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6개월, 우리나이로 딱 네살 큰애를 어린이집 보내려구요.
젊은 부부들이 많지 않은 동네라서 어린이집 선택 폭 자체가 너무 적어요.
그 중에 두군데 정도로 추려봤는데 아무리 봐도 이쪽은 이런 단점이, 저쪽은 저런 단점이 보여서..
보내긴 보내야겠는데 선뜻 결정을 못하겠어요.
1번 어린이집은 구립어린이집이에요.
복지관 안에 자리잡아서 외관도 번듯하고 아이들 통학로도 안전해요.
원장샘이 먹거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간식, 급식 걱정은 절대로 없다고 소문난 곳이지요.
그 원장선생님이 5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데 약간 보수적이랄까..
공무원 오래하셨던 분이라 그런지 좀 권위적인 분위기에요.
선생님들도 연령대가 어리다보니.. 대부분 스물 네다섯 정도 되어보이더라구요.
원장선생님 휘하에서 지휘받는 그런 분위기에요.
저희 애 데리고 상담 갔는데 상담실에서 아이가 가만히 못 있고 몸부림치니 눈빛이 좀 엄하셨구요 ;;
상담 나오면서 신발 신는데 아이가 앉아서 신지 않고 서서 신느라 휘청이니까 잔소리를 좀 하시네요.
교실을 좀 둘러보고 싶다니 복도에서 창문으로만 보시라.. 애들 방해된다.. 그러시구요. 흑.. 들어가 볼 생각도 안했구만!
그런데 저희 애가 낮잠을 꼬박꼬박 자는데 이 어린이집은 낮잠 재우고 3시 반경 하원을 시킨답니다.
시간 상으로는 제가 맡기기에도 딱 좋아요.
그러니까.. 먹거리나 위치, 보육 시간은 괜찮은데 원장선생님이 좀 엄해 보이신다는거.. 너무 체계적이라서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는 분위기가 아니라는거.. 그게 제일 걸려요. 상담가서 한번만 본거라 단정은 어렵겠지만요.
2번 어린이집은 교회 어린이집이에요.
아주 큰 교회 부설인데, 교회 안에 있지는 않고 약간 떨어진 곳에 있어요.
저희 동네 특성상 아파트 벗어나면 바로 논밭이고 야트막한 동산이 있는데 거기 위치해요.
그래서 아이들 산책도 그 동네 밭으로 산으로 탁 트인 공간에서 하고 어린이집도 넓어요.
그런데 좀 허름해요. 뭐랄까.. 좀 깔끔하지가 않아요. 아주 큰 교회인데 부설 어린이집 시설이 이 정도라서..
어린이집으로 들어온 돈이 교회로 상당히 많이 흘러가겠구나.. 그런 추측이 들 정도에요.
먹는 것도 풀무원에서 제공받는다고 하는데 상담가서 급식시간이라 살짝 보니 좀 부실해 보이더군요.
간식은 일괄적으로 죽만 아침에 제공된다고 하구요.
원장선생님이나 보육선생님들은 다정해 보였어요. 1번 어린이집과는 분위기가 정반대인데..
저희 애랑 상담가서 원장실에서도 그렇고 아이들 노는 교실에서도 그렇고 선생님들이 이쁘다 이쁘다 잘한다 잘한다
쓰다듬으면서 정을 주시는데.. 그게 처음 상담간거라 그런지.. 원래 선생님들이 그런지.. 확신은 없네요.
선생님들이 다정한 만큼 뭔가 체계가 잡혀 보이진 않고.. 아무래도 교회 어린이집이라 신도 아이들이 많다고 하네요.
교회어린이집이라고 종교색을 띈 무슨 특별한 교육같은게 있지는 않다는데 영향은 좀 있겠죠.
저희는 천주교 신자라서.. 기독교분위기에 딱히 반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이 어린이집은 선생님들만 좋고 환경이나 먹거리나 .. 그런건 마음에 많이 걸린다는거.. 그게 문제에요.
1번 어린이집 보육 선생님들과도 좀 가까이서 말도 나눠보고 했으면 마음놓고 1번으로 보낼텐데
일단 원장선생님이 좀.. 자기 일에 대해 과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에 걸려요.
2번 어린이집이 교회에서 투자를 좀 해서 어린이집 실내외를 관리해 준다면 딱 좋겠건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구요.
아아아아.. 올해는 저희 애를 꼭 보내야 하는데,
다른 곳 알아보자니 너무 멀어서 알아볼 수도 없구요.
이 두 곳 중에서 보낸다면 어디로 보내는게 더 나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