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산이라... 저렴한게 최고다! 해서 동네 병원으로 다녔어요.
나름 그 지역에서는 오래된 병원이었고요. 평도 좋았어요. 정말 가격도 쌌고요...
그러나 제가 놓친 것이 몇 개 있었으니... ㅠㅠ
일단 제 조건 : 양가 어머니 도움 못 받음, 남편 도움 못 받음(이건... 설마했는데 진짜 도움 없더군요) 처음 출산임.
어떤게 진진통인지 알 수가 없던지라... 동네가 좀 고가다리 아래의 컴컴한 입구고 재개발 지역 근처라 도저히 혼자 택시탈 엄두도 안나더라고요.
낮이면 모르겠는데 새벽이라... ㅠㅠ 남편에게 읍소하고 사정해서 병원에 데려가달라 했습니다.
자정부터 가자고 했는데, 다음날 아침 7시 중반 넘어서 데려다 주는 센스! 택시 부르려고 전화 걸기 시작하니 나가자고 하더라고요;;; 밤새 술에 곤드레만드레였거든요.
이때부터 삐끗하기 시작한거였는데... 쩝.
병원 도착 당시 7cm 열려있었다고 했어요.
1. 가족분만실 이용 못함 : 딱 방이 하나인데 먼저 선점한 산모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산모 제가 출산하고 나올 때까지도 계속 진통중이었어요. ㅠㅠ 나도 좀 미리 오고 싶더라마능...
2. 분만실 이동시 자력이동.
저는 정말 이동침대나 휠체어는 태워줄 줄 알았어요.
저 애 낳으려고 준비되어 여자잖아요?? 도착 당시 7cm 였고, 이후 진통 더 했으니 더 열렸을텐데...
걸어가래요. ㅠㅠ 겨우 걸어서 분만실에 도착했더니 분만 의자 위로 사다리 밟고 올라가래요.
어떻게 올라가요? 했더니, 배가 잠깐 아프지 않을 때 바로 올라가래요. ㅠㅠ 냉정한 간호사... ㅠㅠ
3. 무통 못 맞음.
뭐 7cm니까 당연히 저는 못 맞는거였죠. 그런데 다른 산모들 이야기 들어보니, 병원이 작아서 마취선생님을 외부에서 부른대요.
그 시간에 맞아 떨어지면 무통 맞는거고, 야간분만같으면 외근 안 오실테니 못 맞고 그런거더라고요.
4. 신생아실 없음
뭐 모자동실 좋아요. 좋은거죠... 문제는 저는 정말 오롯이 혼자 있는 산모였고, 신생아라고는 저도 실제로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판국인데 아이랑 저랑 둘만이... 2박 3일을 보냈어요.
간호사들은 바빠서 물어봐도 대꾸도 없이 지나치고...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께서는 그냥 오셔서 수고했다 하시고 바로 돌아가셨고요.
하나 있는 남편은 너무도 심하게 코를 골고 주무시기만 하시길래 (아이를 들여다보지도 않더라고요)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더라고요.
당시에는 젖도 안 나오더군요. 조리원 가고 2일째인가부터 초유가 나왔어요...
신생아실에 잠시라도 맡겼으면 잠이라도 잤지 싶었어요. 2박 3일 내내 2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다행히 간호사들이 매일 한번씩 아기 데려가서 샤워는 시켜줬어요. 그거라도 안해줬으면 정말 전 패닉이었을 것 같아요.
5. 급수대가 비상계단 밖에 있음
급수대 위치 같은건 정말 생각도 못했었는데...
저는 그냥 아이가 배곯는 것 같아서 분유라도 좀 먹일 생각이 들더라고요. 젖은 물려봐도 자세도 안나오고(이유는 4번에 있어요. 신생아를 책으로 접한 이론만땅산모...) 분유라도 먹어라... 했는데... 아니면 물이라도 먹여야겠다 싶었어요.
검은걸 토해내길래 정말 깜짝 놀랬었거든요. ㅠㅠ
그런데... 겨울에 출산했는데, 급수대가 복도에서 철문열고 나가야 있더라고요. 남편도 없고만...
찬바람이 휭휭 부는 계단참... 에효...
그마저도 다들 먼저 가져가 버려서 보리차도 별로 없고... 온도도 이거 얼마나 미지근해야 맞는지 모르겠고... ㅠㅠ
제가 환자복입고 슬리퍼 신은채로 분유병 들고 얼쩡거리니까, 옆방 산모의 보호자분(할머니)께서 딱하다는 눈빛으로 훑어보신게 아직도 상처에요. ㅠㅠ
다행히 조리원은 잘 골라서 괜찮은 곳이었어요. 아이도 잘 봐주시고, 아이 젖 물리는거, 목욕시키는거... 다 배웠어요.
말이 조리원이지 저에게는 속성엄마교실... ㅠㅠ
그래서 다음 둘째 낳을때는요,
가족분만실이 여럿인지, 이동침대 or 휠체어 있는지, 마취과 전문가 상주인지, 신생아실 있는지... 다 알아보고 병원 정할꺼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