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아기는 시어머니께서 봐주고 계세요.
저보다 더 잘 보살펴주셔서 매번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기 봐주시는 정성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매달 얼마씩 용돈은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친정 어머니가 아니다 보니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어깨, 목이 아프시다 하시거나, 다리가 아프시다 하시거나,
혹은 안색이 좀 안 좋으실 때는 죄스런 기분에 눈치 살피게 되구요.
그렇다고 저에게 뭐라 말씀하시진 않지만,, 뵈면 알잖아요.
어머니께 파스 냄새가 나거나 하면 또 많이 죄송스럽습니다.
저보다 더 잘 보살펴주신다는 것이 빈 말이 아닌 게,
저는 밤에 많이 피곤하면 공갈젖꼭지 물려두고 그냥 자버리거든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찡찡대면 잠시 물려두셨다 또 잠들면 꼭 빼놓으십니다.
그러면 하룻밤에도 몇 번을 깨셔야 하는 지 저는 엄두도 안납니다.
저는 아기 보면서 하루 두 끼 챙겨먹기도 벅찬 데, 어머님은 김치도 담그시고,
가끔 밑반찬도 해서 먹으라고 주시는 데다 또 가끔은 저랑 남편 불러서 밥도 주십니다.
요즘 티비에 0세~만2세까지 무상보육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 소식을 듣고는 남편이 하루 몇 시간이라도 맡길까 얘기하더라구요.
혹시 어머님도 그럴 생각 있으신 가 싶어 말씀드렸더니 한번 알아보라 하시는 게 마음은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못 보내겠어요. 아니, 보내기가 싫어요.
제 손으로 아이 하나 건사하지도 못하면서 왠 배부른 소리냐 타박하셔도 할 말 없습니다.
그냥 솔직한 제 맘이 그렇습니다. ㅠㅠ
지금도 저나 어머님 없으면 음마~음마~ 하면서 우는 데 어린이집 데려다 놓으면 얼마나 찾을까 싶고,
입이 짧아서 하루종일 이유식이며 분유며 데워서 떠다 먹여야 하는 데 이걸 제대로 챙겨줄까 싶고,
수면교육을 아직 못해서 졸릴 때 투정 장난 아닌데다가 조용한 곳에서 안거나 업어서 재워야 하는 데
어린이집에서 제대로 잘 수 있을 까 싶고,
두 달 차이나는 시조카랑 마주보게 하면 무서워서 울거나 제 품에 파고드는 겁많고 소심한 아긴데
어린이집에서는 얼마나 겁에 질릴까 싶기도 하고...
적으면서 상상하니 또 마음이 아프네요..
티비에서 어린이집에 영유아들 있는 거 나오기만 해도 마음이 아파요. 왜 그런 지 모르겠지만.
어머님께서 안 봐주시면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해야겠다 생각한 적도 있어요, 아기 낳기 전엔.
그 때는 이런 맘이 들 줄 상상도 못했어요.
아기 보는 게 이렇게 손 많이 가는 거고,
엄마가 한 아이만 온전히 챙기는 것도 이렇게 노력이 필요한 데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한 명당 세명의 아이를 어떻게 챙길지 짐작해보는 건 그 흔한 상상, 계획 언저리에 조차 못해봤습니다.
어머님 힘드신 거 생각하면 맡겨야 하는 데, 못 하겠어요.
그냥 어머님께서 봐주시면 좋겠는 데, 어머니 힘드신 거 생각하면 한 두 시간이라도 맡기는 게 대수랴 싶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 어머님은 어떤 마음이실 지, 전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 좀 가르쳐주시겠어요?
어떤 냉정한 의견도 달게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