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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구들아 미안하다. 애 낳아보니 알겠다..

조회수 : 3,201
작성일 : 2012-02-17 10:25:58

결혼전 아이를 무척이나 달가워하지 않는 처자였습니다.

친구만나러 나갈때 친구가 애 달고 나온다하면 대놓고 싫어하던 사람이 바로 저.. ;;

다른 결혼한 친구들이 다 괜찮다고 해도 나는 그냥 남편이나 친정에 맡기고 나오라고 주장했지요.

어쩌다 애 달고 나오면.. 그야말로 친구와 대화가 안됐어요. 나한테 집중안해주고 대화하다가도 아이 달래고..

그런 친구가 얄밉기까지 했었지요,

애가 가만히 있나요? 이리갔다 저리갔다... 그러다 자기한테 관심 안가져주면 음식점에서 소리지르기 일쑤.

잠시 화장실 다녀온다고 애좀 데리고 있으라고 하는 그 5분도 저는 참기힘들었답니다.. ㅠ

 

그뿐인가요. 만나면 늘 애기 커가는 얘기뿐. 애기 애교부리고 어제 어쨌다 저쨌다..

사실 저에겐 관심밖이었지만, 그래도 친한친구였기에. 귀기울여 들어주곤했어요.

 

또 결혼전 그리도 세련미가 줄줄 넘치던 친구들.

애낳고 집에 쳐박혀 있으니 어찌나 아줌마스러워지던지요.

한때 잘나갔고, 또 센스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집으로 놀러가면 맞아주는 친구들의 얼굴은 늘 푸석하고

또 힘겨워보였습니다.

 

속으로 쯧쯧 안됐다 하면서도 - 애보는게 뭐 대단히 힘들까? 이런생각했던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그때 직장생활 하면서 스트레스 이빠이 받을때라. 따뜻하고 안락한 집에서 아이와 둘이 집을 보는 친구를 보면

그게 그리도 부러웠답니다.

그래서, 육아에 지쳐있는 친구에게.. 맨날 집에서 편하게 아가랑 있으니 좋겠다 - 란 망언까지 했었답니다. ;;;

친구의 어이없어하던 그 얼굴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약간의 썩소와 너도 키워보면 알거야란. 의미심장한 말까지. 훗.

 

그로부터 몇년후. 저도 결혼을 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육아에 큰 자신은 없었지만, 남들 다 하는건데 나라고못할까? 싶었고,

이런저런 친구들도 다 해내고 있단 생각에 큰 걱정 안했네요.

 

그런데 왠걸요. 완전 된통 뒷통수 맞았지요. ( 표현이 과격함을 이해해주세요. 그냥 제식표현입니다. )

육아가 . 엄마다운 엄마가 된다는것이 -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 100 힘들었었거든요.

저처럼 육아를 껌으로 보던 사람이 한마디로 벌을 받은거지요. ㅎ

 

산후우울증에 참 많이도 울고, 애가 별나서 고생도 하고 살도 쪽 빠지고.

그렇게 1년이 지나 거울을 봤는데 -

오마이갓. 제 몰골이 정말 초췌하기 이를데 없었지요 ;;

 

왜 애엄마들은 자꾸 자기집으로만 놀러오라할까.

왜 애엄마들은 모임에 나오면 늦게까지 놀지않고 초조해하다가 먼저 들어간다고 일어날까.

왜 애엄마들은 쿨하게 남편이나 친정에 애를 맡기고 못나오는걸까.

왜 애엄마들은 애를 예의바르고 얌전하게 못기르는걸까.

 

애를 키우다보니.. 어느순간 깨달음과 이해의 순간이 오더군요.

 

그리고.. 집에서 애랑 둘이 있어 부럽다 - 라고 망언했던 친구에게 백배사죄 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내가 그때 미쳤었나보다고. ㅋㅋㅋ

 

육아가 너무 적성에 맞고 행복하고 수월하게 애 키우는 분들도 많을거에요.

하지만 대부분이 처음이기에 서툴고, 또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어찌보면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여 미혼 친구들의 원성도 많이 사지요.  저또한 비난하단 1人이었고요. 

 

지금 . 엄마가 되어보니 아주아주 민폐캐릭터 아닌이상 애엄마의 모든것이 이해가 됩니다.

물론 저는 친구모임에 애데리고 안나갑니다만 ( 제가 비난하고 짜증냈던게 생각나서 다른 친구들도 그럴까 겁나서요..;  )

혹여 애엄마 친구들이 애 달고 나온다고 하면, 정말 맡길곳이 없구나. 생각하고요 ( 그엄마라고 편히 놀고싶지 않겠나요) 애 보느라 밥도 제대로 못먹으면 제가 후딱 먹고 애기도 봐주고 그럽니다.

제 성격이 워낙 게을러서  친구들한테 우리집으로 애랑 나 보러 오란 소린 안하지만 혹여 애엄마 친구들이 밖에서 못만난다고 집으로 오라고 하면 이해합니다. 추운겨울 차도 없이 애데리고 움직이기 힘들다는거 아니까요. 그리고 하루종일 집에서 애와 단둘이만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고 대화상대가 절실한지도 아니까요.

 

공공장소에서 난리치는데 그저 방치하거나

정말 친구들 괴롭힐 심산으로 애를 끌고 나오지 않는 완전 민폐형에 이기적 캐릭터가 아닌이상 -

지금은 애엄마들의 웬만한건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었네요.

그게요. . 참 경험을 해보고 나니 그래요.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건 - 저도 미혼당시 꽤나 애엄마 이해못하던 케이스였으나

지금은 또다른 미혼친구들의 무심한 말과 행동에 상처받곤 하네요.

하지만 그 친구들 앞에서 그저 웃어요. 정말 몰라서 그러는거니까요.

애엄마의 고충을요.

IP : 61.253.xxx.4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12.2.17 10:31 AM (112.148.xxx.143)

    저도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했는데... 제 친구도 그랬다지요... 집에서 애키우는 네가 부럽다고...ㅡ,.ㅡ
    너도 직접 애 키워봐라... 완전 도닦는 기분이야...

  • 2. ㅎㅎ
    '12.2.17 10:33 AM (147.46.xxx.47)

    반대글 다시는분들도 머리속엔 다 입력되있을걸요.
    다만,공공의 장소이고..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사회질서를 위해 꼭 필요하다 라는 관점에서
    원글님의 그 깨달음은 잠시 수면아래로 덮는거죠.애 안낳아봐서 모르는건 절대 아닐거에요.
    애 안 낳아도 이해하는분들도 있고,절대 용납안되는분들도 계실테니까요.

  • 3. 제가
    '12.2.17 10:39 AM (211.246.xxx.89) - 삭제된댓글

    친구들에비해 일찍 결혼해 아이낳다보니 모임에 소홀해졌어요 미혼인 친구들이 결혼하더니 변했다 모임좀 나와라...뒷말 많이 들어서 모유먹이는아이 남편한테맡기고 한두시간 참석하기도하고 애 데리고 나가기도했어요 친구들 결혼하고 애 낳더니 이제 절 이해하더군요

  • 4. ㅇㅇ
    '12.2.17 10:39 AM (211.237.xxx.51)

    아무리 이렇게 해도 어쩔수 없는거에요.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거든요. 모든일이 그렇죠..
    원글님도 지금 순한 아기 그냥 키우다 시피 하는 아기는 상상이 안되듯이요...
    미혼분들은 원글님이 아무리 말씀하셔도 원글님 아기 없었을때의 그 마인드일수 밖에 없어요 ㅎㅎ
    물론 무슨 특정 목적이 있어 쓴글은 아니고, 과거 친구들에게 했떤 말에 대한 사과글이라는건 알겠어요 ㅎㅎ

  • 5. 원글이
    '12.2.17 10:43 AM (61.253.xxx.48)

    그래서 저는 미혼 마인드와 애엄마 마인드를 다 이해한단말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유난스레 애엄마 친구들을 이해못하던 입장이어서요. ;;

  • 6. 시크릿
    '12.2.17 10:50 AM (218.51.xxx.226)

    근데 유별떠는 사람있어요, 나온지 두시간만에 애가 보고싶어 들어가야겠다 이따위 소리하면 그건 친구만나기 싫단 말같이 들려요.

  • 7. 제 친구
    '12.2.17 10:54 AM (218.156.xxx.136)

    말 끝마다 우리애한테 "무슨애가 이렇게 말을 안듣니?" "제멋대로니?" "왜 이렇게 극성이니?" ...애도 안낳아본 애가 그랬어요...

    자기는 애기때부터 어른처럼 큰 줄 알아요...얘기해서 뭐하겠어요...입만 아프지.

    공감대 없는 친구는 그냥 만나지 마세요. 서로가 피곤하게 왜 만나나 싶어요 전. 만나면 서로가 피곤한 것을.

    전 그냥 아기엄마들끼리 만나는게 가장 좋았어요. 서로 이해 잘 해주고. 내 아이 보다 피곤할땐 딴 엄마가 좀 안아주기도 하고. 옛날 친구보다는 아이 키우면서 만나는 엄마들이 더 오래가요. 학교 들어가서도 서로 의지되구요.

    미혼이든 기혼이든 어느정도 서로 이해 못해주는 친구는 굳이 만날 필요 없다고 봐요. 살면서 아이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생기는데 그때마다 싸울건가요? 속상해 할건가요?

    전, 니 새끼 너만 이쁘지 매정하게 구는 친구들 끊은지 오래 됐어요.

    우리아이 클때 예뻐해주고 출장가서 우리애 옷까지 챙겨왔던 미스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지금도 너무 잘 지내요. 우리아이는 커서 이제 친구 만날때 데려나갈 일 없는데 이제는 그 친구가 어디가나 애를 데리고 나와야 해요.

    그 친구랑 얘기할때 저는 그 친구 아기 너무 이뻐서 제가 계속 안아줘요. 일부러 옷도 편하게 입고 나가구요.

    미혼이라고 다 그런거 아니예요.

    나랑 안맞다 생각하면 과감히 자르세요. 어차피 언젠가는 안볼 사람들이예요.

  • 8. 하비비
    '12.2.17 1:11 PM (115.137.xxx.213)

    여기 만원광역버스타고 가는데 어떤애엄마가 빈자리에 가방놓고가더라고 한다는 글 본적있어요. 당근욕먹었는데 저는 그글보고 그여자가 ㅁㅊ군 그래 애키우다보니 다 병든거야 아픈거지 싶었답니다 모르는거죠 주변을...욕하기보다
    슬픈 감점 느꼈습니다


    다 애키울땐 제정신 아닌것도 좀 참아주세요

    시간지나면 원글님 비슷하게 다 이해 되니까요


    친구야 애낳고 니 결혼식 못가서 미안하다

  • 9. 독일서 와보니
    '12.2.17 1:13 PM (152.149.xxx.115)

    제 성격이 워낙 게을러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무지 많은데 정말로 게으른 사람이 너무나 많은 한국이네요.

    독일의 애들 학교는 8시 수업시작이니 독일 엄마들 5시 넘으면 기상,

    한국은 애들 게으르게 9시 넘어 수업하지요

  • 10. 백림댁
    '12.2.17 10:11 PM (79.194.xxx.139)

    위에 독일서 와보니, 라는 분.

    어그로 끌고 싶은 기분은 이해하지만, 한국과 독일의 수업시간 차이는 단순히 독일이 위도가 한국보다 훨씬 높아서(베를린이 사할린과 위도가 비슷함)일 뿐, 생활양식과는 별 관계가 없죠. 특히 동절기에 해 떠있는 시간이 너무 짧으니, 일광을 아끼기 위해 학교도 회사도 8시-8시30분에 시작하는 거지 그 이상의 이유는 없습니다.

    여튼 독일 사는 사람으로서 한 번 낚여드립니다. 별 거 없는 님의 삶에 동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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