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기념일이 있거나, 뜻밖의 수입이 생기거나,
시댁에서 스트레스를 주거나, 남편이 스트레스를 주거나.. 하면 소소하게 물건들을 지르는 편입니다.
뜻밖의 수입.. 같은 경우, 그 수입의 10% 정도 내에서 사고,
기념일 같은 경우에는 현금 선물을 주로 받는 편인데 받은 현금의 70% 정도만 써요.
자기 합리화이고 변명 같지만.. 그냥 제가 정한 규칙이랍니다.
그래서 맨 윗줄에 적은 경우에는..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않지만,
시댁과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려는 제 자신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죄의식도 조금 느껴집니다.
(아이 둘 키우는 워킹맘이에요... ;)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꼭 정당화를 시켜요.
그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푸는 것보다(화를 낸다거나 소리지른다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편에게 짜증을 낸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정당화를요.
(남편 장남, 저 맏며느리..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시댁 행사.. 뭐 이런 스트레스요.
시댁쪽이 좀 자주 모이고 행사가 많은 집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주객전도라고 할까..
착각에 빠집니다.
이 물건만 사면 제가 굉장히 행복해질 것 같고
이 옷을 걸치고 다니면 제가 막 세련된 사람으로 보일 것 같고.. 하는 착각이요.
결국 새 옷을 걸치든, 새 아이템을 추가하든 저는 저일 뿐인데 말이에요.
자기만족으로 사는 거고... 또 받는 순간 만큼은 행복하기 때문에..
허용한도라고 정당화를 시키며 구입하기는 하지만, 그런 제 스스로가 참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물건으로 무얼 채우려는 것 같아서요.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초등학교 저학년) - 챙겨줘야 할 게 많고, 채워줘야 할 것도 많은데,
제 일도 한창 때이고 - 더 많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데,
남편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고 - 더 허심탄회하게 내 감정을 보여주고 개선시켜나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냥 날 위한 물건을 고르고, 그걸로 다른 모든 허기를 채우려는.. 어리석은 물욕..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참 한심하죠.
오늘도 주말에 일이 있어서 시댁 행사를 갔다가..
애들 씻기고 재우고..
남편이 제 어깨 주무르며 고맙다고 해서, 아니라고.. 어서 자라고 들여 보내고는,
밀린 제 일을 하다.. 갑자기 가방에 꽂힌 거예요.
이 가방만 사면 좀 더 즐겁게 일하러 다닐 수 있을 것 같고.. 하는 또 어리석은 착각에요.
왜 가방에 다시 꽂힌지.. 압니다.
항상 되풀이 되던 제 패턴이거든요.
지난 달에도 많은 일을 했고, 수입이 평균보다 많았고, 늘어난 수입이 딱 가방 값이고,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일했는데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써도 괜찮을 것 같고,
또 오늘 시댁 행사가 있었으니 스트레스는 좀 풀어야 할 것 같고..
..하는 매우 어리석은 사고패턴, 소비(지름?)패턴인 거죠.
새똥님 절약 글 읽고 반성하고
이 쓸데없는 물욕을 버리려고 노력은 하는데-
다시 또 이런 사고패턴의 고리에 쏙 들어가 있는 저를 보며..
이 새벽에 다이어리에 끄적이는 것마냥 끄적이고 있습니다.
저 좀 꾸짖어주세요..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