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감정을 뭐라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2년전 지방의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더랬어요.
옆집에 할머님 한 분이 혼자 사시는 듯 해서 할머님 외로우실 것 같아 가끔 아주 가끔 밑반찬도 드리고
찌개 끓여서 나눠먹고 시댁에서 올라온 채소류 나눠먹곤 했어요.
자주도 아니고 아주 가끔요....
그 분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이시고, 자녀분이 다섯인데 아들 셋에 딸 두 분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들들은 모두 타지에 있고 딸 두 분은 같은 지역에 있다고 하셨구요.
명절 때 마다 혼자 계시기에 이상하다 생각은 하면서도 선뜻 여쭤보게 되지 않아
기회를 보다가 할머님 옛날 이야기도 듣고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던 끝에 자식들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모두 40,50대 나이로 첫째는 철도공사 윗선에 있고 둘째, 셋째 아드님들도 중견기업에서 꽤 좋은 자리에 계신다는 것 같았어요.
어쩌다 주말이면 함께 교회에 모시러 가기 위해 따님댁 차가 저희 아파트 앞에 서 있곤 했는데
오피*스 차량 이더라구요. 옷도 귀티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암튼 광채가...ㅎㅎㅎ 굉장히 잘 사시는 듯...했어요. ^^
할아버지를 몇 해 전 하늘로 먼저 보내고 외로워하고 계셨는데 병환이 잦아져 거동이 힘드실떄도 가끔 있었구요.
임대아파트라 임대료 올려줄 때 할머님께서 맘 고생 엄청 하셨더랬죠.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혼자 사실 수 있게 아파트 하나 물려주고 가셨는데
이 집 저 집 조금씩 보태주고 남은 것으로 임대 아파트 얻어 계신다고 하셨거든요.
임대료 올려달라는 통지서 붙잡고 눈물 흘리시는 할머니 생각 가끔 나기도 했었어요.
아들들이 모두 전화가 안된다시며.........
자식들이 그리 잘 사신다는데 어쩜 노인 한 분을 저리 외롭게 두셨을까 생각하니
저 자신도 친정,시댁에 잘 못 해 드리고 살고 있는데 싶어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기도 했어요.
명절 때마다 혼자 계신 이유는 며느님들이
바빠서래요. ㅡㅡ;
아들들도 그다지 전화를 자주 하거나 하진 않으신다고 눈물을 흘리며 섭섭해 하시는데
아.....한 숨이 절로 나왔어요.
2년 동안 살면서 딱 한 번 추석 명절에 그 댁 손자 손녀들이 놀러와 씨끌벅적한 모습 봤네요.
저희도 친정 시댁 왔다 갔다 하느라 할머님 얼굴을 많이 뵐 순 없었고 뭐 그다지 할머님 챙겨드린 것도 없는데
저희 가족 이사 할 때 그리 많이 우시더라구요. 그 때 제 뱃 속에 아이가 있었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났고 가끔 그 할머니 생각이 나긴 했었어요.
오늘 그 할머님께서 제 손전화기로 전화를 주셨네요.
제가 할머님 옆 집에 살면서 유산을 몇 번 했었는데 아이 낳고 잘 사는지 궁금해서 전화 하셨대요.
할머님께 아이 낳고 잘 살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이렇게 반갑게 전화 받아주는 것도 고맙고
아이 낳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잘 살라고도 말씀해 주시는데 그만 눈물이 주루룩 흐르네요.
제가 할머님 챙겨드린 것도 없는데 아직 못 잊고 계셨느냐 했더니
사람이 마음을 놓고 간다는 게 보통일이냐 하시며
가끔 절 위해 기도하셨다더군요.
전 카톨릭 신자예요.
아이가 어리다는 핑계로 성당에 안나가고 있긴 하지만요....
오늘 할머님 전화 받고 울컥해서는 한 참을 펑펑 울었네요.
이런 감정은 도대체 뭔가요. 제가 왜 울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