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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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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작은일에 행복해하는 나...

행복하고파 조회수 : 2,960
작성일 : 2012-02-18 02:26:12

요즘 문득 클래식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4학년 9반 아짐입니다....

그냥 어느날 부턴가 클래식음악이 아주 편안히 느껴지면서 마음이 가더라구요...

얼마전에 정경화바이올린 독주회에 다녀왔거든요... 클래식 음악회는 몇번 안가본것 같아요...

뮤지컬이나 연극공연관람은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날 독주회에서 본연주곡은 좀 어려웠구요.. (잘모르니 당연하죠)

앵콜곡을 10곡정도 연주해주셨는데... 우리귀에 아주 익숙한 곡들이었어요...

음... 근데 정말 그 곡들이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 들면서 감동스러웠어요... 해서 정경화 바이올린 씨디를 구입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씨디를 틀었는데말이죠...... 아!  이소리가 아닌것 같은데 하는 느낌이 딱 들데요...

저희집 오디오가 미니 콤퍼넌트랍니다...  휴... 정말 여지껏 아무불만 없이 잘 써먹었던 녀석인데...

한번 뭐가 아니다 싶으면 해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몹쓸 성격의 소유자랍니다.. 제가

음악을 틀고 싶지도 않더라구요... 게다가 우연히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제가 요즘 클래식이 좋아진다는 얘길 하니까 친구가 그럼 이음악 한번 들어볼래?  하고 틀어준 음악이 이네사갈란테라는 소프라노의 음반이었습니다...

노르마라는 오페라 아리아라는데... 정말 소름이 돋게 좋았습니다...

고심끝에  그 씨디도 주문을 했습니다... 배달된 씨디를 가슴벅차하면서 틀었는데.. 또...

또또!  아니데요..

친구네 집 오디오는 십년전쯤에 6백만원도 넘게 주고 산거랍니다...

흐미 그런 기계로 볼륨을 한껏 높이고 들었던 아리아를 제걸로 들을려니... 참...

에이 이제 밥도 먹기 싫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오디오란 단어를 치며 며칠동안 미친듯이 돌아다녔습니다..

머리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전에는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면 전축코너가 있어서 구경도 하고 소리도 들어보고 그랬잖아요...왜...

요즘엔 그런 오프라인이 거의 전멸이네요.. 아마도 엠피쓰리와 스마트폰 때문이겠죠... 알수없는 용어들... 엠프 이퀄라이저 리시버 등등... 게다가 요즘엔 이걸 예전처럼 묶어놓은 모델보다 다 풀어헤쳐서 파는 시스템이더라구요... 못살아 정말... 겨우 스피커와 엠프라도 있으면 일단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걸 아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혹시 오디오에 대해 잘아시는 분들은 비웃지 말아주세요... 전 정말 열심히 공부한거랍니다...  근데 세상에 뭔 엠프가 그리 비싼거래요... 저는 의기소침했습니다...급기야는  좋은 소리를 내는 오디오 하나 가지면 소원이 없겠다 뭐 그지경에 이르른 거죠.. 뭐 !  마치 상사병처럼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겐 돈이 없습니다... (돈은 저를 싫어합니다.)

최소한 백만원은 투자해야 될것처럼 보이는 기계들을 들여놓을 돈이요...

그래서 차선책으로 중고시장을 뒤졌습니다...며칠을 뒤지다 보니... 아주 오래된 인켈오디오를 저렴히 내놓으신 분이 계시네요... 흠! 튜너랑 스피커도 손을 보셨다구 하구요... 사진으로 보니 기계도 아주 깨끗하네요..

갖다 주실수도 있다고 했는데... 제가 가겠노라고 했습니다... 소리를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구요(쥐뿔 아는것도 없으면서요)

씨디를 챙겼습니다... 이네사 갈란테의 씨디를...

이노래가 근사하게 들리는걸 확인하고 데려와야지... 하면서요...

참... 근데 걱정이 문득 들데요... 통화를 한분이 남자분이었어요.. 전 혼자 가야하는데... 아는분도 아니고...

갑자기 별별생각이 다드네요... 어쩌나 어쩌나... 남편은 그런데 같이 가자고 하면 아마 절 한심하게 쳐다볼뿐일거구요..게다가 세상일을 혼자 다하는 것처럼 바쁘신분입니다요.

 생각끝에 동생한테 전화했습니다... 제가 갈곳 주소랑 번호 알려주고.. "언니가 이곳에 갈거니까... 연락이 안되거나.. 무사히 나왔다는 연락이 없으면 신고해줘!" 그러구요... ㅎ ㅎ

근데 막상 도착해보니 안주인도 같이 계셨더랍니다... 게다가 어찌나 꼼꼼하고 친절하신지...

제가 집에 가져가서 또 안되는 게 있을까봐 엠프를 멀리 까지 있는 오디오수리점까지 가지고 가셔서 점검을 받으셨더라구요.. 그리고 현재는 괜찮으나 조만간 고장이 날듯한 부품도 갈아주시구요.. (수리비 영수증 보여주시더라구요)

아시다시피 오디오의 뒷면은 정말 제주도의 미로공원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잖아요...

제가 오디오 문외한이라고, 연결방법도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미리 말씀드렸었거든요..정말 연결상태를 사진이라도

찍어올 요량이었어요... 근데 비슷비슷한 케이블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찍어야 소용없겠더라구요...

아저씨께서 케이블마다 꼽아야 될 곳을 포스트잇에 그림으로 그려서 붙여놓으셨더라구요...

정말 감사했어요... 엠프도 뒷면까지 먼지하나 없구요...이십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깔끔하고 깨끗하게 관리하셨더군요

게다가 직접 다 들어서 제 차에 실어주셨어요... 참 제가 들고간 씨디가 있었죠?   그거 한번 틀어봐 주십사 하고 음악이 나오는데... 글쎄요.. 친구집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좋은지 어쩐지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워낙 문외한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음악이 나오는 순간 너무 행복했어요... 저희집 미니 오디오로는 느낄 수 없는 바닥이 울리는 묵직하고 풍부한 소리때문에요... 집에 오는 내내 마치 예전에 미팅에서 제맘에 드는 녀석과 파트너가 되어서 행복했던 그때처럼 들뜨고 설레고.. 그랬답니다...저녀석을 싣고 집에 와서 아들놈하고 머리를 맞대고 설치를 했답니다...그리고 지금까지 음악을 듣고 있답니다... 비록 세상에 나온지 스무해가 다되가느 녀석이지만....  등치가 커다란 시커먼 녀석이 우리집 거실을 점령하고 있지만(이런거 못참았었어요.. 전에는) 아주 행복합니다... 저녀석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제가 능력이 안되잖아요) ... 그냥 훌륭한 녀석이라 믿고 예뻐해줄겁니다... 비록 어느날 제가 귀가 트여서 지금의 제모습이 어이없을지도 모르지만....  실로 오랜만에 얼굴이 상기되도록 두근두근 설레이며 보낸 오늘 하루였답니다...

행복은 그런거 같아요... 별거 아닌거에서 오는거 같아요...  저에게 저녀석을 수리비만큼도 안받고 보내주신 전주인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IP : 125.177.xxx.31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와~
    '12.2.18 3:07 AM (112.158.xxx.111)

    아주 기분 좋게 잘 읽었답니다. 저도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몇년 전부터 너무 좋아지고 있네요.
    20대 초반에는 연주회도 자주 갔었어요. 근데 그때는 정말 좋아서가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듣고싶어서 자주 찾아간거였고. 요즘은 정말 그 풍부한 음색이 제 영혼을 두드리는 듯히 너무 좋습니다.
    가끔 쇼팽이나 베토벤 협주곡, 심포니 등 듣고있다가 너무 좋아서 멍하니 있을 때가 있어요.
    근데 요즘은 연주회는 잘 갈수가 없네요. 바쁘기도 하고..
    지금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들으며 쓰고있는데 참 좋은 것 같아요
    비록 컴퓨터 스피커로 듣지만 ^^;

    그 중고 오디오는 얼마주고 사셨어요? 아주 좋은 분들과 거래 잘 하신 것 같아요. 글쓴 원글님도 아주 좋은 분 같구요~ 님이 느끼시는 행복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이 새벽에 글 읽고 저도 왠지 덩달아 행복해졌거든요 ^^

  • 2. 와~~~^^
    '12.2.18 4:08 AM (110.70.xxx.39)

    읽으면서 내내 두근두근했어요
    글참 잘 쓰시는분들 82에 많은건 알지만...
    재밌게 잘읽었어요
    제가 정리하는거 좋아해서 많이도 내다버렷는데. 버린 물건중 유일하게 후회되는게
    20년된 인켈 오디오 ...
    수리할일잇어 아저씨불럿더니 자기가 이거 생산될때 공장에잇엇는데 요즘은 이런 물건 안나온다며 웬만하면 갖고계시라던걸....
    애들어려 음악 자주안듣게되고 그나마도 애들 손에 닿게하는게 싫어 ... 큰덩치도 항상 거슬렷고 ㅠㅠ 버렷거둔요 ㅠㅠㅠㅠ
    소리 참 좋앗는데 아쉬워요. 저도 나중에 중고로 함알아볼까봐요.
    여튼 해피엔딩 글 참 좋아하는데 저까지 행복해지네요 ^^ 얼마인가요 ? 저도궁금해요 ㅎ

  • 3.
    '12.2.18 4:09 AM (110.70.xxx.39)

    모델명도 알고싶은데...^^

  • 4. 씽씽
    '12.2.18 8:46 AM (218.48.xxx.94)

    님 글 읽다가 한 10년전에 집 좁다고 멀쩡한 오디오 세트 몽땅 들어내 버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땐 정말 미쳤었던가 봅니다.
    집에 남아있는 LP판들 보면서 아쉬워하기도 하는데 정말 미니 콤퍼넌트로 들을수 없는
    클래식 음악 들을때 그 묵직한 소리 정말 듣고 싶어요.

  • 5. 업그레이드
    '12.2.18 8:47 AM (14.43.xxx.98)

    글 참 잘쓰시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요즘 저도 클래식 자주 들어요 FM정일범,정기열 무척 재미있어요.
    근데 님글 읽으니 저도 빵빵한 스피커로도 한번 듣고 싶네요.

  • 6. **
    '12.2.18 9:23 AM (112.155.xxx.77)

    흐뭇한 글.. 음악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려는 천상의 선물 .. 인간과 하늘이 같이 역어내는 물결

  • 7. 로빈
    '12.2.18 10:11 AM (115.139.xxx.75)

    아 고맙습니다. 방금 유튜브로 들었네요,,, 이런 음악이 있다는걸 알게해줘서 감사합니다^^

  • 8. 저도 행복해요.^^*
    '12.2.18 10:41 AM (211.109.xxx.244)

    좀 긴 듯한 글인데도 참 행복한 마음으로 읽었어요.^^
    저도 음악을 무지무지하게 좋아하지만 지금은 그냥
    컴퓨터 스피커에서 들리는 음악으로 만족하며 듣고 있거든요.
    스피커를 비싼 놈으로 연결해 듣기는 하지만 턱도 없지요.
    어쩌다 맘 내키는 날은
    지난 여름에 시댁에서 집어다가 안방 문옆에 방치(?)해 놓은
    미니 컴퍼넌트에서 시디라도 들으며 누워있으면
    훨씬 귀에 감기는 소리가 정말 행복하고요..

    고급스러워지기 시작하면 말릴 수 없는 게 '귀'라고 하지요.
    칼럼니스트인 김갑수씨의 책을 보면 몇백만원짜리 전세에 살면서
    수천만원짜리 오디오를 숱하게 바꾸어 대던 오디오 편력기가 있어요.
    다른 물건도 그렇지만 오디오도 살 땐 거금을 투자했어도
    팔 땐 완전 헐값으로 반도 못 건지는 물건이거든요.
    그 분의 글이 아니라도 수많은 음악애호가들이 말하길
    귀 잘못 길들이면 집안 말아먹기 순식간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아예 경제력이 없어서 옛날 롯데파이오니아 오디오를 십여년 넘게 들었었어요.
    중간중간 어찌어찌 장만한 인켈이나 산수이 오디오가 있었는데
    집도 없는채 좁은 집으로 여기저기 이사 다니기가 너무 버거워
    서너개되는 오디오도 친구 주고 심지어는 고물장사한테 주어버리고 길거리에 내다 버리고
    삼천여장 되던 엘피판도 거저 가져갈 사람 (치워줄 사람)수소문해서 보내버렸어요.

    그때가 저희 아이들 중고등학교때였는데 그땐 아무 생각없이 동조하던 아이들이
    군대 다녀온 요즘은 가끔 그 엘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버려버린 엘피판이 너무 아깝다고 이야기 합니다.
    스무살 무렵부터 월급타면 제일 먼저 판가게로 뛰고
    용돈 모두 털어넣어 판 사고 쪼들리던 기억조차 후회없고 즐거웠었는데.....

    북카페하시던 조은일씨가 쓴 책이 생각나요,
    정말정말 비싸고 좋은 오디오를 샀다는 지인의 집에
    아는 이들과 묻어서 갔던 일을 쓴 내용이 있었어요.
    그 비싼 오디오 자랑을 하면서 틀어주던 노래들이 모두 찬송가였고
    아무리 음반을 찾아봐도 찬송가 테잎밖엔 없어 아쉬웠다는...

    뽕짝이든 뭐든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며 행복한 것 누가 뭐랄까마는
    클래식에 마음이 가서 그것을 즐길,
    맘에 드는 소리를 가질 수 있게 되어 행복해 하시는 원글님이 너무 예뻐보입니다.

    저도 오늘 우리집 미니 컴포넌트로 제가 구운 시디 들으면서 행복한 주말 보내봐야 겠어요.

  • 9. ^^
    '12.2.18 12:02 PM (112.158.xxx.142)

    전공자이자 클래식 마니아인 한사람으로써 너무 반갑네요^^
    이제 막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하신거 같은데요
    첨부터 CD를 사서 들으려 하지 마시고(본인 취향이 안 맞는곡이 몇곡 껴있음 잘 안듣게 되거든요)
    위에 어느분 말씀처럼 KBS 클래식 FM 93.1 들어보세요.
    무겁지 않게 들을만한게
    오전 9시 - 장일범의 가정음악
    낮 12시 - 카이(정기열)의 생생 클래식
    오후 1시 - 신성원의 KBS 음악실
    추천해요. 클래식에 대한 식견도 좀더 넓어지고 더 좋아하게 되실거 같아요.

  • 10. 원글
    '12.2.18 1:05 PM (125.177.xxx.31)

    아!!! 이렇게 제글을 아는체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우선 감사합니다...
    한껏 기분이 업되어서 쓴 제글이 읽으시는 분들께도 저희 행복감을 전해드린 것 같아서... 이또한 즐겁네요..
    ㅋㅋ 저도 중고오디오 뒤지면서 첨 시집왔을때 아버님댁에 있던 거대한 오디오를 고물상에 버렸던게 어찌나 통탄스럽던지요...
    음...제가 데려온 녀석은요.. 인켈이고 전체모델명은 모르겠네요.. 가격은 그분이 총 지출하신 수리비가 22만원정도인데 절반 드리고 왔어요.. 혹시 제가 비싸게 산거일지라도.. 그냥 알려주지 마세요... 저는 저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해주신 그분의 마음을 계속 감사하게 생각하며 살고 싶거든요... ㅎㅎ

    인터넷 서핑하다보니.. 오디오의 길로 접어든건 집안 말아먹을 징조라는 글이 있더라구요...
    그나마 제가 가진 감각기관중 가장 겸손하고 덜 예민했던 귀가 이제 간질간질하기 시작했으니... 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오늘 현재는 행복하니까 에라 모르겠어요... 나중에 집을 말아먹을지 어떨지....
    어쨌든 제가 나름 목숨걸고(ㅋ ㅋ) 데려온 녀석아니겠어요..

  • 11. 원글
    '12.2.18 1:06 PM (125.177.xxx.31)

    오타네여 저희 행복감->저의 행복감... 결코 저희는 아닙니다요... 저의 행복감입니다요

  • 12. 삶의열정
    '12.2.19 10:32 AM (121.160.xxx.210)

    와우! 정말 전주인이 저 오디오를 사랑했었나봐요. 그러니까, 수리까지 해서 좋은 새주인을 찾아준거겠죠.
    물건을 20년이 지나도록 깨끗하게 관리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물건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쁘게 잘 관리하고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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