀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꿈꾸기도 했어요.
그러다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 친구와 사귀기로 한 첫날 같이 조규찬씨 콘서트에 갔었어요. 제가 조규찬씨를 좋아해서 남자친구가 배려해주었죠. 둘이 손 꼭 잡고 콘서트가 끝날때까지 놓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 콘서트에서 조규찬씨가 마지막 곡으로 불러주었던 노래가 '사랑이라는 이유로'였어요.
남자친구가 불러준건 아니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연애를 시작했으니 나름 소원을 이룬거였나요?
콘서트 끝나고 나오는데 눈이 흐드러지게 내리고 있더군요. 
눈이 우리 머리 위로, 어깨 위로 쌓여도 마냥 행복하고 잡은 손이 참 따뜻했습니다.
그 해, 그 겨울, 그 날, 12월의 마지막 그 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십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후일담인데 남자친구와 노래방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노래를 정말 끝내주게 못하더군요. 조규찬씨를 통해 그 노래를 들은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이가 드니 자꾸만 보고 싶은 사람도 많아지고 추억하는 일도 많아지네요. 
특히 옛날 노래에 담긴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가사들이 이런 저런 경험을 쌓으며 공감의 무게를 늘려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전보다 더 많이 김광석씨 노래가 좋아졌습니다.
비록 그 분이 우리를 빨리 떠나긴 했지만 그와 동시대를 살았고 그의 노래가사에 담긴 상황들을 동시대에 몸으로 느꼈다는 이유로 마음에 큰 재산이 생긴 기분입니다.


서른이 훌쩍 넘었지만 '서른즈음에'를 들으면서 또 멀어져가는 하루와 머무르지 않는 청춘을 아쉬워하며 잠을 청해야겠습니다.

IP : 110.10.xxx.3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2.2.22 2:37 AM (63.224.xxx.81) - 삭제된댓글

    사랑이라는 이유로 좋아해요.
    사랑했지만 도 좋아하구요.
    원글님 랭보를 아시다니.. 반가워요.ㅎ

  • 2. 저는
    '12.2.22 3:05 AM (121.50.xxx.230)

    김종국노래 듣고있는데요

    학창시절엔 왜 이사림이 멋있는줄 몰랐을까요....

    우울한기분 밝은 노래 지금 듣고있어요...

  • 3. 사랑이여
    '12.2.22 8:50 AM (222.237.xxx.223)

    김광석 팬인데 공감입니다. 소개한 곡들에서 느끼는 공감각도 같습니다. 아이디가 브람스...클래식에도 깊은 조예인가보군요^^ 클래식음반을 1600장 정도 엘피도 500장을 소장하고 있는데 교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됩니다. 좋은 추억을 나누고 싶네요^^

  • 4. 알렉
    '12.2.23 7:41 PM (114.203.xxx.49)

    저도 왕팬입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슴을 그리고 노부부의노래인가요? 저도 나이들어가면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0114 지금 차 정기검사받으러 왔는데요... 1 내새끼 2012/05/18 865
110113 제니하우스 글래머 스타일러 VS 일본산 쿠레이츠 이온 1 고데기 2012/05/18 4,703
110112 눈썹밑이 찢어져 병원에 갔더니? 7 성형외과 2012/05/18 1,532
110111 5.18 민주항쟁 32주년 서울행사가 생중계중입니다. 라디오21 2012/05/18 664
110110 대학때 수업받던 선생님이 스님이 되셨어요.. 6 안타까워요... 2012/05/18 2,657
110109 이런 남편 어떤가요?(원글삭제) 23 ... 2012/05/18 3,230
110108 병원내 관리하는 업체 여직원이 하는 일은 먼가요? 1 궁금 2012/05/18 1,049
110107 떡 괜찮내요 5 탄수화물중독.. 2012/05/18 2,128
110106 아직 속이 덜든걸까요? 선본 사람 키가 눈에 보이네요. 14 ... 2012/05/18 2,477
110105 아파트에 사는건.. 도닦는것 17 에휴 2012/05/18 3,671
110104 MB에 직접 향하는 불법사찰 파도, 바싹 웅쿠린 靑 1 세우실 2012/05/18 662
110103 네이* 까페에서 가입회원만 사진같은거 보게 할 땐 어떻게 해야하.. 5 .. 2012/05/18 996
110102 부동산 매매 관련 질문? ... 2012/05/18 691
110101 주말에 청남대 가려는데 승용차 예약해야하나요? 2 예약? 2012/05/18 1,864
110100 뜬금 없지만 전두환 손녀딸 사진 보니까 기분이 참 그래요 9 dd 2012/05/18 3,257
110099 (빈혈)혈색소 8.6이면 철분약 먹어야겠죠? 5 ... 2012/05/18 3,597
110098 동영상 - 역사 다시보기 - 5.18 민중항쟁!! 기획 6 잊지않는다 .. 2012/05/18 503
110097 노래제목좀 찾아주세요 2 김치헌과벗님.. 2012/05/18 675
110096 카우보이 비밥이 아니네요 ㅠㅠ. 4 다시요~~ 2012/05/18 857
110095 책 좀 찾아 주세요. 성교육책이에요. 5 9살인데.... 2012/05/18 962
110094 무용하는 중고등학생들은 참 이쁜듯 해요. 12 .... 2012/05/18 5,500
110093 미국, 한국 굴과 조개 수입 금지 3 샬랄라 2012/05/18 1,422
110092 이건 아니다...노건평....어휴 정말 8 정말 2012/05/18 2,687
110091 라바르카 일산맞춤정장(결혼예복) 후기 1 라미나미 2012/05/18 2,004
110090 놀이터나 도서관가면 멍하니 다른사람만봐요 팥쥐어멈 2012/05/18 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