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나?
무엇때문에 돈을 그렇게 벌어야 했나?
왜 배를 웅켜잡고 허리를 바싹 졸여 살아왔나?
대학 다닐때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초가을 어느 날
겨우 친구 집에 하루 밤 신세를 지다 그만
연탄가스로 나는 똥을 싼 덕분에 죽어가던 친구를 겨우 깨워
엠블란스로 병원 실고가서 친구를 살렸다.
또다시 갈 곳 없는 나는 냄비 한개 이불 하나 책보따리 옷보따리를
들고 나는 비를 맞으며 하염없이 울고만 있었다.
비속에 비치는 버스 속의 사람들이 나는 너무 부러웠다.
아.. 저 사람들은 갈곳이 있는데 나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하염없이 추위에 오돌오돌 떨면서
나는 그때의 방한칸에 대한 절절한 소망이 내가 결혼생활하면서
내 자식에게만 절대로 나처럼 그런 설움을 만들어주지 말아야 된다는 의무감으로
나는 온몸을 바쳐 일하고 먹는 것을 줄이고 아끼고 아끼며 살았다.
어느 듯 나는 어엿한 집도 장만했고
아이들도 원하는 공부를 시키면서
어느듯 내가 대학 때 그토록 간절했던 삶이 내곁에 와있다.
오늘 방바닥에 덜컹누워.. 그동안 남편에게 박박 바가지 긁었던
내자신이 조금은 밉다.
그렇게하지 않았어도 살 수 있었는데..
나는 역시 기다림과 은근함을 모르는 재미없는 사람이었던 것같다.
돈도 중요하고 빵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 나이먹어보니
부모님이 내게 한 말들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식을 위해 희생했지만
하나도 후회하지 않는다.
요녀석들 때문에 나와 내 남편의 허리가 반쯤 휘어졌지만
인생을 산 재미도 요녀석들이 양념도 쳐주었고
살아가는 의미도 만들어 준 요술쟁이들이다.
언젠가 요녀석들이 제 갈길 가겠지?
그때 생각하면 마음이 벌써부터 아려온다.
까탈스럽고 쉽지 않았던 자식들 키워내기를 한 덕분에
나는 의미있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이제부터 나는 내 남편이 부리는 심술을
웃어넘겨야 되겠다. 어차피 나 아니면 누가 이사람의
심술을 받아주리...