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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모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brams 조회수 : 6,926
작성일 : 2012-02-18 23:42:57
아버지 형제 2남 5녀중 이제 아버지와 둘째 고모님, 막내 고모님께서 생존해 계시네요.
처음 부음을 들었을땐 친척들끼리 그리 왕래가 잦은 집안이 아니었고 고모님과의 특별한 추억이 별로 없어
그저 나와는 먼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문상을 가서 고모님의 영정을 봤을때도 그저 너무나 경황없는 상태에서 재배를 했기 때문에
문상 분위기의 그 정신없음에 약간 실소를 했던것 같습니다.
사촌 오빠와 언니의 넋을 잃은듯한 표정을 봤을때,
슬픔을 견디며 간신히 서있는 언니를 안아줄때 조카의 손을 잡아줄때도
그저 이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돌아 나오는 길에 누님을 잃은 슬픔을 간신히 누르며 서있는 아버지의 늙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당신의 슬픔을 내가 같이 나누겠노라 다짐한 듯한 어머니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두 분 너무나도 늙으셨더군요.
마치 두 가지가 얽혀진 바싹 마른,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게 없는 연리지나무처럼 그렇게 서계셨어요.

순간....
이 일이 결코 저에게도 먼 일이 아님을 실감을 했습니다.
저에게도 언젠간 이 순간이 다가 오리라는 것을 느끼며 너무나 무서워지고 너무나 슬퍼졌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근래에 입원하신 일이 잦아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저도 부모님과 이리 힘든 이별을 해야겠지요.
그 날이 다가오면 전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저는 부모님이 필요하지 않은 날이 결코 오지 않을것만 같은데 
이렇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누구도 결코 해줄수 없을 사랑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이 순간들이 영원할 것만 같은데
이 시간들이 영원하지 않을거라는게 너무도 두렵고 무섭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만 눈물이 나네요.
이런 마음을 두 분께 전달해드리지 못한게 너무 죄송해서. 
그리고 늘 마음과 달리 두 분 마음에 늘 비수만 꽂아드린것 같아서
자꾸 눈물이 나요.

내일 아침 일어나면 두 분께 부디 사랑한다고 가슴으로만이 아니라
말로도 많이 표현하는 딸이 되었으면 합니다.
두 분과 헤어질때 부디 가슴에 후회가 남지 않는 그런 딸이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부디 부모님과 저 사이의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를 가장 많이 빌어봅니다



IP : 110.10.xxx.34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리드
    '12.2.18 11:46 PM (125.143.xxx.178)

    솔까 여기테러하면 ㄷㄷ;; 막말녀 옹호녀들 까는거보러들어왔지만... 힘내세요~

  • 2. 으어어엉어
    '12.2.18 11:51 PM (119.207.xxx.202)

    이런 글은 건드리지말자.. 삼가 고인의 명복을빕니다.

  • 3. 블루윙즈
    '12.2.18 11:53 PM (59.15.xxx.143)

    ㅠㅠ 생각도 안해본일인데 그런상황이 닥친다면 정말 힘들것 같아요 ㅠㅠ

  • 4. ...
    '12.2.18 11:55 PM (222.121.xxx.183)

    저도 한동안 그런 생각으로 힘들었어요..
    그리고는 나 죽고 내 아이가 힘들어할 생각에 고통스러웠구요..
    누구나 한 번은 겪는 일이지만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지요..

  • 5. ...
    '12.2.18 11:55 PM (121.190.xxx.53)

    여기 게시판이 왜 이래요..? 엠팍에서 오신 분들인가요?

  • 6. 플럼스카페
    '12.2.18 11:57 PM (122.32.xxx.11)

    어른들 이런 일 겪으며 놀라고 늙으시는 거 같아요.
    전 몇 해 전에 친정 아버님 소천을 이미 겪었던 지라 원글님의 두려움, 긴장 알 거 같아요.
    지난 달에 시큰아버님 소천하셨는데 시아버님이 부쩍 늙으셨어요.
    저희 남편은 외아들이라 모르는데 전 동기 잃은 그 슬픔 알 것도 같고,,,,,
    누군들 죽음이 두렵고 외롭지 않을까요. 아버지 어머니께 원글님 지금 감정 그대로 표현하셔요.
    세상살이에 어영부영 또 치닫게 되면 잠시 잊게 될 감정입니다.

  • 7. 플럼스카페
    '12.2.18 11:58 PM (122.32.xxx.11)

    그리고 오늘 어쩐 일인지(전 좀 늦게 들어와 상황이 짐작만 될 뿐....)
    이상한 사람들이 많네요. 이상한 댓글들 유념치 마세요.
    우리 아시잖아요....이 또한 지나갈 사람들임을.

  • 8. .....
    '12.2.19 12:00 AM (119.71.xxx.179)

    엠팍이 이정도로 막장은 아니죠. 저런것들이 지하철 막말녀 욕하는 웃기는 상황..무게로 달면 똑같을것들이 ㅎ

  • 9. 놀라지마세요..
    '12.2.19 12:05 AM (125.143.xxx.252)

    이상한 댓글은 신경쓰지마세요..


    저도 그래네요.. 부쩍 부모님들 연세가 느껴지고.. 저도 몸이 예전같지 않고(아직 젊은데ㅎㅎ그래도 20대의 쌩쌩함은 아니네요)

    다시한번 더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네요..

    옆에서 맛난거 사드리고 좋은데 가시고 좋은 추억 하나라도 더 쌓으세요.. 저도 덕분에 한번더 생각하고 갑니다..

  • 10. brams
    '12.2.19 12:05 AM (110.10.xxx.34)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보네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괜히 게시판 분위기에 안맞는 글을 쓴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위로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11. 저는요
    '12.2.19 12:08 AM (58.127.xxx.183)

    내가 언젠가는 죽을 거라는 것은 그리 두렵지가 않은데
    형제나 남편, 친한 친구들 중 누군가가 하나, 둘 운명하는 날이
    다가올까봐 그게 무척 두려워요.
    부모님을 잃는 슬픔과는 또 다른 무게일 것 같아요.
    그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을지...
    차라리 먼저 죽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네요.

  • 12. 장례
    '12.2.19 12:13 AM (112.186.xxx.104)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부모님 두 분이 정말, 어 하는 사이에 모두 돌아가시고 남은 형제들이 가슴에 사무칠만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들 중 누가 먼저 가면 이런 슬픔이 있겠구나,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님 생각하는 원글님 마음이 따뜻하네요. 남은 가족들과 후회없이 사랑하며 살아야겠어요

  • 13. 타인에게 말걸기
    '12.2.19 12:49 AM (124.48.xxx.230)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4. 대한민국당원
    '12.2.19 1:27 AM (219.254.xxx.96)

    운명을 달리한 사람들은 소리는 듣지만 말은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나이를 괜히 먹었어~ 슬픔,아픔 지난 세월 다 잊어야 하는데, 매일 죽는 얘기 뿐인가~ __"
    눈물흘리다 말겠다. ㅡㅡ;;

  • 15. 나거티브
    '12.2.19 3:39 AM (118.46.xxx.91)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일년, 아버지가 부쩍 늙으셨어요.
    저도 할머니가 돌아가신 전후로 여러번 울며 슬퍼했지만,
    아버지는 훨씬 더 우울해하셨어요.

    혈육이 떠난 슬픔에 더해, 스스로가 하루하루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자각까지... 힘드신가봐요.
    친구들, 자식들에게 기대고 싶으신 것 같은데... 무뚝뚝하게 평생을 살아온 늙은 남자의 어려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16. ...
    '12.2.19 9:14 AM (125.189.xxx.51)

    저도 저 늙는거는 상관없는데, 부모님 자꾸 자꾸 연세를 더해가는게 슬퍼요. 그러다가 언젠가는 이별해야하는데.. 그때 어찌 감당할지...

  • 17. 형제분..
    '12.2.19 12:10 PM (218.234.xxx.14)

    연로하신 부모님들은 형제분들 돌아가시면 그 상심이 무척 커요. 형제라 비슷한 동년배니까 이제 곧 내 차례구나 하는 생각이 드시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아요.. 저는 3년 전에 부친상을 당했는데 아버지 형제들 중에서는 아버지가 가장 먼저 돌아가셨어요(장남이 아닌데도..) 고모들이나 백부/숙부 다들 충격이 크시더군요..
    그리고 이듬해에 큰 아버지, 이듬해의 이듬해에는 고모부 한 분.. 이렇게 차례로 돌아가시더군요..

  • 18. ok
    '12.2.19 10:00 PM (221.148.xxx.227)

    착한 딸이네요
    차분히 써내려간 글이 담담한 수필처럼 읽힙니다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글이네요.
    덧글들도요..
    82는 이런곳이죠. 다른곳과 격이 다릅니다.
    털러왔다가 정화되어가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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